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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 달 넘도록 주 6일 근무를 하고 있다. 주말 중 하루는 꼬박꼬박 출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는 최근에 있었던 업무분장 때문이었다. 인사이동으로 뜻하지 않게 부서에 공석이 생기는 바람에 내부적으로 업무 조정이 있었던 것이다.
서 과장님~
잠깐 저 좀 보실까요?
하루는 부서장이 다정한 목소리로 나를 불러냈다. 평소 사람을 몰아붙이고 다그치기만 하던 사람이.
- 미안하지만 이번에 이 과장이 있던 파트로 옮기는 건 어떠신가요? 혹시 내키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고민해봐야 하고요. 제가 강제로 이래라저래라 할 순 없는 거니까.
황당했다. 지금까지 무소불위의 권력을 마음껏 휘두르던 사람이 이제 와서 무슨 강제를 할 수 있니, 없니. 게다가 지금의 일에 겨우 적응할만하니까 자리를 바꾸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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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내심 미소를 지었다.
사실 부서장이 제안한 자리는 애초에 내가 원했던 자리였기 때문이다. 처음 이 부서에 올 때부터 말이다. 그러나 부서장은 인사결과와 달리 직권으로 그 자리에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사람을 앉혔고, 나에게는 가장 기피하는 일을 던져 주었다.
그때부터 지옥의 강행군이 시작된 것이다.
<자기들 맘대로 이런 답 없는 자리에 앉혀 놓고, 샌드백처럼 쳐대는구나.>
나는 격무에 시달릴 때마다, 부서장이 화를 낼 때마다 그런 억울한 심정이 들었다. 그런데 원했던 자리를 이렇게 순순히 내어주겠다니. 나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 부서장님 뜻이 그러시다면야...
난처한 듯 잠시 고민하는 척하다가 냉큼 승낙했다. 그렇다고 내가 맡게 될 일이 마냥 쉽고 행복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무슨 일이 생겨도 억울하진 않을 것 같았다.
<이 자리에 지원한 내 탓이려니...>
내가 한 선택이니까 그 결과도 내가 감수하면 될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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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일요일에도 출근을 했으니 주 7일 근무를 한 셈이다. 몸도 몸이지만, 6개월 사이에 새로운 일을 다시 배워야 하다 보니 정신적으로도 피로했다. 그럼에도 그 전과 같이 절망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나마 시간을 쏟아부으면 어떻게든 답은 나오는 일이라서 그럴까?
글쎄.
10년 전에도 그랬던 것 같다. 그때에도 나는 내가 지원하지 않은 부서에 발령받았었다. 아무도 가고 싶어 하지 않는 기피직위였다.
너라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랬어.
여기저기에 묻고 물어서 알아낸 인사발령의 이유였다. 인사권을 쥔 윗사람들이 부하직원들을 체스말처럼 여기저기 꽂아 넣은 결과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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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가기 싫어하는 자리는
다 이유가 있더라.
<혹시나> 해도 <역시나>라니까.
한 선배가 했던 말이다. 나 역시 동의한다. 실제로 일을 해보니 내가 간 자리를 왜 그렇게 사람들이 기피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만큼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나를 왜 그곳에 보냈는지도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정말 잘 해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첫 1년 동안은 꼴이 말이 아니었다. 새벽에도 풀리지 않는 업무 때문에 잠이 깨곤 했으니까.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가장 괴롭힌 것은 따로 있었다.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
그 자리에 오는 것에 내 선택권이 전혀 없었다는 것.
업무에 적응하기까지 약 2년 동안은 그렇게 계속 억울해하면서 살았었다. 반대로 그것이 지금 내가 <할 만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쩌겠어.
어차피 내가 선택한 일인 걸.
윗 사람들은 알까? 그 최소한의 선택권이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비록 군소리 없이 시키면 시키는대로 움직여야 하는 체스말들일 뿐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