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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노래 Aug 05. 2023

part#5 - 어제운동은 오늘운동과 상관이 없더라

홈트로 신체나이 10살 내리기


이번엔 현재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3분짜리 홈트에서 지금의 60분 홈트로 오기까지 정주행 하기는 좀 지루할 수 있으니.(사실 쓰는 내가 좀 지루했다)


횡단보도 앞에 잠깐 서 있는 시간조차 정수리가 녹아버릴 것 같은 날씨여서 아무리 집에서 하는 홈트지만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땀이 흐른다. 운동복으로 갈아입는 동안 이미 더워지는 날씨. 운동복을 입으면서 다짐한다. 오늘은 너무 더우니까 동작 하나정도는 스킵하자. 동작 중간에 쉬는 시간을 좀 길게 갖자 등등. 그러나 운동이 시작되면 머릿속을 지배하는 생각은 단 하나. “이렇게 더운 날 운동하는데 제대로 해야 아깝지 않지.” 물론 이 생각도 10분이 지나면 그대로 무너진다.


요새 하는 운동은 NTC 앱의 20-30분짜리 운동을 2개 이어서 한다. 여기서 NTC가 얼마나 혜자로운 앱인지 도저히 말을 안 할 수가 없다. 인앱 결제조차 없는 무료앱이다. 풀네임 Nike Training Club.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Nike에서 만든 앱이다. 이 앱의 미스터리는 2개다. 첫째, 무료 앱인데 대부분의 운동 코스 구성이 아주 좋고, 다양하다는 것. 심지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가 되어서 코스가 늘어나며, 앱 화면 구성이 좋아지고, 트레이너가 늘기까지 않다는 것. 둘째, 내 주변에 이 앱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개인적인 문제일 수도 있겠다.)


이 앱으로 홈트를 시작한 건 2020년 6월. 오늘 기준 총 1,483회, 운동시간 37,588분을 이어가고 있다. 홈트를 하고 싶다면 검색하지 말고, 결제하지 말고 무조건 이 앱을 추천한다. 이 앱의 다양한 기능 하나 쓰지 않고 홈트 코스만 해도 운동을 하려고 하는 목적을 충분히 이룰 수 있다.


2020년 6월에 핏데이에서 이 앱으로 넘어온 가장 큰 이유는 운동 코스가 다양해서였다. 이때 나는 하루 15-20분 홈트를 했었는데 핏데이든 어떤 앱이든 15분 이상을 하려면 대부분 인앱결제를 해야 했다. 물론 결제를 해도 좋았겠지만(누군가 만든 앱에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나의 모토는 명확했다.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돈까지 쓰지 말자.’ 이 모토 하나로 지난 4년간 수많은 pt의 권유, 운동 장비 구입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4년 간 비용이 든 것은 매트 1개, 3kg짜리 덤벨 2개, 운동복 하의(2만 원대/상의는 나를 측은히 여긴 누가 사줬다. 사실 하의도 안 사다가 상의만 운동복을 입는 것이 너무 이상해서 샀다)가 전부이다. 누군가는 투자를 해야 동기부여가 된다고도 했는데 내 경우는 약간 그것의 역효과처럼 비용에서 자유로우니 운동을 지속해야 한다는 압박이 덜했고, 압박이 덜하니 오히려 별생각 없이 매일 하는 것 같다.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원래 목표가 거창하면 그게 너무 무거워서 못한다고 하지 않나. 약간 그런 느낌이다.


