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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Oct 05. 2021

영양만점 사랑 듬뿍 '삼색 닭죽'

인생의 긴 여정을 함께 걷는 동반자가 있어 행복한 오늘입니다.

저녁부터 내린 비바람으로 아침 창가는 촉촉이 젖어들고 세찬 바람으로 고층 아파트의 창이 무섭도록 흔들립니다. 뿌옇게 흐려진 하늘이 몸도 찌뿌둥하게 만드는 것을 보니 오늘은 비가 많이 오려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가족들의 아침으로 닭백숙을 빙자한 '삼색 닭죽'을 만들어 볼 거예요. 삼계닭의 겉껍질과 기름을 모두 제거한 후 삶아서 닭다리는 소금과 고추장을 곁들여 그냥 먹고, 퍽퍽한 가슴살은 밑간을 해서 고명으로, 날개와 뼈 사이의 나머지 잔살을 골라 채소를 듬뿍 넣은 죽에 넣어 한소끔 끓여주면 맛있고 영양 많은 '삼색 닭죽'이 완성되죠.


동글이는 아기 때부터 닭다리만 먹었어요. 치킨을 시켜도 다리만 먹어서 시킬 때 다리만 주문해서 먹습니다.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동글이는 치킨을 시켜도 튀김옷을 다 걷어내고 살 부분만 먹어요. 그런 동글이에게 닭백숙은 안성맞춤이죠. 동글이가 어릴 때는 닭다리 2개, 조금 커서는 4개, 지금은 6개쯤 먹어도 죽을 먹을 수 있을 만큼 양이 늘었어요. 물론 삼계탕용 닭이 작긴 작죠. 그래도 10살 동글이의 닭다리 사랑은 누구도 못 따라가요. 덕분에 남은 세 식구는 닭다리를 맛볼 수 없어요. 막내를 향한 지극한 사랑으로 닭다리 욕심을 내는 동글이의 닭다리를 뺏어 먹는 가족도 없고 타박하는 사람도 없죠. 닭다리는 동글이 몫이라고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 같아요.


간편하게 만들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닭은 다양한 맛으로 식탁을 채울 수 있어요. 기름을 걷어 내 담백하게 끓이면 백숙, 살을 발라 쌀과 함께 끓이면 닭죽, 국물에 송송 썬 대파를 듬뿍 넣은 후 손질한 닭살 고명을 얹으면 닭곰탕, 토막을 내어 간장에 조리 찜닭, 감자를 넣고 매콤하게 양념해서 보글보글 끓이면 닭볶음탕... 집집마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변신하는 닭요리로 식탁을 맛깔나게 해 주는 닭은 친숙하고 착한 가격으로 몸보신까지 책임져 주는 효자 템이에요.


오늘 아침은 닭백숙을 빙자한 '삼색 닭죽'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함께 만들어 보실까요?



영양만점 사랑 듬뿍 '삼색 닭죽' 만들기



재료 : 6호 생닭 3마리, 마늘, 대파 뿌리, 대파, 뿌리가 있는 양파(껍질이 깨끗하면 그대로 넣어도 좋아요.), 월계수 잎, 통후추, 청양고추 2개, 소주


● 닭죽을 만들 거라서 한약재료는 넣지 않았어요. 아이들이 한약 향을 좋아하지 않아서 생략했습니다.

삼계탕으로 드실 때는 다시망에 황기, 오갈피, 당귀, 대추, 인삼, 말린 생강 등을 넣어서 끓여주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시중에 묶음으로 판매되는 삼계탕 한약재에서 이산화황이 기준치보다 30% 이상 초과 검출되었다고 해요. 중국산 약재가 많다고 하니 되도록 번거롭더라도 한약재를 따로 구입해서 필요에 따라 넣어 드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로운'과 같이 시작해 볼까요?
전처리부터 시작합니다!




이른 새벽 배송받은 생닭 3마리입니다. 닭은 냉장상태의 신선한 닭이 맛도 좋고 잡내도 없어서 좋아요. 냉동으로 얼리면 닭뼈가 검게 변하고 살도 수분이 빠져 거칠고 질겨집니다. 냉장육을 구입하신 후에도 냉장에서 1~2일을 넘기지 않고 조리 해 드시기를 권해드려요. 요즘에는 새벽 배송이 잘 돼서 새벽에 받아 아침에 바로 조리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우리 집 식탁을 위해 이른 새벽 수고해 주시는 기사님 감사합니다.)



집집마다 만드는 방법이 다 다르겠지만 저는 기름과 겉껍질을 모두 벗겨서 만들어요. 닭백숙뿐만 아니라 닭볶음탕이나 찜닭류를 할 때도 모두 제거해서 만듭니다.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제 취향이니 각 가정의 식성에 따라 손질하시면 될 것 같아요.


