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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Mar 06. 2022

무슬림 친구에게 돼지고기 준 무지함

페페로니가 고기였지? 참!




"피자 주문할 건데 어떤 걸로 먹을래?"

"나는 페타 치즈, 나는 마르게리따, 나는 페페로니, 나는 하와이안!"


오늘은 별이의 11번째 생일이다. 지난 4년간 남아공에 와서 한 번도 친구들을 불러 생일 파티를 해준 적이 없었다. 친구들의 생일에 초대를 받아 선물을 들고 가기를 여러 번, 별이는 자기 생일에도 친구들을 초대하고파 했다. 그러나, 친구들을 집에 부를 수 없는 상황이었고 밖에서 파티를 하려면 생각지 못한 지출이 커져서 고민하며 내년엔 해줄게를 4번이나 반복했다.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해주겠노라고 약속했다. 3월 5일. 날짜가 다가올수록 어떻게 약속을 지켜야 할지 고민이 깊었다. 여기에서는 한국에서처럼  친구들을 불러 파티하고 장난감을 펼쳐준 뒤 자, 너희들 끼리 재밌게 놀거라 하는 문화가 아니다. 적어도 초등학교 때까지는 집에 부르면 파티 안에 재밌는 프로그램을 하나씩은 넣어줘야 한다. 밖에 나가면 놀거리와 먹거리를 함께 제공해줘야 한다. 집에 불러 파티, 밖에 나가 파티 뭐를 해도 상관없지만 최대한 힘들지 않게 지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솔직히 파티 전에는 한국음식을 만들어서 먹이네마네, 김밥을 말아말어, 잡채와 불고기도 할까 말까 하며 고민을 했지만 생일이 다가올수록 그건 못하겠다 싶었다.

결국, 인터넷을 뒤져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 장소 몇 군데를 알아봤고 인터넷 할인가로 99 란드에 신나게 땀 흘리며 뛰어놀 수 있는 바운스를 예약했다. 별이 친구 동생까지 초대해서 총 8명 분을 한국 카드로 계산했다. 이제 당일에 먹을 물과 음료 식사 대용으로 1인용 피자를 준비해 각각 들려 집으로 보낼 계획까지 깔끔하게 정리했다.


생일 당일이 되었고,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손목에 팔찌 하나씩 채우고 체크인을 하려는 순간 직원이 나에게 420 란드를 더 내야 한다고 말한다.

"WHAT?  나 이미 다 돈 계산 끝났는데?"

알고 보니, 인터넷에서 할인하는 가격은 125cm 이하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가격이었고, 125cm 이상 아이들은 1인단 170 란드를 내야 한다는 거다. 예상에 없던 지출이다. 순간 식겁했지만, 최대한 이해하려 했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카드를 내밀었다.  

'그래. 뭐 어쩔 수 없지. 재밌게 놀라고 하자. 근데 1시간에 170 란드는 너무 비싸잖아. 몇 달 전에는 분명히 프로모션 가격 있었던 거 같은데... 비싸도 1인당 120 란드였던 거 같은데, 170은 너무 비싸잖아?'

카드 계산을 하면서 속으로 오만 잡다한 말을 쏟아내면서 1년에 한 번인 딸 생일, 4년 만에 열어주는 생일, 기분 좋게 열어주자 마음먹었다.


아이들이 들어가서 10분쯤 됐을까. 같이 있던 별이 친구 엄마가 나를 다급하게 찾는다.

"아디나가 다리가 부러졌대!"

순간 기절할 것 같이 놀라 긴치마를 한 손에 쥐어 다리 위로 올리고 걸음을 재촉했다. 바운스 장 아래 점프하는 공간까지 직원은 나를 데려갔고, 아디나는 앉아서 직원에게 얼음찜질을 받으면서 울상을 짓고 있었다.

 3미터 정도 되는 높이에서 점프하고 착지를 하면서 아래 에어 바운스에 엉덩이로 착지를 해야 하는데 리로 딛었나 보다.  모습을 보는 순간 내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브로큰,   슈얼, 스프레드'   단어에 심장이 벌렁거렸다. 내가 초대했는데, 큰일 났다 싶었다. 뼈가 부러진 건지, 삐었다는 건지 확인하기 위해 직원에게 재차 물었고, 직원은 아디나  상태를 설명하며 살짝   같다고 했다.  순간 맥이 풀리면서 안도했다.

하마터면  깁스뻔했다. 엄마 달려오고, 아빠 달려오고, 결국 아디나는 free ticket 받았지만, 가기 싫어 끌려가는 외양간 소처럼 눈물을 뚝뚝 흘리며 집으로 갔다.  미안함과 당혹스러움, 괜히 불렀나 싶은 마음이 섞여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마무리가  됐지만, 아디나가 다쳐 신나게 놀던 아이들이  같이 몰려 앉아 시간을 20분가량 흘려보낸  아쉬워졌다. 1시간 이용권인데 20분을 소비했으니 아이들은 40분밖에  놀게   아닌가, 어쩔  없다 생각했다.

