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생들은 입학식도 못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초중등까지 기초학력을 키우고 사회성 증진과 인성교육 위주의 교육을 받았던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는 순간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전혀 다른 '나' 임을 깨닫게 된다. 고등학교 문턱을 넘는 순간 곳곳에서 ' 입시'가 다가왔음을 알려주고 아이들은 긴장감으로 군기가 바짝 든다. 내 아이도 예외는 아니어서 입학 전 오리엔테이션(코로나로 인해 반별로 시간을 주어 안내 자료와 교과서를 지급받고 귀가)을 다녀오더니,
"엄마, 학교 곳곳에 '자랑스러운 OO인' , '정직, 배려, 창조' , '혁신학교 OO'라고 쓰여있어. 고등학교는 좀 다른 것 같아."
설렘과 긴장으로 고등학교 입학 준비를 했지만 3월부터 5월까지 아무런 지침도 없이 '기약 없는 대기상태'로 등교하지 못했다.
1학기 중간, 기말고사를 치러야 한다는 이유로 수업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험을 치렀고 고딩이들은 참담한 점수와 마주하게 되었다. 홀로 공부를 한다고 해도 중학교와 전혀 다른 유형의 시험 문제를 마주했고 고딩이들은 당황 했다.
"엄마, 아무래도 자퇴를 해야될 것 같아. 인서울은 멀리멀리 가버렸어. 완전 인생 Z됐다니깐?"
'그래, 그럼 학원이라도 다녀 보자' 싶어 등록을 했는데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가고 집합 금지로 학원도 쌍방향 수업으로 전환되어 집에서 수업해야 하는 현실이 찾아왔다. 그렇게 여름방학을 보내고 2학기를 맞았는데도 학교 현장은 큰 변화가 없었다. 고딩이를 키우는 전국의 학부모들은 당황했다. 학교 수업은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데 시험문제는 예년과 다름없이 출제가 되니 불안감 때문에라도 사교육을 찾을 수밖에 없는데 학원이라고 코로나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니 갈팡질팡 어지럽기는 매 한 가지다. 이 사태는 누구의 책임이랑 것도 없어 한풀이할 곳도 마땅히 없다.
2021년에도 여전히 코로나는 잠잠할 기색이 없고 고딩이들은 격주 등교와 비대면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전년도의 혼란을 경험한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그래도 1년의 경험으로 올해 작년보다 좀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학교 현장은 변화가 없다.
코로나로 비대면 수업이 시작되고 고딩이들은 야유를 보낸다. 학교에서 올려주는 수업 자료는 교과를 이해하기에 턱없이 모자란 과거의 ebs 영상이거나 유*브에 올려진 사교육 시장의 인강을 복사한 화질조차 떨어지는 영상들이었다. 교사들이 직접 찍어 올리는 영상은 그나마 낫다. 열정을 가진 교사들의 수업은 비대면이어도 아이들이 집중한다. 그런데 유료화 인강 수업을 선별해서 올리는 것도 아니고 유*브에 떠돌아다니는 영상을 수업자료로 올리는 것은 좀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고딩이들에게는 선택권도 없다. 그 강의가 도움이 되든 안되든 들어야 출첵이 되고 시간 안에 듣지 않으면 결과 처리가 되어 불이익이 있으니 듣지 않더라도 켜 두기는 해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간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드니 답답하다.
고딩이들은 분노 한다. 자신들이 찾아서 봐도 학교보다 더 나은 자료를 찾아볼 수 있는 MZ세대 인 고딩이들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현장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동시에 받다 보니, 주요 과목은 온라인 수업으로, 예체능 및 수행평가는 현장수업으로 받고 있다. 결국 국, 수, 영, 과 등의 주요 과목은 혼자 공부하고, 학교에 등교하는 일주일 내내 전과목 수행평가를 받으니 학교에 등교하는 일주일 내내 시험을 보고 있는 셈이다.
MZ세대는, 1980~2004년 출생한 M세대(밀레니얼 세대)와 1995~2004년 출생한 Z세대를 일컫는 말
2020년~2021년 1학기 종료 현재.
1. 고등교과를 홀로 공부하고, 2. 배우지 않은 내용으로 중간, 기말 시험을 치렀으며, 3. 대면 수업이 있는 주간에는 수행평가의 연속
인 생활을 1년 6개월째 하고 있다.
앞으로의 2학기와, 2022년은 변화가 있을까?
교육부는 여전히 현실감 없는 정책을 언론에 먼저 공표하고 학교 현장은 공문조차 받지 못하다가 공표된 내용을 뉴스로 먼저 접한다. 왕왕대는 여론으로 어지러워지면 했던 말을 번복하고 또 번복하기를 반복하고, 그에 맞춰 학교 현장에서 대비책을 세우면 일방적으로 취소되기도 한다. 전과목 쌍방향 수업을 하라고 공문을 보내면서 ZOOM 프로그램이 외국 거라는 이유로 자제하라고 한다. EBS에서 만든 화상 프로그램은 연일 서버가 마비되고, 구글을 사용하는 학교도 있으나 그런 논리라면 구글은 외국거가 아닌가?
일선 학교가 쌍방향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축되었는지, 부족하면 어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며 구축될 때까지의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에 대한 계획은 없다. 지원과 확보에 대한 계획 없이 주먹구구식 정책을 펼치니 학교는 학교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혼란이 거듭된다. 요점은, 1년 6개월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딩이들의 시간은 정해져 있다. 고1~고3 1학기까지의 성적으로 수시 원서를 접수하므로 앞으로 2004년생은 1년이면 대입에 대한 거반의 성적이 일단락된다. 학교 현장은 여전히 답답하고 학부모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학원을 돌린다.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은 하지만 아이들이 걷는 과정에 대학은 아이들 스스로도 중요하다고 여긴다. 코로나는 인류의 재앙이므로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 하지만 그 외의 것들은 머리를 맞대고 현장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발 빠르게 움직이면 현재보다 조금 나은 교육 현장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 집 고딩이가 자주 하는 말이,
"엄마, 차라리 자퇴를 하는 게 어떨까요? 어차피 학교를 제대로 다니고 있는 것도 아닌데 수행평가와 과제, 학종, 각종 대회 등 챙길게 너무 많아요. 다 포기하고 그냥 정시만 파면 공부만 하면 되잖아요."
나는 우리 집 고딩이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줄 알았다. 아이를 설득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학창 시절에 배우고 누릴 것이 많을 거라 이야기한다. 학교는 공부만을 하기 위한 곳이 아니고 그 안에서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와, 초중등에서와 다른 시스템 즉 사회와 밀접한 성과 중심의 시스템을 고등학교에서 배울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래서 우리 집 고딩이는 울컥하고 올라오는 어느 날 절실함의 표현으로 '자퇴'라는 단어를 내뱉지만 학교를 다니고 있다.
건강염려증 엄마를 두어 학원도 못 다니고 집콕으로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피드백이 전혀 없는 모니터를 앞에 두고 하루 10시간 이상 책상과 씨름하는 고딩이를 보면 안타깝지만 포기하라고도 할 수 없는 현실이 아득하다. 올여름은 여느 해 보다 더 무덥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이 어쩌면 답답한 마음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2004년생 고딩이를 키우는 모든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함께 으싸으싸 힘을 내 보자고 격려하고 싶다. 힘내라! 2004년생 고딩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