그렇게 NTC앱으로 15분짜리 코스를 시작했다. 처음엔 내 운동 희망 조건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4주에서 6주짜리 코스를 나와서 그대로 따라가면 되는 것을 했었다. 이게 동기부여에 상당히 효과적인데 1년쯤 하고 나니 그 자동 플랜이 나에게 잘 맞지 않았다. 체력은 느는데 앱은 내가 누군지도 모르니 기본 세팅만 계속하는 느낌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각 코스에 있는 조건들(시간, 운동 강도, 동작 난이도)을 보고 선택하면서 하고 있다. 지금은 이 선택도 틀이 잡혀서 10개의 30분짜리 코스를 2개씩 조합해서 그날에 컨디션에 따라 하고 있다. 그러니까, 전혀 전문적이진 않다는 말이다. 어제 근력을 몇 분 하고, 강도는 어느 정도 했으니 오늘은 유산소를 늘리고 강도는 낮춘다와 같은 것은 할 수 없다. 왜냐면 난 운동 지식이 없으니까. 그냥 그날 당기는 코스를 2개 골라서 할 뿐이다. 부작용으로는 특정 부위(무릎이나 골반인 경우가 많다.)가 어느 날 아프다던가, 어느 동작이 거기에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고 또 하다가 물리치료받으러 병원에 간다던가(아, 돈을 쓴 데에 병원도 추가해야겠다) 하는 것 들이다. 이것도 하다 보면 눈치껏(?) 조절할 수 있다.


사실 한동안 PT를 고민했었다. 앱의 한계를 명확하기 때문이다. 불특정다수를 위한 일반적인 운동. 그러니까 나는 앱만 사용하는 한 내가 원하는 몸을 만들 수는 없더라. 살은 빠진다. 솔직히 다이어트는 단순한 공식이니까. IN-put을 줄이고, OUT-put을 늘린다. 매일 60분 홈트를 하는데 살이 안 빠지면 그건 정말 비용을 들여서 병원에 가야 한다. 앱의 문제는 이다음이다. 벌크업을 하고 싶어도 살만 빠진다는 것. 근육은 생기는데 모양이 별로라는 것.(대회 나갈 것이 아니라면 사실 상관없다) 무리가 가는 부위에 대해 조치가 잘 안 되는 것. 그래서 PT를 고민하던 중 PT를 1년간 받은 사람의 한마디에 내려놓았다. “PT 좋아요. 근데 전 운 좋게 좋은 트레이너를 만나서 그런데, PT는 트레이너가 전부라서, 지금 이미 운동 잘하고 있는데 아주 비용은 좀 많이 들여서 트레이너를 정할 게 아니라면, 그냥 홈트 계속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정답은 원래 없다. 운동은 개인적인 것이니까. 홈트든 PT든 달리기든 그냥 지속할 수 있는 것을 고르면 된다. 난 땀에 젖은 채로(샤워를 하고 나와도 운동 직후는 열기가 있어서 땀은 계속 날 것이다) 집에 걸어오는 것이 싫고, PT를 하면서 이 트레이너가 좋은 트레이너가 하는 의심을 하기도 싫었을 뿐.


그렇게 NTC만 쓴다. 당연히 광고가 아니다. Nike에서 날 광고로 써 준다면 좋겠지만 그건 내가 아이패드를 사서 4년을 잘 썼다고 애플이 날 알아주는 것만큼이나 말이 안 되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기대 하나를 무너뜨리려고 한다. 마음을 먹고 매일 운동을 하는 것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조금은 몸에 익숙해질 것이라는 기대. 전혀 아니다. (물론 나만 이런 것일 수도) 매일 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어제 운동을 했다고 해서 오늘 운동을 시작하는 일이 결코 쉬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운동을 할 수 있는 체력이 느는 것과는 다른 얘기이다. 체력이란 어차피 그에 따라 운동 강도를 올리기 때문에 매일 힘들다. 만약 이렇게 강도를 올리지 않는다면 운동은 하나마나이다. 결국 그날의 운동은 ’그날의 나’의 몫이다. 어제의 나는 어제의 운동을 했다. 오늘은 오늘의 운동을 해야 한다. 어제 했다고 쉬워지지도 않고, 심지어 어제 했다고 오늘 쉰다면 정확히 그만큼 체력이 낮아지고, 살이 찌겠지. 오늘은 오늘의 것을 할 뿐이다. 그래서 매일 대단한 성취감을 얻는다. 오늘 할 일을 오늘 해냈다는 것. 사실 나이가 들 수록 우리 모두 알게 되지 않나? 오늘 할 일은 오늘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운동은 그걸 해준다. 그래서 매일 앱을 켠다. NTC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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