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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주 Jul 15. 2022

아이가 인사를 잘한다는 칭찬에 우쭐했던 나를 반성하며

내면을 볼 수 있는 엄마가 되길 바라며



어렸을 때 어른들이 왜 그리 인사에 대해서 강조했는지 그 때는 알지 못했다. 인사는 어른이 먼저 할 수도 있는거고 내가 왜 굳이 먼저 나서서 고개 숙여가며 '안녕하십니까' '고맙습니다' 따위의 말을 해야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타고나길 내성적인 성격이기에 유독 인사에 거부감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런것인지 나도 어느날부터인가 아이들이 인사하는 모습이 참 예쁘게 느껴졌다. 아이를 낳고부터는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아직 어린 내 아이를 안고서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한 어린이집 앞에서 아이가 선생님한테 꾸벅 인사를 하면서 "안녕히 계세요" 하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깜찍하고 예뻐 보이던지! 


그 때에서야 어렸을 때 어른들이 왜 그리 인사하라고 인사해서 손해볼 것 없다고 강조하셨는지 알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그 아이가 예뻐보였고 아마 나와 가까운 사이였다면 뭐라도 하나 더 해주고 싶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인사하는 그 모습에서 가정교육이 참 잘 되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30대 초반인 내가 벌써 이런 생각까지 하다니 기가 차고 이게 중년이 되가는건가 착잡한 생각도 들었지만 아이들이 인사하는 그 모습이 예쁘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아이를 몇년 더 키우다보니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아이가 밖에서 하는 행동과 집에서 하는 행동은 다를 때가 많다. 아이도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하고 기관에서와 집에서가 다르고 어른들과 있을 때 또래와 있을 때 또 다르다. 나도 아이를 기르다보니 아이들에게는 다면적인 부분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수년간 몸으로 부딪히는 육아를 하면서 나의 가치관들이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 사실 내 아이는 인사를 잘 하는 아이지만, 인사를 잘 하지 못하고 어른들을 피하는 아이를 보면서도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인사하는 모습으로써 아이를 판단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아이를 키우면서 차츰 더 깊이 느끼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 나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다. 나는 아이들과 나보다 어린 청소년들을 사랑해주고 이해해주어야 할 어른이다. 어른으로써 나에게 인사하는 아이를 편애하지는 말자. 나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 어린 아이가 있더라도 그 아이의 인성에 대해 함부로 미루어 짐작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런데 며칠 전 아이와 함께 간 놀이터에서 우연히 아이 친구와 그 부모님을 만났다. 우리 아이는 원래도 인사를 잘 하는 편이라 그 날도 꾸벅 고개를 숙이면서 "안녕하세요" 하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고 그런 우리 아이를 보면서 친구 부모님께서는 감탄하셨다. 그리고 친구 부모님께서 간식을 건네시자 내 아이는 "고맙습니다" 하고 받아먹는 센스까지 보였다. 그러니 친구 부모님께서는 더더욱 놀라시며 "정말 인사를 잘 하네요. 어떻게 가르치셨어요?" 하고 묻기까지 하셨다.


갑작스런 칭찬에 어색해진 나는 별다른 대답은 하지 못하고 얼버무리고 이내 놀이터에서 헤어져 집으로 오긴 했으나 그 칭찬은 생각할수록 기분이 좋았다. 부모가 되면 내가 칭찬받는 것보다 아이가 칭찬받는 것에 더 으쓱한다더니 그 기분이 이런 것인가 싶었다.




그렇게 우쭐한 기분을 몇 분간 느끼고 집에 왔는데 신발을 벗어두고 집에 들어가 간식을 먹는 아이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섯살까지 이 아이에게 신발을 벗기는 법, 간식을 먹는 법 이런 하나하나 가르치는 것이 다 일련의 과정이었고 인사도 그 중 하나였을 뿐인데 난 무엇 때문에 그렇게 우쭐했을까 하고 갑자기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도 남에게 보기 좋게 아이를 만드는 것에만 치중하는 엄마였구나 하고 잠시 반성을 했다. 그리고 그 날 생각했다. 내 아이의 다른 장점이 무엇이 있을까. 내 아이는 사랑한다는 말을 잘 하고, 누구와도 잘 어울리고, 동물과 식물들을 아낄 줄 안다 또 서운한 일이 있어도 금방 잊어버리고 '괜찮아' 라고 말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갖고 있다. 내가 자랑스러워 해야 하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인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른들의 말이 틀린 건 없었다. 인사 잘해서 손해보는 것 하나 없고 인생의 지혜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만 생각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아이 성격은 수백번도 더 바뀐다고 한다. 아이가 지금은 인사를 잘 하는 착한 어린이일지 몰라도 사춘기를 지나며 삐딱선을 탈 수도 있고, 성인이 되면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때도 나는 내 아이의 내면을 봐주리라, 내 아이가 남에게 보기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더라도 나만은 내 아이를 이해해주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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