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2차 지필평가로 시간표가 많이 바뀌어 월, 화 이틀 연속으로 1-2-3교시 수업이 있었습니다. 화요일 1교시에 줌 켜야 해서 평소보다 조금 빨리 카트 밀며 수업 가다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요즘 내가 이렇게 빠르고 즐겁게 수업 간 적이 있었던가?'
네. 전혀 없지는 않았습니다. 웬만하면 수업 시작하자마자, 늦어도 2분 안에는 교실에 들어가는 편이니까요. 그래도 어떤 날은 갑작스런 일이나 협의로 조금 늦고, 또 어떤 날은 시간 맞춰 가는데 마음이 묵직합니다. 쉬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이 있었고, 수업 준비하고 풀어내면서 아쉬운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수업이 설렘이고 갈망이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열일곱에서 열여덟으로 넘어가던 겨울 1학년 낭반 교실에서 여린 손 호호 불며 칠판에 한 자 한 자 쓰던 기억, 스물다섯 교무보조원 시절 선생님들이 잊으신 출석부를 갖다 드릴 때마다 '나도 싸인하고 수업하고 싶다!'던 바람. 그러다 스물여섯에 아이들 앞에 섰을 때 얼마나 감사하고 떨리던지요.
다시 그 마음을 기억하겠습니다. 수업이 너무 쉽거나 어렵다 느낄 때 다정한 설렘과 진솔한 깊이를 담아내겠습니다. 아껴 듣는 여행스케치의 <시종일관> 네 글자처럼, 처음 마음 한결같이 오래 품고 풀어내는 스승으로 살아가겠습니다.
* 시종일관(始終一貫) :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처음과 끝을 하나로 꿴다는 뜻입니다. 처음과 끝이 한결같을 때 주로 쓰는 말입니다. 비슷한 말로는 초지일관(初志一貫)이 있습니다. 처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