그때, 직원이 나를 찾더니 아이들에게 새 팔찌를 주겠단다. 이미 20분 넘게 소비했고, 아이가 다쳤으니 시간을 더 충전해 주겠다는 거다. 170 란드 지불한 게 아깝지 않을 정도로 희소식이었다. 1시간 이용권으로 2시간을 놀았으니 나도 아이들도 만족스러웠다. 집에 간 아디나도 괜찮다는 연락이 왔고, 다음번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문제가 하나 더 남았다.

아이들이 집에 가는 시간에 맞춰서 들려 보낼 계획으로 미리 주문받아 사온 피자가 식고 있었다. 외부 음식을 안에서 먹을  없는 문제와, 1시간 이용이 늘어나면서 식고 있는 피자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하필  그때, 배고프다며 아이들이 하나  가오고 있었다. 결국 카운터 밖에 있는 의자에 나가 각자 스몰 피자 한판씩 받아 들고 먹기 시작했다.

그때, Enam 엄마가 피자를 들고 나에게 찾아왔다.

"이거, 포크 페페로니야. 우린 돼지 안 먹어."

알고 있었다. Enam 엄마는 무슬림이고, 돼지고기  먹는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Enam 페페로니를 주문했고, Enam 엄마는 당연히 Beef peperoni 주문했다고 생각한 다. 나와 남편은 페페로니는 돼지고기나 소고기가 아니라 Ham 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던 거였다.

순간 무척 당황스럽고 미안했다.

"나는 피자, 내 피자 달라고! 내 피자."

이제 6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는 자기 피자 내놓으라고 울상을 지었다. 미안한 마음에 얼른 바운스 장 안에 있는 음료 파는 곳으로 향했지만 만들어 놓은 샌드위치도 머핀도 다 팔리고 없었다.

우리 가족은 기독교, 그녀의 가족은 무슬림, 그리고 나는 그들의 종교를 비난할 마음이 없다. 별이 친구 중에는 무슬림도 있고, 힌두교도 있다. 기독교도 있고 천주교도 있다. 그저 그들이 돼지고기를 안 먹는 걸 알기 때문에 미리 의사를 물어 맞춰주어야 한다. 그 탓에 미리 아이들이 원하는 피자 종류를 물어 주문한 거다. 페페로니를 주문할 때만 해도 그게 돼지고기인지 소고기인지 물어보지도 않았다. 피자헛에서 피자 주문하는데 한 번도 비프 페페로니, 포크 페페로니 달라고 주문해본 적이 없어서 그냥 햄은 햄이지 고기라는 생각을 순간 못했던 거다.

그저, 아무 생각 없었나 보다. 맙소사... 이렇게 무지할 수가...

하나는 생각하고  둘을 생각을 못했다니, 이렇게 민망할 때가 없었다.


매우 미안한 마음에 피자헛 피자는 아니지만, 아래 있는 슈퍼에 가서 마르게리따 피자를 주문해서 하나 쥐어주고, 초콜릿까지 한 상자 사서 주면서 미안한 마음을 달랬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얼마나 미안하고 마음이 무거운지, 꼭 기억하겠다고 말하면서 마무리가 됐다.




1 2. 이사도 했고, 비자 신청  여러가지 일로 매우 바빴다. 지난  주도 갑자기 처리해야  일들 탓에 별이 생일 날짜가 이렇게 성큼 다가왔는지 생각을 못했다. 작년까지는 풍선에  장식 하나라도 해줬는데 올해는 장식도 못해줬다. 보통   저녁에 미리 미역국도 끓여놓는데 올해는 미역국도 잊었다. 아침에 엄마가 미역국 끓여줬냐는 수화기 너머스피커폰으로 들리는 시아버지 목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소고기도 고, 냉동실에 있던 바지락 6 남은 넣고 부랴부랴 미역국을 끓였다. 받고 싶다던 선물 찾으러  군데를 돌아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해 터덜 터덜 들어왔다. 밖에서 점심 해결하고 저녁시간이 되기 전에 케이크 하나 사고 들어왔는데, 생일 초가 없다.

아이고, 오늘 일진이 왜 이럴까, 미리 준비 안 한 엄마 탓이다. 마트는 이미 문 다 닫았고, 살 곳이 없다. 아쉬운 마음에 집에 있는 생일초 5와 8 숫자 하나씩 꼽아서 생일 축하를 하고, 사진을 편집해주겠다고 하니 그러면 되겠다며 박수를 치는 착한 별이 앞에서 미안함이 커졌다.

친구들이 준 생일 선물을 풀어보며 이번 생일은 친구들 초대하고 선물도 많이 받아서 행복하다는 별이는 다 괜찮다고 한다.  

머나먼 이 땅에 따라와 잘 적응해주고, 착하고 예쁘게 잘 자라주어 감사가 깊은 날이다.




다음번엔, 오늘 있었던 일들을 거울 삼아 페페로니는 꼭 챙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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