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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제이 Jun 01. 2024

이탈리아 베네치아로부터  - 20년 전의 장인의 가면.

아주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기억해.

아마도 이 연재의 시작일 아이. 

지금은 공유기를 가리는 멋진 역할로 활약 중인 - 갑자기 생각해 보니 그리 취급해도 되었나 싶은 - 베네치아에서 온 가면입니다.


먼저 자태를 볼까요?

20년이 지났고 보관에 섬세함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근사합니다.

베네치아의 골목상점에서 2007년에 한화로 4만 원쯤 주고 산 듯한 기억인데 당시에 꽤 비싸다고 여기며 샀던 기억은 분명하네요. 베네치아가 유리와 종이공예가 꽤 유명했었고 가면 팔던 상점 분이 손으로 한 땀 한 땀 만들었다고 어필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걸 떠나 처음 봤을 때 이미 반했던 것 같지만요.

20년이 지나 방울은 녹슬고 조금 찌그러진 부분도 있지만 보관에 신경을 쓰지 않았음에도 떨어져 나간 곳이 온전한 것을 보니 장인의 솜씨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나, 이 가면이 맘에 든다고 바로 산 것은 아닙니다.

그날의 분위기가 이 가면을 쓰게 만들었죠.


그때 베네치아를 갔었던 것은 행운의 여신이 우리의 곁에 머물렀기에 가능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유럽 배낭여행계획을 세우던 중 함께 하기로 한 언니의 몸 상태가 배낭여행을 하기에는 좀 무리라 패키지로 방향을 틀었어요. (20대에 패키지라는 힙함과는 거리가 있는)

안 갈 수는 없기에 일정을 줄이고 여러 나라를 가는 대신 한 나라만 집중하기로 하고 이탈리아로 행선지를 잡았습니다.

로마에서 남부로 이동하는 경로였고 거기에 아주 짧게 베네치아가 들어있었어요. 

그런데 우리 패키지의 총인원 13명으로 단출했고 나름의 팀워크가 좋았다고 해야 할까요?

베네치아 일정이 다가왔을 때 즉흥적으로 다른 곳을 가는 대신 베네치아에 하루를 그냥 온전하게 보내기로 결정됩니다. 계획에는 없었지만 저희가 그곳에 도착할 무렵에 베네치아가 카니발이었던 겁니다. 와우!


사실 베네치아에 대한 제 첫인상은 실망감이었습니다. 실망감의 시작은 베네치아로 들어가는 배를 타기 위해 갔던 나폴리에서부터겠죠.

어릴 때부터 세계 3대 미항으로 외우고 외웠던 나폴리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한 채 나폴리에 도착을 했는데 응??????? 하는 물음표로만 가득할 정도로 별 것이 없었습니다.

실망감을 눈치챈 가이드분의 설명으로는 미항이라 이름하는 기준이 바다에서 항구를 바라보았을 때의 아름다움이라 했던 기억이 나네요.

광장으로 들어 선 순간 온갖 가면과 세상의 모든 색이 저를 맞이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는데 다양한 가면과 제대로 갖춰 입은 듯한 중세의 드레스 복장한 사람들은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웠고 마치 다른 세상의 일부로 뛰어든 듯한 기분에 넋을 빼앗겼습니다. 정말 그때 받았던 화려한 색들의 공격성은 지금도 너무 분명하게 느껴지네요. 한 반나절쯤 베네치아에 골목골목을 다니면서 카니발을 제대로 즐기는 사람들과 마주치자 결심합니다.

"언니, 나도 가면을 사서 쓰고 다닐래." "진짜?"

당황하던 언니와는 다르게 가면 쓰고 남은 시간 동안 신나게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문제는 오래 쓰고 다녔더니 가면자국이 얼굴에 남아 벗고 다니기에도 난감했단 사실이죠. ㅎㅎㅎㅎ


신났던 20대의 저. 지금 보니 옷차림 컬러가 이미 카니발 ㅋ  (머리카락 색은 체리핑크)

베네치아가 유리공예품도 유명해서 분명 선물용과 제 것으로도 유리공예품을 샀었는데 제 것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되었네요. 그 밖의 20년 전에 사 온 이탈리아의 기념품 중 생각난 것들입니다. 

피사의 사탑에 가서 사 왔던 기념품과 길거리 가판대에 발견하고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잡지가 없는 거야?" 라며 부러움 반 감탄 반으로 샀던 미니어처 소파가 부록으로 들어있던 잡지. 


두 번째 해외여행이었고 첫 유럽여행이어서 그런지 물건에 대한 기억이 꽤 분명해서 다행입니다. ㅎㅎ 

얘들아, 난 너희들을 기억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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