전처리 과정에서 사진을 찍지 못해 순서만 남깁니다. (음식을 만드는 손으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어요.)


1. 손질을 마친 닭을 깨끗이 씻어준 후 체에 밭쳐둡니다.

2. 곰솥에 절반가량 물을 넣어 팔팔 끓여준 뒤, 월계수 잎과 소주 반 병을 부어줍니다.

3. 2번에 손질한 닭을 넣어 후루룩 끓으면

4. 3번을 그대로 체에 밭쳐 물을 빼준 뒤

5. 닭을 찬물에 잔 기름 덩어리와 부유물이 없도록 깨끗이 씻어줍니다.

6. 세척된 곰솥에 [대파 뿌리, 대파, 양파(뿌리와 껍질까지), 월계수 잎, 통후추, 마늘, 청양고추(반 가르기)]를 넣은 후

7. 재료 위에 깨끗이 씻어둔 닭을 살점이 두꺼운 쪽이 아래쪽으로 향하게 담아줍니다.


● 음식점 같은 맛을 원하신다면 쌀과 찹쌀을 2:1로 섞어 다시망 절반 정도의 양으로 담아 함께 넣어서 끓여주세요. 다 끓은 후 다시망에서 익힌 밥을 꺼내면 찰진 찹쌀죽이 완성됩니다. 찹쌀죽에 닭 육수를 부은 후 대파 송송 넣어 드시면 닭곰탕처럼 드실 수 있어요.


8. 재료가 모두 물에 잠기도록 물을 부어준 후 끓여줍니다.


● 끓는 물에 소주와 월계수 잎을 넣는 것은 닭의 잡내를 잡고, 닭 맛을 달큼하게 해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우유에 30분 정도 담갔다가 요리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제가 해 보니 이 방법이 가장 간단하고 잡내도 더 잘 잡히는 것 같았어요. 각자의 방법이 있으니 참고만 하셔도 괜찮습니다.
● 닭볶음탕을 할 때에는 데칠 때 설탕을 한 국자(조금 많은 것 같죠?) 넣어서 데쳐주시면 닭에 단맛이 스며 졸였을 때 감칠맛이 더 납니다. 설탕은 미원을 넣은 효과가 있어서 닭볶음탕을 만들 때 물엿과 요리당을 사용하시더라도 설탕 한 스푼은 꼭 첨가해서 만들어보세요. 감칠맛이 더해집니다.




'삼색 닭죽'을 만들어볼게요.



1. 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중불로 낮춰서 30분 정도 끓여주세요. 불을 낮춰 푹 끓여주면 닭 육수가 우러나서 국물이 진해집니다.



2. 채소는 다지기를 사용하지 않고 칼로 다져서 손질해 주었어요. 다지기로 다지면 크기가 제각각이라 익는 속도가 달라서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더라고요. 오늘은 삼색으로 채소를 준비 해 두었어요. (양파, 애호박, 당근) 곁들이는 채소는 냉장고에 있는 어떤 재료도 상관없어요. 표고버섯을 넣으면 닭의 잡내가 사라져서 풍미가 좋아지고 더 맛있습니다.



3. 닭다리는 동글이에게 소금과 곁들여 챙겨주고 가슴살과 날개, 갈빗살만 남아있어요. 뼈와 살을 분리해서 잘게 찢어줄 거예요.



4. 가슴살은 보기 좋게 찢은 후 소금, 후추, 깨소금으로 밑간 해서 고명으로 남겨두고, 날개살과 갈빗살은 죽에 넣어줄 거예요.



5. 손질된 삼색 채소를 냄비에 넣어준 후,



6. 닭 육수를 부어서 한 소금 끓여주세요.



7. 밥은 맵쌀과 찹쌀을 2:1로 섞어서 전기밥솥으로 지어두었어요.



8. 보글보글 끓는 채소 닭 육수에 미리 지어 둔 밥을 넣어요.


● 닭을 삶을 때 불린 쌀을 넣어 함께 끓이는 방법으로 죽을 만들면 쌀이 물러져 씹는 식감이 없이 부드러운 죽이 되는데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아서 밥을 해서 국밥에 가까운 죽을 만들어줍니다.

하지만, 다시망에 불린 쌀을 넣어서 육수에 담가 끓여주면 식감도 살고 쌀도 퍼지지 않아서 찰진 맛을 느낄 수 있어요.
● 닭죽 만드는 법 세 가지
1. 닭 속에 불린 쌀을 넣어서 식당에서 파는 것처럼 만들기
2. 다시망에 불린 쌀을 넣어 닭과 함께 끓여준 뒤 다시망의 밥을 열어서 다시 한소끔 끓여서 만들기
3. 밥은 전기밥솥에 꼬들하게 짓고, 닭을 따로 삶아서 만들기



9. 보글보글 끓는 닭죽에 손질 해 둔 닭살을 넣어서 한소끔 끓여주세요.




