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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기록 : 전시 12월

유코 히구치 / 김춘수 / 케이이치 타나미

by 그린제이 Jan 23. 2025
시계토끼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타이틀을 써둔지도 10일이 훌쩍 넘어가네요.

어찌 되었건 설날 전에는 끝내두어야 하겠다는 굳었을까 싶은(?) 결심을 품어보며 서둘러 정리시작.


 #1. 보고 온 것들 - 1년 기록 : 미술관, 박물관등의 전시들

 #2. 낙서들 - 365일                                                  


#1. 보고 온 것들 - 미술관, 박물관등의 전시들


1년 요약 : Just Do it! 이것은 진리.

대가들은 말씀하신다.  영감 같은 건 상관없다. 그저 그리면 된다.라고 한결같이 말씀하고 계셨다.

정점에 서 계실수록 그렇게 말씀하신다. “그저 할 뿐이지요”라고.


모르던 바가 아니다.

그림이던 글이던 만들고 싶은 것이든 그저 하면 되는 것이다.

그곳에 사족이 많이 붙는 이유는 단 하나다. 합리화.

나는 드라마 도깨비의 이 대사를 무척이나 애정한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그러니 이유가 필요하다면 좋으니까, 좋지 않으니까, 적당하니까 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알지만 알고 있지만 그래서 어렵다.



12월 

케이이치 타나아미 : I'm the origin (대림미술관) 진행 중

김춘수 : 블루 (리안갤러리)

유코 히구치 특별전 : 비밀의 숲 (더현대서울)




[진행 중 : 2024.12.14~ 06.29 / 대림미술관 (서울 서촌) ]

Keiichi Tanaami : I'm the origin

한 줄 후기: 와우!!!


지금도 힙하고 힙하다 못해 세다!  


아시아 팝아트의 선구자답게 온갖 작품에서 컬러가 가득하고도 흘러넘치지만 너무도 세련되어 감각이 마비되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2024년 8월 88세의 나이로 타계하실 때까지 끊임없이 작품활동을 하셨고 그마저도 이 전과 다를 바 없이 그저 멋지더라는 것이었다.

어릴 때 기억에 남은 전쟁의 한 풍경이 (붉게 불타오르는 땅과 하늘에 빼곡하던 전투기들) 뇌리에 남은 것이 평생의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작품에 나타나는 환상과 꿈과 어찌 보면 기괴한 형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강력하게 뒤섞여있는 것이 그 전쟁 풍경의 영향력이라 했다. 전쟁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범주를 넘어서는 공포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가늠은 가당치도 않다.

1950-60대의 포스터디자인을 비롯하여 많은 작품들이 시대를 뛰어넘는 감각을 보여준다. 앤디워홀의 영향력도 많이 받은 것 또한 여러 작품에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내가 가장 감명받은 작품은 팬데믹 때 외부활동이 취소되고 우연히 과거의 자신이 그렸던 그린 작품을 발견하게 되는데 피카소의 <엄마와 아이>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작품으로 1993년 작품이었다. 이후 그저 피카소 그림의 형태와 색상을 따라 그리면서 매우 즐거우셨다고 한다. 피카소의 붓질과 색채 사용 방법을 깊이 이해하고 후에는 자시만의 해석으로 그림을 변형해 보기 시작하고 보지 않고 그리는 것에 이르러 자심만의 감각으로 <피카소 모자상의 기쁨 > 시리즈는 700여 점에 이르렀다고 한다. 미술관이 높은 층고까지 빼곡한 <피카소 모자상의 기쁨> 들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경탄이 절로 나온다.


가늠해 보면 2020년이니 84세 때 시작을 하신 거다. 아아아아! 그 에너지와 열정.

조금 피곤하다며, 에너지가 바닥이라며 밍기적밍기적거리던 나는 벌거벗겨진다. 그리곤 흠씬 두들겨 맞는다.

그럼에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 그저 알겠습니다.라고 답하게 될 뿐이다.

나에게는 실제 피카소의 작품보다 더 맘에 다가왔다. 맘 같아선 그곳 바닥에 누워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었다.  

이 정도의 열정은 있어야 -이것이 열정이라는 단어와 완전하게 적합한지는 모르겠지만- 대가가 되는 법이구나.라고 계속 수긍하게 된다.

아. <피카소 모자상의 기쁨> 시리즈에 너무 열을 올렸다. 뭐랄까 나라는 인간이 범주 하기 어려운 영역의 에너지 같아서 그저 경탄스러움이 가득한 것이다. 그리고, 내게 84세의 나이는 죽음과 매우 가까운 느낌이라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넵! 명심하겠습니다.!!!

 





유코 히구치 특별전 : 비밀의 숲

한 줄 후기: 무엇인가 하고 싶다면 무조건 그리고 만들고 써라.라고 나에게 소리치던 전시.


"깨어있는 시간에는 늘 그림을 그린다. 이동하는 시간과 잘 때를 제외하고 나는 늘 무언가를 그리고 있다."라는 작가의 말은 거짓이 아니 듯 전시는 정말 많은 작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1000점에 가까운 전시) 게다가 그림 속에 숨어있는 이야기들이 너무나 가득하여 맘먹고 보면 하루종일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봐야 할 작품이 너무도 많아서 사진을 많이 찍지도 않았고 사진을 찍을 시간에 그저 그림을 계속 보고 싶었다. 그리고 보면 볼수록 못 보던 것들이 보이니 더 즐거웠다. 이야기가 숨어있는 그림을 매우 좋아하는 나로서는 정말 놀이동산으로 놀러라도 간 듯했다.


끝도 없이 많은 작품들이 있었다. 그리고 하나같이 멋지다. 이런 퀄로 이렇게나 많은 작업을 하다니 이 작가는 뭔가? 싶을 정도였다. 그림만 그리는 사람의 작업량은 어떤지를 체감화시키는 듯했다. 작품 수에 치이는 경험은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너는 이 정도로 무언가를 만들었니? 만들고 싶다고 하지 말고 만들어라. 그렇게 이야기를 건네기에 의욕을 가득 담아 왔던 전시다.


작가분의 시그니쳐 캐릭터들 : 문어발에 뱀손이 달린 고양이



김춘수 : 울트라-마린

한 줄 후기:30년간 청색만 쓰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


나도 아크릴 물감 컬러 중에 '울트라마린'을 가장 좋아한다. 많이 쓰기도 하고 울트라마린 컬러가 주는 청명함을 상당히 애정하는 편이다. 이 작가분은 30년간 이 색을 써왔고 앞으로도 그렇다고 하시던데 30년간 한 색만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어떤 것 일지 짐작이 어렵다.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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