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트로 신체나이 10살 내리기
아침형 인간이 새로운 긍정적 종족 출현처럼 번지던 시기가 있었다. 아침시간이 쾌적함과 고요함이 얼마나 집중력을 높여주고, 그 시간에 하는 일이 얼마나 생산적이며,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마치 위인이라도 될 것처럼 아침형이 추앙받았었다. 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얼마나 일찍 일어나느냐가 아니라 하루 중 시간을 얼마나 잘 쓰느냐가 아니었을까. 나와 밤 시간이 맞다면 밤 시간을 잘 쓰면 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일이 거의 입대하는 기분이라면 아침에 푹 자는 것이 나의 삶에 도움이 된다. 아침형이든, 저녁형이든 관건은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효과적으로 쓰느냐이니까.
그럼 운동은 언제 하는 것이 좋을까. 여기까지 글을 읽어오신 분이라면 내가 운동에 대한 기초지식 하나 없고, 당연히 전문가는 아니며, 사실 딱히 그걸 공부한 여유도, 생각도 없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수많은 이론과 합리성에 의해 ‘언제’ 운동을 하는지는 많이 나와있다. 나는 그저 직장생활을 하며 꾸준히 운동을 하고 싶은 사람일 뿐이다. 그래서 결론은 ‘계속할 수 있는 시간대’가 운동하기 가장 좋은 시간이다.
시간을 정해놓기는 해야 한다. 이것마저 없으면 우린 우리가 얼마나 합리적으로 그날의 운동을 피할지 잘 알지 않나. 나는 ‘몇 시에 운동을 한다’ 정도는 있어야 한다. 이걸 세우는 기준은 제일 변경될 확률이 적고, 하기 싫은 마음을 떨치는 작업을 거치는 시간도 좀 고려하고, 너무 식사 후에 바로 운동하지 않는 시간이다. 나의 경우는 21:30이다. 주말 이틀은 16:00. 21:30가 위 세조건에 가장 부합한다. 식후 2시간쯤 지나고, 21:30이면 거의 집에 있을 시간이고(홈트니까), 보통 21시쯤 되면 ‘이, 운동하기 귀찮다.’라는 생각이 엄습하니까 30분은 싸워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운동을 마치고 나면 잠들기 전까지 여유를 부릴 시간이 확보돼야 한다. 하루의 마무리를 운동으로 하고 싶진 않으니까. 시시콜콜한 유튜브라도 보고 잠들고 싶다.
물론, 몇 가지 팁 아닌 팁 같은 건 있었다. 그 주간에 뭔가 몸이 무겁다면 주말운동을 점심을 거의 안 먹고 공복에 운동을 하는 정도. 이게 체중관리에 꽤 효과적인데 어느 기사를 보니 이건 2-3개월 이상하면 몸에 무리가 간다길래 뚝 끊었다. 그 외 아무런 정보도, 기초지식은 없다. 그저 계속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하면 된다.
여기서 의외로 고려해야 할 것은 층간소음이다. 21:30은 7층에 사는 나에겐 참 애매한 시간이다. 여기서부터 운동시간은 운동과 전혀 관계없는 것들에 의해 정해진다.(정해야 한다) 아래층에 마음이 바다처럼 넓거나, 청각이 상당히 둔하거나, 심지어 그 시간에 집에 없다면 21:30은 운동하기 좋은 시간이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층간소음 방지를 위한 매트(5cm는 넘어야 한다) 위에 요가 매트를 하나 더 올리고 하기를 권한다. 물론 그렇다고 소음이 현저히 줄지는 않는다. 뛰는 동작을 최소화하는 수밖에. 팔굽혀펴기에 층간 소음이 나지는 않으니까. 이게 홈트의 최대 단점이다. 층간소음에 따라 시간은 물론 동작까지 조정해야 한다는 것. 어느 날은 야근을 하고 와서 23시가 넘어서 운동을 해야 할 때도 있는데 이 날엔 버피, 잭점프 등 소음이 나는 동작을 모두 뺀다. 뭔가 운동 효과가 줄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고? 괜찮다. 어차피 근본 있게 짜인 코스를 하는 것도 아니니 상당히 자유롭다.(근본 없는 운동의 최대 장점이다)
근본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아무리 혼자 하는 운동이라도 지켜야 할 것이다. 바로 운동 전후 스트레칭이다. 앱에 있는 코스에 다 들어있어서 그냥 따라 하면 된다. 그럼에도 강조를 하는 것은 이게 상당히 귀찮기 때문이다. 운동 전 스트레칭은 차라리 낫다. 문제는 운동 후 스트레칭인데 트레이너가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보는 것도 아니니 운동이 끝나고 스트레칭만 남으면 그게 2-3분이어도 하기가 싫을 때가 있다.(사실 많다. 특히 요즘 같은 여름엔) 그래서 아예 스트레칭이 시작되면 앱을 꺼버리고 운동을 끝낸 적이 있었다. 얼마나 달콤한 순간인지. 이게 바로 홈트의 장점이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한 달을 하고 나니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비슷한 동작, 비슷한 코스를 2년째 하고 있는데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다. 막상 운동을 하는 동안은 괜찮은데, 아침의 오는 가벼운 통증은 어느 정도 익숙한데 이건 그런 게 아니었다. 강도를 올리지도 않았는데 몸에 무리가 오는 느낌. 2분짜리 스트레칭이 내 몸을 살리고 있다는 것을 몰랐던 무지가 통증을 불러왔다. 나는 몰라도 몸은 알았다. 스트레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홈트를 오래 하고 싶다면, 마음과 몸이 가장 운동하기 편한 시간을 고르기를. 그리고 스트레칭을 운동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기를. 나처럼 pt 비용 대신 물리치료비를 지출하는 세상 멍청한 일을 겪지 않으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