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1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이 맛에 일하나 보다.

by 언젠가는작가 Mar 24. 2025

출근한지 얼마 되지 않은 오전,

우체국에서 카톡 알림이 왔다.

등기 올 게 없는데 무슨 알림이지?

하는 생각으로 알림을 열어보니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로 택배가 온단다.

갑자기 무슨 택배?


한 시간 후 도착한 택배.

택배 상자 위에는 나를 잘 부탁한다는

귀여운 메시지가 붙여져 있었다.

보낸 사람은 고등학교 친구들.

새학기가 되면 학교에는 승진, 전보자들에게

여기저기에서 많은 선물들이 도착한다.

나는 승진도  전보도 아닌 신규 입사자이다.


내가 마음고생하며 힘들게 이 자리에 온 걸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친구들이

신규 입사자인 나에게 보내는

응원 가득 선물.

이  빵을 보내려고

셋이서 얼마나 많은 대화들을

주거니 받거니 했었을까.

언제 보낼지,

메뉴는 어떻게 할지,

문구는 어떻게 할지.

나는 보지 못하고 듣지 못했던 순간들이지만

온전히 알 수 있다, 정성 가득한 그 마음을.


친구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는 빵이

무려 2박스나 도착했다.

교직원들과 나누어 먹으라고 넉넉하게 보내준

친구들의 넉넉한 마음에 순간 울컥했다.

일주일 중 가장 지친 목요일 오전을 보내며

방전 직전인 상태였는데

갑작스러운 선물에 

100% 충전 완료되어 버렸지 뭐야.

그래, 이 맛에 일하나 보다.

일이 버겁고 지치는 순간,

지친 어깨에 힘을 빡 주게 만들어 준

친구들의 따스함 마음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이 맛에 일하나 보다.


오후에는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방과후 시간에 고집을 피우면서

어제까지 나를 힘들게 만들던 2학년 남학생.

교무실까지 직접 찾아와 

디폼블럭으로 본인이 직접 만든 루돌프를 

선물로 주는 거다.

성질내던 어제의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2학년 다운 특유의 순수한 얼굴로

슥 내미는데 어찌 마음이 녹지 않을 수 있어.


나는 줄 게 없는데 어쩌지?

라고 말하면서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작은 하트를 만들어 녀석에게 주었다.

그랬더니 고 녀석은 나에게

쌍하트를 만들어 보여주는 거다.

그래, 이 맛에 일하나 보다.

어제는 공문도 빠꾸 먹어 상처받고

학생들에게 상처받고

이래저래 속상했었는데

오늘은 오전 오후 두 번이나 

뜻밖의 선물을 받아 

마음이 새털처럼 가벼울 수 없더라.


이 맛에 일하나 보다.

오늘 받은 감사하고 달달한 선물들을

마음에 켜켜이 재워두고

힘들고 지칠 때마다 한 스푼씩 꺼내 먹어야지.

작가의 이전글 안도의 커피 한 잔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