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트로 신체나이 10살 내리기
홈트로 신체나이 10살 내리기
다시 #4 다음부터 시작해 보자. 10주 차에서 20주 차 동안 운동 시간은 1회당 5분에서 10분으로 늘어났다. 그러니까 처음 홈트를 시작했던(2분을 채 못하던) 날로부터 5개월이 돼서야 회당 10분을 하게 되었다. 7개월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15분으로 늘린 후 12개월 때까지 15분을 유지했다.(체력상 15분을 못 넘겼다) 2분에서 15분까지 왔으니 7배를 늘린 경험은 앞으로 멈추지만 않으면 시간은 알아서 늘어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런데 문제는 더 이상 운동시간이 아니었다. 문제는 부상이었다.
집에서 영상 보면서 하면서, 운동하는 도중에 누가 닦달을 하는 것도 아닌데, 웬 부상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의외로 몸은 무겁다. 내 몸이라고 해서 내 근력이 알아서 지탱해 주지 않는다. pt강사들이 자세를 강조하는 이유다.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부상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운동을 해 본 적도 없는 나는 부상을 극대화하면서 효과는 없는 자세를 하면서도 그 사실을 알 길이 없었다. 런지 자세 하나에도 힘을 어디에 실는지, 어느 만큼 무릎을 구부려야 하는지, 상체의 각도는 어때야 하는지, 등등 고려하고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이런 것 하나 모르면서, 무조건 힘이 들면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했다가는 골반과 무릎에 통증을 달고 살기 십상이다. 나처럼. 어느 순간 나는 한 달에 한두 번은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고 있었다. 관절과 골반이 늘 아팠다. 처음에는 그저 안 하던 운동을 하니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인 줄 알았다. 그 무식한 기간을 거의 1년이나 보냈다. 정형외과 의사의 무리하게 운동하지 말라는 말을 상투적인 표현으로 넘겼다. (전문의란 배운 분들이다. 병원에 갔으면 겸허히 말을 들어야 한다) 모르면 용감한 법이다.
심지어 오른쪽 팔의 근육통은 1년이나 지속되었다. 덤벨을 들고 운동을 해놓고 평상시에는 팔이 아파서 가방도 잘 못 드는 우스운 상황이었다.
성취감에 취하면 안 된다. 1년이나 홈트를 지속했다는 홈부심과 누구의 도움 없이 나 혼자 한다는 (이상한) 성취감이 몸이 보내는 경고음을 다 끄게 만들었다. 몸은 나에게 간신히 빨간불만 점멸하며 심각성을 알리고 있었지만 나는 운동을 한다고 하면서 몸이 아닌 내 성취감만 보고 있었다. ‘몸이 하는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말은 생각보다 진리다. 출근할 때 골반이 아파서 지하철 계단 앞에서 머뭇거리고, 가방은 오른손으로 든 순간 소스라치는 감각으로 통증이 전해오는 나의 몸을 끌고 다니다가, 어느 날 출근길에 계단 중간에서 통증으로 멈춰 선 날, 나는 뭔가 심각하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극단적 다이어트가 몸을 망치듯이, 무식한 홈트가 근력과 인대를 망가뜨린다. 일단 제일 먼저 한 일은 더 이상 덤벨을 쓰지 않는 것이었다. 고작 3kg짜리 덤벨이었지만 이상한 자세로 덤벨을 들면 1kg짜리도 근육을 망가뜨릴 수 있다. 반대로 정확한 자세만 있으면 1kg 덤벨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4년차인 지금도 덤벨은 여전히 3kg을 쓴다) 일단 맨몸 운동의 자세부터 잡기 시작했다. 솔직히 지금도 내가 제대로 된 자세인지는 모른다. 그래도 각 자세에 대해 유튜브든 기사든 다 찾아보고, 피트니스 센터처럼 벽에 거울이 없으니 (집에서 가장 큰 창문인) 베란다 창문을 거울삼아서 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조금만 무리가 간다 싶으면, 동작을 멈추고 천천히 무게를 이동해 가며 편한 자세를 찾았다. 투자금 0원의 홈트란 이렇게 눈물겹다.
아픈 것은 신호이다. 몸이 당신에게 보내는 경고. 통증을 운동의 효과로 착각하면 안 된다. 특히 혼자 하는 홈트에서는. 근력이 강해지느라 오는 통증과 자세가 잘못되어서 무리가 되어 오는 통증은 느낌부터 다르다. 뭐랄까. 전자는 건강한 통증이라면 후자는 싸한 통증이랄까. (비전문가이자 운동 문외한의 표현이 이렇게 막연하고 무섭습니다) 홈트를 한다면 공부를 해야 한다. 이 폭염의 날씨에 땀을 흘려놓고 물리치료에 돈을 써야 되겠는가. 자세는 생각보다 세밀하고 중요하다. 기억하자. 운동의 목적은 건강이지 벌크업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