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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May 21. 2022

제발 이것만은 참아줘

아프리카 식당 예절과 문화 



세상을 살면서 이것만은 좀 안 해줬으면 하는 행동이 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피해를 주는 행동

눈치를 주는 행동

음식 먹는 자리에서 하는 더러운 말과 농담 그리고 신체적으로 어찌 방어할 수 없는 생리현상

상처 주는 행동

이기적이고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모습

폭력과 불합리한 행동

일부러 만들어 낸 오해와 파문




그 밖에도 무수히 많은데 오늘은 외국에 살면서 다른 식사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사실, 이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은 아니다. 문화를 이해하면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남아공에 와서 처음 음식점에 갔을 때 다른 문화 때문에 불편함을 겪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물론 지금도 가끔은 불편하지만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다. 또한 그러려니 하기도 한다. 식당에 갔을 때 놀란 점이 2가지 있다. 한 가지는 팁 문화였다. 외국 식당 혹은 주차서비스 등 팁 문화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음식값의 10%는 기본으로 줘야 하는 팁 문화에 적잖게 당황했다. 남아공 생활 초반에는 음식점이 비싸서 잘 가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어느 식당이 맛이 있는지도 몰랐다. 조금만 비싸도 생활비에 큰 타격이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 재료를 사다 집에서 만들어 먹었다. 덕분에 한식, 분식, 중식, 양식, 일식, 아프리칸식, 제빵까지 안 해본 음식이 없다.

내가 먹고 싶을 때뿐 아니라 가족 중 누군가 "아... 그 음식 먹고 싶다." 고 하면 그 주 안에는 두 팔 걷어 부치고 만들어 대령했다. 제법 요리도 많이 늘었고, 시간도 단축됐다.


그래도,

남이 해준 음식이 제일 맛있는 법.



약속이 있을 때나 밖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할 때는 음식점을 찾아간다. 한국처럼 선택의 폭이 많지는 않지만 곳곳에 숨은 식당에 가보는 재미도 있다. 지인들을 통해 한 군데씩 알게 될 때면 보물을 찾은 기분도 든다. 물 한잔도 사 먹어야 하는 외국 땅에서 셀프로 물을 가져다 먹을 수 있는 한국음식점이 종종 생각났다. 이곳에는 한식당이 많이 없을 뿐 아니라 한식당 가본 적에 5손가락에 꼽힌다. 한 3번 가본 것 같다. 가격도 비싸고 차라리 만들어 먹지라는 마음이 더 강해서다. 질도 중요하지만 다섯 식구를 위한 양도 중요한 탓이다. 여하튼, 처음 갔던 현지 음식점은 피자집이었다. 피자집에 앉아서 음식을 먹는데 주문을 받는 직원이 따로 있고, 서빙을 하는 직원이 따로 있었다. 테이블 구역별로 담당 웨이터가 있는데 서로 자기 담당 자리 쪽으로 앉으라며 호객행위를 하기도 했다. 인원수가 많을수록 음식을 많이 시킬 거고, 음식수가 많을수록 팁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Still Okay?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며 눈을 마주친다.

아직 괜찮냐고? 여전히 괜찮냐고?

처음 남아공에 왔을 땐 영어 단어 뜻도 제대로 모르는 게 투성이었다. 식당에서 쓰는 용어들이 따로 있는데 그 의미도 제대로 몰랐지만 대충 어감상 "오케이" 하고 외쳤다. 식사를 하는 동중 직원이 여러 번 다녀 간다. 대체 몇 번을 다녀가면서 자꾸 묻는지 대화하면서 식사하는 도중 자꾸 와서 말 시키는 게 영 불편했다. 게다가 테이블에 앉은 사람 모두가 식사 중인데 자꾸 빈 접시를 가져간다.


"뭐야? 빨리 나가라는 거야? 뭐야?"


한국에서는 고급 레스토랑이나 한식당에서 새 음식이 나와야 하는 상황이 아니고서야 식사 도중 접시를 가져가는 일이 드물었다. 뭐 고급 레스토랑은 많이 가보지도 못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당황스러운 건 계속됐다.

식사가 다 마칠 때까지 계속 와서 물었다.


Sill busy?


나보고 왜 자꾸 바쁘냐고 묻는지 참 이해가 안 갔는데 , 대강 "아직 식사 중이세요? " 이런 뜻이다. 콩 한쪽 남아 있는 상태에서 Still busy라고 하면 접시를 안 가져간다. 그리고 수시로 와서 접시나 잔이 비었는지 확인을 하고 비었으면 얼른 가져간다. 한편으론 지저분한 접시를 깨끗하게 치워주고 좀 더 쾌적한 식탁에서 대화도 나누고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좋다. 그러나 가끔 마지막 음식을 입에 넣자마자 가져가는 행동은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얼마 전 나와 남편은 스페셜 아침을 먹으러 갔다. 아메리카노 1잔과 에그 스크램블, 럼프 스테이크 작은 2쪽, 베이컨 3줄, 호밀빵 1장에 50 란드인 스페셜 아침이었다. 50 란드면 현재 한화 4천 원 정도 되는 가격이다. 이 가격에 이 구성은 여기밖에 없다. 이거 먹으러 30분 거리로 차를 몰고 갔다.

그날 어떤 남자분이 대각선 자리에 앉아 혼자 Breakfast를 즐기고 있었다. 딱 보아도 마지막 한 조각 남은 음식을 먹을 찰나였는데 입 속에 넣자마자 마치 갈매기가 먹이를 낚아채 가듯 직원이 접시를 가지고 갔고, 그 남자분은 빈 식탁에서 아직 삼키지도 못한 음식을 씹고 있었다. 별거 아닐지 모르지만 그날 그 광경은 상당히 거슬렸다. 직원을 불러서 좀 더 기다렸다 가져갈 수는 없냐 묻고 싶었을 정도였다.


남아공에서 산 지 5년 차다. 다른 문화에 살면서 적응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적응이 되는 일이 있고, 아무리 적응해보려고 해도 도무지 적응이 안 되는 일이 있다. 하나는 식당 문화와 예절이고, 하나는 정전이다. 지금도 정전된 상태에서 저장되지도 않을 것을 같은 글을 쓴다. 얼른 복사해서 옮겨야겠다. 식당 문화와 예절은 이제 좀 익숙해질 만도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식사 중에 자주 오는 게 불편하기도 하다. 한두 번 매니저가 다가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하나, 여러 번 오는 직원의 방문은 대화의 흐름을 끊기도 하고, 마치 얼른 먹고 나가라는 것 같은 눈치일 때도 있어서 불편하다. 몇 주전부터 그 남자의 모습을 보며 식당 직원들이 그러지 말았으면 했던 메모가 오늘 질문과 딱 맞아떨어졌다.





일상의 모든 경험과 시선은 글감이다.

덕분에 오늘도 한 편의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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