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젠 그런 농담도 편하게 주고받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선배가 하루에도 수차례 내 담배를 빌려가는 바람에 매일 새 담배를 사야 하는 것 따위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때 내겐 아직 어색하고 낯선 환경에서 내가 회사에서도 누군가와 편하게 대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점점 그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선배가 내 물건들을 빌려달라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주로 담배와 자동차였다. 이젠 내 물건을 가져다 쓰는 것에 스스럼이 없었다.
05.
나쁜 것은 그 선배도 형편이 어려운 게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차를 끌고 출근했으면서도 남의 차를 빌려달라고 하고, 담배 살 돈이 있으면서도 담배를 빌려 피웠다. 알고 보니 B 선배는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구걸을 하고 다니곤 했다.
오랫동안 그를 겪어본 사람들은 이미 손절을 한 상태였다. 그래서 주로 나 같은 신입들을 신규고객(?)으로 유치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무리에서 떨어진 내가 적격이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