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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밍 Jun 22. 2021

문화재단 월급, 시원하게 말해본다

문화재단에서 받은 내 작고 소중소중한 월급


대학교(예대)를 졸업하기 전 가까스로 취직한 밍밍, 주 40시간을 일하고 받은 첫 월급은 120만 원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 조기취업을 했고, 내가 문화를 직업 삼아 첫 직장을 잡았던 시기는 2012년이다.

아무 경력이 없던 쌩신입이기에 월급 자체에는 큰 기대가 없었다. 기억을 돌이켜보면 계약서 작성도 하지 않고 무작정 일을 시작했던 나의 첫 월급날인 20일이 다가왔다.


[띠리링] ○○○○님에게 1,160,000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세전 120만원이라... 내가 첫 직장을 잡았던 시기는 2012년이다. 주 40시간을 근무했고 자그마치 10년도 더 지났기에 이렇게 작아 보이는 거겠죠? 아마도 물가 문제인거죠?


으응?
통계청 화폐가지 계산기 http://kostat.go.kr/incomeNcpi/cpi/cpi_ep/2/index.action?bmode=pay


물가 문제가 아니잖아! 그렇다, 오늘은 문화판을 지배하고 있는 "중소기업만도 못한 급여"를 받았던 나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3년 전까지 문화계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사회를 전반적으로 지배하던 대표적인 키워드가 있다.

취미, 교육, 생계, 문화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자리 잡은 열정 페이는 "예산절감"이라는 철벽 방패를 등에 업고 사회 전반적인 문화로 자리 잡게 된다. 빠른 확산에 큰 역할을 했던 것이 정부/공공기관이 한 몫했다고 본다.


2020년 기준 내가 속해 있는 자치구 문화재단의 규정에 따르면 자문 회의비는 3시간(최대)에 20만 원 이하로 지급하게 규정되어 있다. 자문을 구하는 사람의 역량과 다양한 경력을 반영하지 못한 적은 금액이다. (참고로 별도의 교통수당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귀찮은 행정절차를 자문위원님께 요청해야 한다)


이런 열정 페이의 역할에 가장 빠르게 물들게 된 건 내가 몸담고 있는 문화 분야였다. 주관적인 시각으로 이런 현상에 대해서 해석본다면 전문가와의 애매한 교접점이 하나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자면 20년간 취미로 기타 연주를 하다가 최근 퇴직 후 악기 레슨을 하는 개인이 있고, 기타를 전공하고 학부를 졸업한 개인이 있다고 보자. 과연 누가 전문가일까? 이런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일부 사람들이 작은 사례금으로도 다양한 공연에 출연하며 개인적인 만족을 얻는 동안 예술을 생업으로 하는 몇몇 사람은 공연기회를 위해 기꺼이 본인의 페이를 줄인다. 전반적인 문화계의 페이pay를 내리게 되는 치킨게임을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이다)

 

치킨게임 이미지출처https://m.blog.naver.com/jiyoungs1112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야기하자면, 처음에 받은 120만원은 작은 공연단체에 계약직 인턴으로 근무했기에  작은 금액이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경력이 더 쌓인다면 이것보다는 나은 삶을 살 수 있으리...


그 이후 광역 단위의 문화재단에 계약직으로 취직하여 받은 월급은 아래와 같다. 그 당시 최저시급이 135만원가량으로, 그것보다는 약 30만원정도 상회하는 금액이었다. 1개월에 175만원, 2017년임을 감안해도 수도권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출자출연(준공공)기관에서 받는 월급 치고는 굉장히 소소하다.

월세, 공과금, 보험, 핸드폰요금을 빼면 저축할 수 있는 돈은 20만원 내외


역시, 연차가 낮아서 그렇겠지 하며 약 12개월의 계약이 종료된 후 또 다른 시군급의 문화재단에 계약직으로 몸 담게 된다. 크게 차이 나지는 않지만 약 185만원 가량으로 그전에 다닌 재단보다는 조금 올랐다!

조금 올랐다!
예스 예스 예스!

그리고 대망의 문화재단 정규직 취직 후 받은 급여는 월 단위로 나누면 월평균 대략 240만원선이다. 물론 상여와 수당, 복지포인트를 영끌한 월급이다. 내 나이 30대 중반 문화재단 경력만 5년차, 드디어 연봉 삼천 따리가 된 것이다. 하지만 2021년 생활임금으로 계산해 보았을 때 급여 차이는 고작 21만원 차이이다.

2017년에도 30만원차이, 2021년에는 오히려 최저임금(생활임금)과의 격차는 줄었다. 나의 5년 경력은 헛물이었나?라는 의문이 든다.


※해당 급여액은 필자가 근무했던 문화재단에서 실제 원천징수된 급여를 바탕으로 작성했으며, 개인의 경력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참고용으로만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단순히 금액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 문화재단에 입사하기 위해 나 역시 70:1에 가까운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다. 나와 함께 경쟁했던 동료들 중에서는 국내 유명대 예술경영 석·박사를 수료한 사람도 있었고, 해외 유학파도 있었고, 짱짱한 논문을 쓴 사람들도 많았다. 경력 1년 이상의 문화재단 직원을 뽑는 데 있어서 필요 이상의 역량과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요구하고, 문화재단은 그에 대한 합리적인 대가를 지급하지 못함에 대한 불편함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실제로 근무하면서도 1년의 경력을 가진 뉴비들에게 필요 이상의 업무량과 업무가 배정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계약직으로 근무할 때에는 1인 1 사업을 운영하면 됐지만 정규직으로 입사한 뒤 연간 3~5개 사업이 한꺼번에 돌아갔다.

작은 기본급과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문화재단은 공무원 임금인상률도 못 따라갈 때가 태반이다.(급여인상안 올리면 의원들이 난리가 난다.) 나 역시 문화재단은 문화판에 있는 안정적인 직장이라 생각했으나 문화는 헝그리 하다는 정신은 여기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작다 못해 하찮은 내 월급,

문화에 대한 열정과 애정으로만 만족해야 하는 걸까?

매월 20일 월급날, 작고 하찮은 월급은 내 통장을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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