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인생

by 스마일한문샘

"선생님, 쟤 자요."

"그럴 수 있죠. 평소에 수업 잘 듣는데 무슨 일 있나 봐요."

자다 깨어 얼굴이 발개진 아이가 보입니다.

"살다 보면 수업 중 잘 수도 있고 교실에서 고구마 방귀 뀔 수도 있어요. 정말 존경하는 선생님 앞에서 꽈당! 하고 미끄러져 넘어질 수도 있고요. 그게 인생이지요."

그리고 저의 흑역사를 이야기했습니다.


28년 전 여름. 갑작스런 비에 복도 창문 닫으시는 선생님이 보입니다. 존경하는 선생님 한 번 더 뵈려 뛰다 물 고인 데 미끄러져 제대로 꽈당! 후다닥 교실 가서 책상에 얼굴 묻는데 선생님께서 우리 반에 들르셨습니다. "괜찮니?" 그리고 맘 따뜻한 친구 쪽지 "화이팅" 그렇게 1994년 8월 30일은 지나갔고, 쑥스러움 대신 따스함과 너그러움만 남았습니다.


요즘 몇몇 반 수업이 잘 안 풀렸습니다. 아이들에게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하는 부끄러움이 더 큽니다. 햇살 좋은 가을, 1년 중 가장 사랑하는 10월에 묵직한 마음 안고 수업일기 쓰다 '그게 인생' 네 글자를 오래 읽습니다. 수업 때 한 말을 스스로에게 들려 주면서 하루를 맺습니다.


* 흑역사(黑歷史) : 잊고 싶고 없었던 일로 하고 싶을 만큼 부끄러운 과거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검은', '어둠'을 뜻하는 한자 黑(검을 흑)에 지난 일이란 뜻이 있는 한자 어휘 歷史(지날 역, 사기 사)를 합쳐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착한 친구 Y의 쪽지. 그 마음 고마워 오래 간직합니다. (1994.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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