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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기정 Apr 01. 2024

[에세이] "프리랜서 작가는 이런 일을 합니다"ep.5

시나리오 작업 ep.5


(ep.4에서 이어집니다)


ep.3과 4에서 했던 것처럼 인물 설득력 줄기를 만들고, 세부 사건 사고 설득력 줄기까지 만들어 그 둘을 엮으면 작업은 얼추 끝나간다고 볼 수 있다. 이전 설득력을 만드는 작업에서 작업물을 몇 번이고 반복해 읽으며 다듬는 과정을 거쳤으니, 이 시점에서의 작업물은 이미 완성본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이 완성본을 의뢰자에게 보내주기 위해 포장만 하면 된다.


포장이라고 했지만 어려울 건 없다. 쉽게 말하자면 "생산물" 보다는 "작품"에 가까워 보일 수 있게 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냥, 보기 좋게 만드는 거다. 이 과정까지 왔다는 거는 작업 자체가 마무리만을 앞두고 있다는 말이기에, 여기서는 사소한 부분들만 추가하고 작업을 완전히 끝마칠 수 있도록 한다.


사소한 부분들은 작업물의 종류나 분량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대략 다음과 같다. 우선 완성본의 분량 페이지 수가 많다면 페이지 구분을 도와주는 페이지 숫자 삽입을 하고, 각 문단 별로 소제목과 작성 의도, 간략한 한 줄 설명을 추가한다. 그런 다음에는 완성본의 마지막 부분즈믐에 의뢰자에게 전하는 말을 추가한다. 이를테면 수정 요청을 하면 바로 수정을 해서 다시 보내주겠다거나, 작업물을 읽고 궁금한 점이 생기면 바로 질문을 해달라는 등의 내용이다. 그리고 역시 빠질 수 없는 오탈자 확인, 문맥 수정까지 빼먹지 않고 완수한다.


이렇게 하면 작업이 드디어 끝난다. 물론 작업"만" 끝난 거지 아직 수정도 하지 않았고 결제도 하지 않은 상태이다. 의뢰자에게 작업물을 보내고 의뢰자가 이를 확인한 뒤 다시 피드백을 보내주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보통 2시간 내외이다. 의뢰자 개개인마다 글을 읽는 속도나 이해하는 속도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것을 잘 알고 있기에 의뢰자의 피드백이 늦어지더라도 의뢰자를 재촉하지 않는다. 사실 작업이 끝나면 녹초가 되어 드러눕기 바빠서, 의뢰자의 피드백을 받더라 해도 바로 수정을 해서 보내줄 여건이 아니다.


아무튼, 그렇게 완성본을 보내면 의뢰자의 피드백이 담긴 대답은 다양하게 돌아온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대답들을 나열해 보자면 우선 나의 완성본에 대한 감탄이나 칭찬을 해주는 경우, 아니면 그런 말 없이 수정이 필요한 부분을 정리해서 보내주는 경우 등이 있다. 


첫 번째 경우에는 당연한 말이겠지만 기분이 좋아진다. 작업을 하며 쏟았던 노력과 시간이 큰 보람의 파도가 되어 돌아오는 기분이랄까. 입꼬리가 한없이 올라가곤 한다. 그리고 두 번째 경우에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오히려 좋다면 좋다. 고객이 나의 작업물을 그만큼 세심하게 읽어보았다는 말이자 내 작업에 빈틈이 있음을 너그럽게 지적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력을 한 입장으로써 감동적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수정 요청을 받아주고 외뢰자가 만족을 해 구매 확정을 하면 최종적으로 결제까지 끝난다. 이렇게 작업이 완전히 끝나면 이후에는 의뢰자가 남긴 별점을 확인하고 리뷰에 대한 답변을 달고, 수익 입금 신청을 한다. 그러면 보통 1일 이내로 돈이 입금된다. 


이렇게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을 대략적으로 소개했는데, 아무래도 글로 작성하는 설명인지라 빼먹거나 간략하게 줄여서 언급한 부분도 적지 않다. 사실 나도 글쓰기나 외주 작업을 하는 법을 배운 적은 없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내가 프리랜서 작가 일을 하는 건 오로지 독학의 영역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 보니 내가 프리랜서 작가 일을 하는 방식을 타인에게 설명해 주는 게 쉽지 않았다. 배운 적이 있었다면 배운 내용을 그대로 읊어서 복사했겠지만, 그게 아니니까. 뭉뚱그려서 말하면 "하다 보니까 됐어" 정도까지 축약이 가능한 과정이었기에, 그것을 풀어내는데 결코 수월하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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