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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Nov 04. 2024

[북리뷰]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용서를 구하지 않는데, 용서할 수 있을까?

 우연히 보게 된 책 제목이 한 편의 시처럼 서정적이라 더욱 끌렸습니다. 작가 이름을 보니, 차인표 배우라 의아했습니다. 어렸을 때, 여러 드라마에서 보았고, 가정적인 남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글 쓰는 재능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한 편의 동화를 보는 듯 백두산 호랑이마을을 배경으로 시작했습니다. 이야기 꾼과 같은 제비의 추임새, 호랑이와 어우러져 살아가는 순박한 시골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호랑이마을에는 촌장님과 손녀 순이가 살고 있습니다. 호랑이 마을에는 여러 포수들이 찾아왔지만, 그들은 호랑이를 잡으러 갔다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황포수가 아들 용이와 함께 아내와 딸의 원수 백호를 찾아 호랑이 마을로 오게 되었습니다.

 

 “생략~호랑이들은 우리가 이곳에 마을을 만들고 정착하기 훨씬 오래전부터 이산에서 살고 있었네. 누가 주인이고, 누가 객인지 생각해 보게나. 생략~세상은 더불어 사는 곳이네. 짐승과 더불어 살지도 못하는 사람은 사람과도 더불어 살 수 없는 법이야. “

      출처: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촌장


 용이는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시선과 또래의 아이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래도 훌쩍이는 동네 아이들과 달리 자신을 놀리지 않는 용이의 어른스러움이 좋습니다. 순이도 훌쩍이와도 잘 어울리는 용이의 어른스러움이 좋습니다. 황포수와 용이는 백호를 찾아왔으나, 찾지 못하고, 마을을 공포로 떨게 한 육발이를 잡아옵니다.  마을의 영웅이 된 황포수와 용이는 마을의 환대를 받습니다.


  병으로 엄마를 잃은 순이는 엄마를 잃은 용이에게 엄마별을 이야기합니다. 용이는 엄마별을 보지 못합니다.  하지만 순이와 함께 있는 지금이 좋습니다.


 “엄마별은 억지로 띄우는 게 아니라, 원래부터 떠 있는 거래. 엄마별은 찾으려는 마음이 있는 사람의 밤하늘에 떠오르고, 한 번 떠오르면 영원히 지지 않는대. 낮이 되어 밤하늘이 없어져도 엄마별은 지지 않는대. 잠시 보이지 않을 뿐, 늘 그 자리에 있대. “

 “용이야, 언젠가 우리가 어디에 있든지 같은 엄마별을 바라볼 수 있다면 좋겠다.”

         출처: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순이


 용이의 행복한 시간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육발이를 잡고, 마을의 영웅이 된 황포수 부자를 시기한 마을의 아이들 엄대 무리가 용이가 집을 비운 사이, 훌쩍이를 묶은 뒤, 총을 가지고 호랑이를 잡으러 산으로 올라갑니다.  


 호랑이 가죽을 팔고 돌아온 황포수는 용이의 총을 동네 아이들이 훔쳐서 산을 오르게 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총기를 두고 다녔기에 집을 비우지 말라고 용이에게 신신당부를 했건만 평소였다면 약속을 지키던 용이는 순이와의 행복한 시간에 약속을 잊었습니다. 무릎 꿇고 있는 용이를 뒤로 하고 아이들을 찾아 산으로 올라갔지만, 피 묻은 옷만 찾았을 뿐입니다. 이 사고로 황포수와 용이는 마을을 떠나게 됩니다.

 

 세월이 흘러 일본군 가즈오 대위와 747부대가 마을에 주둔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일본군이 강제 노역을 시키고, 각종 수탈을 일삼는다는 소식을 통해 걱정했습니다. 소문과 달리 가즈오 대위와 일본군은 마을 사람들과 잘 지내고, 농사일도 도왔습니다. 그들도 군인이 되기 전에는 농부였던 것이었습니다.


