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밤 Mar 15. 2024

호기심의 힘

머리를 감기 위해 손바닥으로 샴푸 통의 꼭지 부분을 지그시 눌러봅니다. 그런데 느낌이 어제와 다릅니다. ‘픽픽’하는 바람 빠진 소리만 들릴 뿐 아무것도 나오지 않습니다. 분명히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머리를 감았는데, 누가 몽땅 훔쳐 가버린 것처럼 샴푸가 다 떨어졌습니다.

‘중간에 한 번만 샴푸 통을 들여다봤었더라면.’

하는 수 없이 비누로 머리를 감습니다. 그 덕에 머리가 평소보다 푸석해져 온종일 신경이 쓰입니다. 새 샴푸가 도착할 때까지 며칠 동안은 비누가 샴푸를 대신해야겠죠.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미리 챙기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사소하다 여기기에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삶은 그 사소함의 합이며, 인생의 큰 시련도 결국은 그 사소한 일들이 어긋나기 시작하면서 생겨납니다. 그러니 ‘사소한 일’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닙니다.

일상의 작은 부분을 미리 챙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습관’입니다. 평소 사소하다고 여기는 일을 의식적으로 행하려고 하면 오히려 ‘사소하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의도적으로 미룰 가능성이 큽니다. 몇 개월 동안 샴푸 통을 한 번도 확인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니 생각의 빈틈을 메울 수 있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습관을 들이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니 산 넘어 산입니다. 이때 ‘호기심’을 적절하게 활용하면 습관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아무 일 없이 흘러가는 반복된 일상에서 조금씩 호기심을 가져보세요.

‘저 샴푸 통은 지금 가벼울까, 묵직할까?’
‘차 타이어가 얼마나 마모됐을까?’
‘집에 가스불은 잘 껐나?’
‘가방에 지갑이 들어 있을까?’

사소한 것을 궁금해할수록 일상은 단단해집니다. 일부러 챙겨야 할 귀찮은 일이 아니라, 나의 궁금함을 해소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실천에 큰 힘이 들지 않습니다.

오늘은 집에 커피 원두가 얼마나 남았는지 궁금해지네요. 퇴근 후 집에 가자마자 확인해볼 생각입니다. 적절하게 원두가 다 떨어져 간다면, 커피 원두를 주문하고 아내의 칭찬까지 들을 수 있을 겁니다.

이렇듯 호기심은 습관을 만들고, 그 습관은 일상의 사소함을 다져 인생을 행복으로 이끕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뭐든 궁금해하세요.

이전 04화 듣기 싫은 말은 걸러라. 아니, 걸러진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