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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노래 Aug 11. 2023

part#8-2년 차, 혼돈/자랑, 그리고 길 잃은 몸

홈트로 신체나이 10살 내리기


홈트 2년 차가 되었다. 1년 동안 12kg가 빠졌으니 성공은 한 거다. 78kg에서 66kg으로. 오버핏이라고 우길 수 있는 상의를 제외하고, 특히 하의는 거의 새로 사야 했다. 아니면 이것도 와이드라고 우기든지. 이 정도가 되면 자랑이라는 것이 하고 싶어지고, 주변의 반응도 자랑에 충분히 부응해 준다. 일종의 보상의 시기이다. 자랑과 반응.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무언가를 하는 것을 중요하고 긍정적인 일이지만, 솔직히 무슨 재미가 있나. 우리는 수도원에 살고 있지 않다. 아무리 운동을 지속하는 것이 수도원 생활 같기는 해도. 그래서 겉으로 가장 잘 드러나며, 누구도 그 노력을 폄하할 수 없는(노력과 결과의 관계가 상당히 정직한) 몸 관리 성공에 대해 충분한 자랑과 보상을 누린다.


돌이켜보면 이 시기가 그야말로 몸에겐 어둠의 시기였다. 살을 뺐으면 그 다음엔 보다 명확하고 세밀한 목표를 다시 세워야 한다. 다이어트만이 목표였다면 이제 식단조절의 차례이다. 몸은 이미 지금하고 있는 강도에 적응이 끝났다. 더 이상 그 운동으로 살이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좀 더 냉혹한 현실에 대해 말하자면, 거기서 조금만 더 먹으면 운동을 계속해도 살이 다시 찐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소식좌들만 한다는 체중을 그램(g)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환영한다. 아무도 공감 못하는 체중 미니어처의 세계에 왔다. 주변에 혹시라도 요새 살이 좀 찐 것 같다고 말하지 마라. 없던 친구마저 순삭한다. 빠졌다고도 하지 마라. 자랑은 그 정도면 됐다. 그냥 몸 얘긴 하지 마라. 다이어트 성공 후 자랑은 1달만 해야 한다. 그게 넘어가면 나만 즐겁고 주변은 지겹다. 지겨움이 지긋지긋이 되면 살과 함께 친구가 빠져나가니 조심할 것.


목표가 다이어트가 아니라 그저 건강관리였다면, 식단조절까지 할 필요는 없다.(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본인 몸은 본인이 챙기세요) 다만, 운동 시간을 점점 늘려가야 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part#7에서 얘기한 것처럼 이제 부상을 달고 살고, 강도를 함부로 올리거나 시간을 늘린다면 건강해지는 속도보다 부상 부위가 깊어지고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르다. 이게 홈트의 최대 단점이자 홈트를 나 같은 운동 1도 모르는 사람이 하면 위험한 이유이다. 이제부터는 자세 하나하나를 점검하면서 부상을 줄이고 운동시간과 강도를 서서히 올려야 한다. 나의 경우는 주 3회를 하루 운동, 하루 휴식으로 바꿔서 하고, 1회는 시간을 평소 15분에서 20-25분으로 늘려서 했다.(이 방법이 맞는지는 혹은 좋은지는 여전히 모른다) 이렇게 해서 2년 차 1년 동안 2kg가 빠졌다. 1년 차에 12kg 빠진 것에 비하면 이미 몸이 운동에 적응했고, 운동량을 확 늘리거나 식단조절을 병행하지 않으면 더 이상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다는 얘기다. 이제부터 길 잃은 몸이 시작된다. 자랑의 달콤한 시기는 끝난 지 오래다.


이쯤에서 고민하는 것이 단백질 셰이크다. 익숙해진 운동량 덕분에 운동을 하면서 살이 찌는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면 운동량을 늘려야 하는데 그러면 살이 더 빠지고, 이제는 날씬하게 보기 좋은 상태가 아닌 운동한다면서 왜소해 보이는 단계로 들어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앞서 말했듯이 보이는 건 중요하다. 아주 강한 동기 부여니까) 그렇다면 유산소보다 근력 운동을 늘려야 하는데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고민이 단백질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단백질 셰이크를 먹은 적은 없다. 바나나는 많이 먹었다.(맛있으니까) 단백질 셰이크를 안 먹은 이유는 제대로(?) 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part#1부터 읽은 사람은 알 것이다. 홈트에 대한 나의 유일한 신념이 “무비용과 (겁나) 가벼운 목표”라는 것을. 문제는 이렇게 되면 더 이상 몸이 길을 잃는다는 것이다. 2년 차에서 3년 차로 넘어갈 무렵 이제 주 5회에 회당 25-30분을 운동을 하는데 살이 빠지지도 늘지도, 근력이 강해지지도 않는 것이다. 몸이 묻는 것 같았다. ‘너 하고 싶은 게 뭐야?’


운동의 가장 큰 덕목은 지속이다. 계속하는 것이다. 몸의 변화가 없어도, 야근을 3일째 하고 왔어도, 저녁을 부실하게 먹어서 아무 힘이 없어도. 2년 차는 그걸 만들어가는 시기였다. ‘지속하는 것’ 보상은 1년 차에 끝났다. 감량의 성취도, 주변의 찬사도, 보란듯한 자랑도, 운동량을 밀고 나가는 재미도. 이제 그 말로만 듣던 ‘자신과의 싸움’의 시작이다. 만약에 벌크업이 목표라면 그 목표를 만들고 가면 된다. 다이어트를 더 하고 싶다면 오히려 더 쉽겠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더 이상 목표가 없었다. 그러니 그냥 계속하는 수밖에. 목표가 없으니 도착점도 없으니까.


아, 오해할까 봐 하는 얘긴데 자동 지속은 없다. 4년 차가 된 지금도 운동이 싫다. 시작하기 전에 여전히 끙끙대고(예전엔 하기 싫어 죽겠다면 지금은 죽을 정도는 아니다), 끝날 때쯤엔 내일은 쉬어야지 다짐한다.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몸은 어느 정도 자동이 되었다. 일단 시작하면 에너지가 알아서 올라온다고 할까. 내 의지(?)와 관계없이. 그렇지만 거기까지 가야 하는 건 나의 몫이다. 그러니 그냥 하자. 길을 잃었으면 잃은 채로, 목표가 없으면 없는 대로.  그냥 하면 된다. 이제부터 진짜 보상이니까. ‘지속’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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