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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노래 Aug 21. 2023

part#12 - 홈트 3년 차, 장비 욕심 혹은 유혹

홈트로 신체나이 10살 내리기


홈트 3년 차, 여전히 유일한 장비는 3kg 덤벨 2개. (매트가 있지만 이건 장비라기보다 필수품) 운동복 하나 없이 3년째 홈트를 하다 보면 욕심이 생긴다. 사실 예상했던 일은 아니었다. 3년 차면 안정적으로 하던 대로 쭉 하게 될 줄 알았는데, 사람 욕심은 있으면 더 갖고 싶은 법. 어느 정도 체력이 오르고 몸이 만들어지자 이 정도면 로잉 머신이나, 그게 너무 비싸면 줄넘기, 케틀벨, 메디신볼 같은 장비를 사고 싶어 진다. 왜냐하면 스스로 그럴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이패드를 사고 싶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 필요가 없지만 고민 끝에 살 이유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그 이유란 게 한글 문서를 아이패드로 스마트하게 사용하겠다는 목표만큼이나 비합리적일지라도.


사실 장비가 있으면 좋다. 3년 차쯤 됐으면 러닝머신을 빨래 건조대로 쓸 정도의 수준을 아닐 테니 괜찮은 투자이다. 그럼에도 4년 차인 지금도 여전히 덤벨만을 갖고 운동을 하는 이유는 부상의 위험 때문이다. 홈트를 하면서 사실 크게 다칠 일은 없다. 단, 고질적인 근육통이 있는데 운동 강도 조절만 잘하면 관리할 수 있다. 문제는 장비를 사용할 경우에는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신의 몸무게를 활용한 동작이 아닌 장비의 무게를 들고 동작을 하는 경우에는 생각보다 몸에 상당한 무리가 있다. 가볍게 들 수 있는 장비라고 얕잡아 보면 안 된다. 아무리 가벼운 장비라도 제대로 된 동작에서 조금만 벗어나서 반복/지속하면 금세 근육통이 생기고 쉽게 낫지 않는다. 덤벨도 가벼운 것을 쓰면 된다. 특히 남자들이여, 홈트야 말로 아무도 보지 않는 것이 확실하니 제발 가볍게 들 수 있는 것으로 쓰자. 홈트에 발을 들였다면 홈트의 자유로움을 누려보자.


장비를 쓰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개인적 취향과 관련이 있는데 나는 일단 준비과정이 길면 벌써 하기가 싫어진다. 하고 싶은 마음이 3초 만에 사라질지도 모르니 몸을 일으킨 이후 바로 앱을 켜고 시작하는 게 좋다. 이것저것 챙기면서 마음의 웜업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콜드다운이 된다. 끝나고 정리할 것이 많은 것도 싫으니 장비는 내게 오히려 운동 방해 요소였다. 결국 중요한 건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는 것이다.


장비를 오직 덤벨만 쓸 경우 문제가 하나 있는데, 앱의 운동 코스 중에 장비를 사용하는 코스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홈트 초반에야 운동 코스를 고를 때 장비 없는 운동으로 골라서 했지만, 3년 차가 되면 그 자체가 제약이다. 같은 코스를 계속하는 것도 지루하고, 운동량과 강도를 점점 늘려가는 과정에서 장비를 쓰는 코스를 제외하면 제약이 상당하다. 뭔가 운동 코스가 단조로우니 운동을 하는 근육만 발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 해결책은 최대한 있는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케틀벨을 쓰는 동작은 그냥 덤벨로 했다. 전문가가 들으면 웃을지도 모르겠지만. (안 웃을지도 모르고… 사실 모르겠다) 메디신볼 동작은 마임을 했다. 메디신볼을 튕기는 동작은 마치 공을 진짜 튕기는 것처럼 힘을 주고 동작을 했다. (이건 정말 웃을 것 같다) 줄넘기 역시 마임이다. 손을 허공에 돌리며 점프. 이건 그나마 좀 그럴듯하다. 푸시업바의 경우는 메디신볼도 마임으로 하는 상황에 사치에 가까웠다. 이렇게 하면 운동 효과가 좀 떨어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4년 차인 요즘 드는 생각은 (느낌적인 느낌이지만) 별로 차이를 모르겠다. 그냥 준비하고 치우는 과정이 없어서 좋다. 단, 덤벨만은 육각덤벨이 좋다. 덤벨로 지지하는 동작이 있는데 이건  어떻게 대체가 안된다. 원형덤벨로 지지하는 동작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덤벨도 종류가 천차만별인데 나는 손잡이 부분이 매끈하고, 무게를 교체하는 것이 아닌 일체형 덤벨을 사용한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돌기가 있는 덤벨이 있는데 이걸 쓰려면 장갑을 껴야 한다. 손바닥에 굳은살이 생기기도 하지만 일단 아프다. 그래서 매끄러운 것을 쓰는데 이게 잘 미끄러지긴 해서 땀이 나기 시작하면 안 놓치도록 신경을 좀 쓰긴 해야 한다. 이것도 개인취향이다. 갑갑한 것이 싫고 아픈 것도 싫으면 매끈한 소재의 덤벨, 안정적이고 장갑 사용이 더 편하다면 그런 덤벨. 무게 교체용 일지 일체형 일지 고민된다면 생각보다 무게를 늘릴 일이 없다. 무게를 늘리는 것보다 횟수를 늘리는 것이 낫다.


나는 그냥 홈트를 4년째 하고 있는 일반인일 뿐이다. 전문적인 지식도, 경험도 없다. 이 글은 정보전달이 아닌 그저 운동 에세이 정도 되겠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야, 너두 운동할 수 있어.” 정도. 혹은 “홈트 사용 리뷰” 정도. 주제는 “돈 안 들이고 신체나이 내리는 법” 정도. 현재 나이 43에 스마트 체중계 앱 기준(신뢰도는 잘 모름) 신체나이 33이니 안티에이징 비용 중 최소 비용이 아닐까. 그러니 덤벨만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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