10. 맛있게 끓여졌어요. 각자 간을 해서 먹어도 좋고, 미리 해 주어도 좋아요. 저는 소금과 후추로 살짝 밑간을 해 주었어요.



11. 밑간을 해 둔 고명을 닭죽 위에 얹어주세요.



12. 쟁반에 담아 김치를 곁들여 1인 식탁으로 준비해 주었어요.




창 밖을 촉촉이 적신  빗줄기



강한 바람이 불어 흩뿌리는 빗줄기가 창을 두드립니다. 창을 가득 적신 빗줄기로 날이 개었을 때 유리창도 깨끗이 닦여있으면 좋겠지만 먼지를 가득 머금은 빗줄기로 날이 개인 창은 빗줄기가 스치고 간 흔적이 남아 더 많이 얼룩지겠지요. 마치 인생살이 같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스쳐 지나가는 일들 중 아무것도 아닌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지나치고 말 것 같은 인연도 없습니다. 지나간 것들은 조금이라도 흔적을 남기지요. 남은 흔적이 기쁨일 수도 슬픔일 수도 있겠지만 경험으로 얻은 배움이 있다면 남는 장사입니다.




한 그릇 식탁을 좋아하는 가족들은 정성 가득한 '삼색 닭죽'을 한 그릇씩 맛있게 먹어 주었습니다. '맛있다!'를 외치며 한 그릇 뚝딱 먹어주면 한두 시간 서 있던 수고로움이 사르르 녹는 것 같습니다. '잘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다'는 이상한 논리가 이럴 때 작용됩니다. 내 배가 채워진 것도 아닌데 흐뭇함 때문에 배가 절로 부른 게지요.




비가 오고 있어서인지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남편과 연애할 때 제일 처음 함께 먹었던 음식이 '죽'이었습니다. 여의도에 있는 죽 전문 레스토랑이었는데 죽을 레스토랑에서 먹어 본 경험이 없던 제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죠. 지금은 본죽, 죽 이야기 등 죽 전문점들이 많이 있지만 그때만 해도 죽을 파는 곳이 흔치 않아서 사 먹은 기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죽이 갖춰진 음식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아플 때 엄마가 끓여준 흰 죽이나 단팥죽, 호박죽 그리고 닭을 삶았을 때 곁들였던 닭죽이 제가 알던 죽의 전부여서 레스토랑에서 접한 다양한 죽 메뉴들이 인상적이었죠. 남편이 시켜줬던 죽은 '버섯굴죽'이었습니다. 시금치와 버섯, 싱싱한 굴을 듬뿍 넣은 죽은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는 근사한 식탁이 되어주었습니다.


치과치료를 받던 중이라 죽 밖에 먹을 수 없다고 하니 데려간 식당은 지금도 여의도에 있습니다. 오랜 추억이 깃든 그곳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것도 추억 한 자락 여운으로 다가옵니다. 사실 죽이 앞에 놓이기 전까지는 웬만한 스테이크 맞먹는 가격에 놀라 속으로 괜히 왔다 싶었습니다. 음식이 나오고 풍성한 재료와 향에 취해 잠시 멈칫하다가 한 숟갈 떠서 입 안 가득 넣으니 버섯과 굴의 향이 적절한 간과 어우러져 입맛에 딱 맞았었죠. 그 이후로도 가끔씩 그 집에 죽을 먹으러 갔었습니다.



남편과의 추억이 깃든 버섯굴죽

 

죽도 맛이 있었지만 말하지 않아도 먹는 것이 불편할 것을 배려해 죽집으로 안내 한 그 마음씀에 가슴 한편이 따뜻하게 전해졌습니다. 어쩌면 첫 식사로 함께 한 따뜻하고 맛깔스러운 죽 한 그릇이 남편에게 스며들도록 해줬는지도 모릅니다. 남편은 기억할지 모르지만 함께 했던 그날, 한 그릇의 따뜻한 죽으로 마음까지 따뜻해졌던 그날도 오늘처럼 비가 왔었습니다. 비도 오고, 버섯 굴죽은 아니지만 온 가족 맛있는 한 끼로 나눠먹은 '삼색 닭죽'을 만들고 가족과 함께 나눠 먹으며 옛 추억을 소환해 보았습니다.


가슴이 벅차고 불타는 열정이 가득 찼던 사랑이 잔잔한 배려와 서로의 결핍을 따뜻하게 감싸 안으며 채워가는 사랑으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여전히 스물여섯의 그때처럼 사랑하고 있다'라고 오글거리는 말을 하진 않지만 그저 한 공간에 있음으로 전해지는 기운만으로 서로의 마음을 알고도 남습니다. 인생의 긴 여정을 함께 걷고 있는 동반자가 있어 행복한 오늘입니다.



함께하는 일상이 소중한 로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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