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기할 건 암기해야 합니다.
수학은 이해하는 과목이 맞습니다. 이해를 필요로 하지 않는 과목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수학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수학 학습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보통 이런 식의 대답을 합니다. ‘개념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문제에 개념을 적용해 풀이하는 과목’, 보다 자세히 이야기해 보면 ‘개념 이해를 바탕에 두고, 개념을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문제를 많이 풀어야 하는 과목’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문제를 그냥 많이 푼다고 수학 학습이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많이 보다는 ‘어떻게’ 푸느냐가 중요합니다. ‘어떻게’라는 부분에서 이해라는 측면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런 이해를 바탕에 두고,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문제를 많이 풀어야 합니다. 반복되는 이야기를 하는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 그만큼 이해라고 하는 영역은 수학에서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왜 수학을 이해하는 과목으로 보는 걸 착각이라고 했을까요? 학창 시절을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영어과목을 비하할 생각은 아닙니다만 영어학습은 이거 저거 시도하다 안 되면, 우선 단어라도 외우면 단기적인 시험에선 어느 정도 성적을 낼 수 있습니다. 언어라는 학문의 특징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수학은 공식만 달달 외워선 절대 좋은 성적을 낼 수 없습니다. 이 지점에서 ‘이해’와 ‘암기’가 부딪힙니다.
단순하게 수학 공식만을 달달 외운다고 해서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더욱더 이해를 바탕으로 수학 학습을 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단순하게 달달 외워선 안 됩니다. 단순한 공식조차 외우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단순하게 공식을 외우면 안 된다.’와 ‘단순한 공식조차 외우려 하지 않는다.’가 치열하게 상충합니다. 우리는 학습 방법 중에 ‘암기’라는 영역을 상당히 구시대적인 학습법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주입식 학습의 산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인재를 요구하는 시대에 뒤 떨어지는 학습법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초등시절부터 암기보단 이해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문제풀이나 스토리텔링들을 접목해 수학 학습을 하고 있습니다.
즉, 요즘 아이들은 암기를 하지 않습니다. 암기는 하면 안 되는 구시대의 주입식 교육의 산물로 혁파해야 하는 개념 정도로 인식합니다. 이해가 바탕에 없는 단순히 문제를 풀기 위한 ‘암기’는 분명히 지양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내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암기는 상당히 유용한 방법입니다. 반드시 필요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구시대의 산물이라는 인식이 너무 강합니다. 그리고 그보다 학생들 입장에서 솔직히 무언 갈 외운다는 건 상당히 귀찮은 일입니다. 영어 단어 외우기도 버거운데 수학공식까지 외우려니 그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때 수학공식의 암기를 피해 갈 수 있는 아주 적절한 핑계가 수학은 이해하는 과목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암기를 꺼려하는 아이들은 후에 사회나 과학과목도 잘 못합니다.
아주 극단적인 예를 들어 본다면 초등학교를 나왔다면 누구나 ‘구구단’을 외웠을 겁니다. 이 구구단도 처음부터 외우는 건 아닙니다. 분명히 이해로 시작합니다. 2+2+2+2+2+2=12이라고 계산되는 부분을 곱이라는 계산방식의 약속을 통해 2 × 6=12로 약속하고 하나의 표를 만들어 외운 겁니다. 반복되는 수의 합은 곱으로 표현한다는 이해를 바탕으로 구구단을 외운 겁니다.
수학을 잘하고 못 하고를 떠나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우선 이해를 바탕으로 빠르게 써먹기 위해 외우는 겁니다. 그런데 암기를 하지 않고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를 풀겠다며 매번 더하기로 문제 푸는 모습을 상상해 보신다면 답답해서 못 견딜 겁니다. 구구단이라고 하는 너무 간단한 예를 들어서 그렇지, 수학 학습의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또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어 보면, 기본 도형의 넓이 구하는 공식조차 외우지 않고 이해하겠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건 이해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외우기 싫다는 말을 에둘러하는 겁니다. 삼각형의 넓이 구하는 공식은 아주 간단합니다. ‘밑변 × 높이÷2’ 이 공식조차 외우기 싫어 이해하겠다는 핑계를 대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넓이 구하는 과정을 이해하겠다는 것은 보다 고차원적인 적분의 개념이 필요합니다. 기본 도형의 넓이 구하는 공식을 초등시절에 배우는 데, 이해를 하겠다(적분을 통해)는 생각 자체가 말이 안 됩니다. 물론 초등과정에서는 보다 쉬운 방법으로 설명을 합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초등생 편의를 위한 설명일 뿐이지 근본적인 이해의 과정을 거치는 건 아닙니다.
물론 수학의 모든 영역을 자세하고 완벽한 설명을 바탕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일 겁니다. 하지만 이때 암기 역시 상당히 유용한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수학을 배우는 모든 아이들이 수학자가 될 건 아닙니다. 다시 말해 학교에서는 수학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연구되어 정립된 방법을 써먹는 기술자가 되면 됩니다.
목수가 반드시 망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필요는 없습니다. 망치질을 어떻게 하면 잘할까만 우선, 고민해도 집을 짓는 데 무리는 없습니다. 그리고 정말 집을 제대로 지어 보자. 그래서 나에게 딱 맞는 망치가 필요하겠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 망치의 구조 등을 분석해도 늦지 않습니다.
암기가 귀찮고 싫어, 이해라는 장막 뒤에 숨는 수학 학습은 절대 발전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