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포기하지 마세요.
그렇다면 수학을 잘하려면 도대체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 우선, 필요한 역량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이라는 과목이 우리 아이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계산을 잘하는지 묻고 싶은 것일까? 아니다. 수학은 우리 아이들에게 관계를 볼 수 있는지 묻고 싶어 한다. 주어진 정보 사이의 관계, A와 B사이의 관계를 얼마나 잘 엮어 낼 수 있는지 혹은 풀어낼 수 있는지를 묻고 싶은 것이다.
단순 계산을 물어보는 것이 수학이라는 과목의 목적이라면 중, 고등까지 수학을 배울 필요가 없다. 수학자가 될 게 아니라면 사칙연산만 할 줄 알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전혀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계산이 목적이라면 수학은 초등시절에 배우는 것으로 충분하다. 고등수학 시작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방정식과 함수, 그리고 부등식과의 관계를 묻고 싶기에 우리는 초등을 넘어 중, 고등 시절까지 수학을 배우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수학 학습은 요원한 일일 것이다. 수학 학습은 계산이 목적이 아니라 관계를 알아 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대다수의 학생들이 눈 옆을 가린 경주마처럼 문제풀이에만 급급한 나머지 계산, 공식 외우기 등에 함몰되는 것이다. 관계를 볼 생각을 하지 않고 계산, 공식 외우기 등에 집중한 결과, 수학적 재능 혹은 수학 머리가 없다는 볼품없는 변명을 하며 나가떨어지는 것이다.(수포자가 되는 것이다.)
과연 수학 학습을 위한 역량은 무엇인가? 정말 진부하지만 수학 학습을 잘하려면 의지와 노력이 전부다. 의지와 노력이라는 뻔하고 뻔한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떠들었냐고 핀잔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이다. 분명히 타고 나는 역량의 차이는 있다. 사람이 다 같을 수는 없으니 누구는 누구보다 수학 습득 능력이 뛰어날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결국 수학적 재능과 수학 머리가 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거 아니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의 역량이라고 하는 건 좌뇌와 우뇌를 유기적으로 쓸 수 있는, 그래서 관계를 잘 볼 수 있는 그런 역량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단순한 수학적 재능 혹은 수학 머리로 치부해 버릴 수 있는 역량이 아니다.
이런 역량의 차이를, 쉽게 말해 다른 아이는 수학 문제집을 한권만 풀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나는, 우리 아이는 두 권, 세 권을 풀어야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건 의지와 노력, 그리고 끈기 밖에 없다. 수학적 역량은 단계 점프를 통해 성장한다. 요즘 퀀텀 점프(quantum Jump)라는 말이 유행이다. 퀀텀 점프라는 것은 간단히 말해 조금씩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인 단계에서 다음 수평적인 단계로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수학적 역량의 성장을 설명하기에 좋은 표현이다.
즉, 일정 시간을 들인 만큼 정비례해서 수학적 역량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양동이가 어느 정도의 크기인지 모르는 것이다. 얼마만큼의 물을 채워야 다 채워지는 건지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물을 채우다 어느 순간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건가 하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보통의 아이들이 이 시점에서 포기하게 된다. 거의 다 채워져 가는데, 내일까지만 채우면 가득 찰 텐데, 대다수의 아이들이 오늘 포기하는 것이다.
수학적 재능이 없다고, 수학 머리가 없다고, 생각을 할 만도 하다. 옆에 있는 아이는 문제집 한, 두 권이면 이해를 하는 데 나는 세 권을 풀어도 안 되니 너무나도 당연히 수학적 재능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한 권에 이어 두 권, 세 권만 더 풀면 나도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인데 그 끝을 알 수 없으니 단순하게 나는 저 아이에 비해 수학적 재능이 없다는 다소 안쓰러운 결과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 부분을 결국엔 수학적 재능의 차이가 아니냐고 계속 반문할 수 있지만, 단순히 수학적 재능의 차이라기보다는 근본적으로 사람은 다르다는 관점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누구라 할지라도 분명히 끝은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예를 든 것처럼 어떤 아이는 문제집 한, 두 권이면 될 일이지만 나는, 우리 아이는 세 권, 네 권 분량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확실한 끝이 있다는 것이다. 그 끝을 향해 가는 데 있어 필요한 건 진부하지만 의지와 노력이다.
‘수포자’라는 단어에서도 이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정말 수학적 재능 혹은 수학 머리의 유무의 문제라면 ‘포기’라는 단어가 쓰이지 않았을 것이다. 포기라는 것은 노력을 해보다 그만두는 것인데, 타고난 재능의 유무로 수학적 역량이 결정된다면 포기 이전에 노력조차 안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포기라는 단어에서 역설적으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수학 포기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