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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노래 Aug 25. 2023

part#13 - 지속가능, ESG

Easy, Safety, Goalless.


흔히들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표현을 쓴다. 수많은 경우가 있겠지만, 홈트야말로 "나 홀로, 자신과의 싸움"이다. 보는 사람도, 지도해 주는 사람도, 운동을 하는지 아는 사람도 없다. 하다 보면 웃긴 순간이 있다. 캄캄한 밤에 거실에서 불을 켠 채, 제대로 된 운동복도 아니고, 매트 하나 깔고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이 유체이탈처럼 보이는 순간이다. 홈트 앱만 없으면 기이하기까지 한 웃긴 장면이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하는 마음이 드는.

정말 신체나이를 내리고 싶나? 내려서 뭐 하나. 지금도 사실 사는데 지장 없고, 불편한 거 없이 잘 지내고 있지 않나. 매일, 혹은 일주일에 2-3번씩 1시간 가까이 들여가며, 별로 즐겁지도 않고 힘들기만 한 일을 하는 게 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솔직히, 홈트를 안 할 이유는 4년 차인 지금도 쌓여있다.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이유는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나와 같이 40대라면 신체나이 좀 내려간다고 누가 "잘 생겨졌다."거나, "예뻐졌다."라고 할 확률도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인스타에 올려봐야, 차라리 웨이팅 1시간 30분 후 먹은 음식 사진이 좋아요를 더 많이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니, 이제 마음을 정해야 한다. 괜히 며칠, 혹은 몇 주 고생만 하고, 어쩌다 장비만 사서 돈만 들이고 끝내면 괜한 홈트만 미움을 받아서 다시 시도하기도 어렵다. 홈트는 죄가 없다. 앱도 죄가 없다. 늘 우리가 문제다. 


Easy, Safety, Goalless.

쉽게, 안전하게, 목표 없이.


홈트를 지속하려면 필요한 ESG이다. 여기엔 다른 사람의 시선은 없다. 기술적인 것도 없고, 전문가적 조언도 없다. 그저 50대가 되고, 60대가 되어서도 이어갈 수 있는 가벼운 마음만 있다. 매트 하나, 덤벨 두 개. 명상 하나라도 하려면 음질 좋은 스피커부터 찾아야 하는 복잡하고, 피곤한 시대에 가벼운 마음으로 가벼운 몸을 만들어 보자. 운동 시간이 드라마틱하게 늘어나지 않아도, 운동 강도가 6개월째 제자리여도, 아무리 해도 sit-up 3개를 못 벗어나도 스스로를 미워하지 말자. 일하고 쉬느라 고생한 당신의 몸이다. 홈트 좀 못한다고 실적이 떨어지나, 투자금을 날리나, 망신을 당하나. 인생에 하나쯤 아무 목표 없는 일을 해보자.

힘들면 쉬어가며, 내키면 좀 더하고.


혹시 모르는 일이다. 1년이 지난 어느새, 유튜브를 보다 말고 아무 생각 없이 매트를 깔고 있을지도. 2년이 지난 어느 날, 갖고 있는 옷의 90%를 중고나라에 올리며, 수줍은 작은 폰트로 "옷이 커져서요"라고 쓰고 있을지도. 3년이 지난여름, 수영복의 무늬는 눈에 하나도 안 들어오고, 오직 얼마나 신축성 있게 잘 달라붙는지 리뷰를 뒤지고 있을지도. 

즐거움을 찾는 건 늘 우리의 몫이다. 500그램이라도 줄어든다면, 성취를 느끼고 즐기자. 애플조차 아이패드 무게 100그램을 못 줄여서 안달이다. 한 달이라도 지속했다면 대견해하자.


몸은 나보다 똑똑하다. 잘 적응하고, 잘 반응한다. 나의 이성과 합리적인 이유와 기분마저 다 같이 힘을 모아 뇌와 몸을 향해 "오늘은 운동 반대" 피켓을 들고 아무리 시위를 해도 어느새 매트 위에서 뛰고 있을 것이다. 우린 일단 시작만 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4년 전의 나처럼 2분만이라도 아주 충분하다. 노안은 못 막아도 신체나이는 내릴 수 있다. 1년 홈트에 2.5년 내릴 수 있으니 당신의 투자 중 최상의 수익률이다.

자, 매트를 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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