  날이 어둑해질 무렵, 가즈오와 병사들이 진흙투성이가 된 채 진지로 돌아옵니다. 그들의 제복은 더러워졌고 몸은 지쳤지만, 마음만은 깨끗하고 행복해졌습니다. 드디어 오늘로 층계 논에 쓰러져 있는 모든 벼를 일으켜 세우는 작업을 끝냈기 때문입니다. 조선으로 파견 나온 지난 7년 중 가장 보람 있는 일을 했다는 생각에 병사들 모두 우쭐해 있습니다.

        출처: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본문


 막연하게 일본의 횡포와 수탈에 일본이라면 치를 떨었지만, 모든 일본 사람들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습니다. 그들 중에 가즈오와 일본군들처럼 애국심만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채, 군인으로 동원된 사람들도 많았을 것입니다.


 중일전쟁 이후 총동원령이 발동되고,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처녀 순이도 위안부로 징집인원이 되었습니다. 아기 샘물이를 키우고 있지만, 샘물이는 어느 부부가 촌장님 댁에 잘 키워주길 바라며, 놓고 간 아이입니다.

순이는 미혼이었습니다.


 총동원령으로 700부대가 징집 및 수탈을 위해 옵니다. 마을을 관리하고, 수탈을 해야 했던 일본군이 마을에서 농사를 돕던 모습을 본 700부대의 지휘관 다케모노 중좌는 가즈오를 직위해제했습니다. 다케모노 중좌는 자신이 데려온 700부대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마을에서 생산되는 곡식의 절반을 공량미로 공출하도록 하고, 위안 임무로 순이를 데려가겠다고 합니다.


 훌쩍이는 단지 훌쩍거릴 뿐이지, 바보가 아닙니다. 훌쩍이는 또 알고 있습니다. 강도처럼 남의 집 대문을 부수고 들어와 식구들이 먹어야 할 밥을 빼앗고, 어린 딸내미까지 데려가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출처: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본문


 마을의 바보로 여겨졌던 훌쩍이는 다케모노 중좌에게 옳은 소리를 하다가 총을 맞고, 먼 길을 떠납니다. 훌쩍이의 저항에도 순이는 끌려갑니다. 그 후 용이가 훌쩍이의 무덤에 복수를 맹세하고, 순이를 구하러 갑니다. 한 편, 순이와 함께 이동 중이던 가즈오도 순이를 구하기로 결심합니다.


 어머니, 꿈에서 깨고 보니 돌아갈 곳이 없군요. 그런데 돌아갈 곳이 없군요. 그런데 돌아갈 곳이 없는 현실보다 꿈에서 깨어났다는 사실이 저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지난 7년 5개월 동안 대일본제국군의 장교로서 대일본제국과 함께 대동아공영이라는 헛된 꿈을 꾸다가 그 꿈에서 깨어나고 보니, 현실 세계의 저는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힘없는 여자들을 납치하는 악당 패거리의 앞잡이가 되었습니다.

출처: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가즈오의 일흔 번째 편지


가즈오의 첫 편지는 읽기 불편할 정도로 일본제국에 대한 애국심 가득한 내용입니다. 점점 조선을 겪으며, 그들도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하는 일이 맞는지 의구심을 갖게 되는 모습이 인간적입니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을 구하는 것이 그동안 한 일에 대한 속죄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가즈오는 순이를 구하다가 죽게 됩니다.


 순이의 용서에 대해 생각할 때, 가즈오를 보며 약간이나 용서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도리어 가즈오를 방해하며, 돈을 좇아 과거의 인연도 버리고, 일본에 협력하는 조선인 장포수를 원망스럽게 바라보게 됩니다.

일본인이라고 모두 나쁜 것이 아니며, 조선인이라고 모두 피해자는 아니었다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제에 협력한 사람들은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순이를 구하지 못하고, 용이도 크게 다치고 맙니다.


 세월이 흘러 필리핀의 한 작은 섬에서 발견된 쑤니 할머니는 70년 만에 고향을 방문하게 됩니다. 옛날 자신이 업어 키우던 샘물이가 할머니가 되어 십 수명의 자식과 손주들이 함께 인사를 합니다. 샘물 할머니는 용이가 순이를 만나면 전해달라고 했다며, 무언가를 건넵니다. 그것은 샘물이를 업은 순이의 모습을 새긴 오래된 나무 조각이었습니다. 조각 뒤편에 작은 글자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따뜻하다, 엄마별


 지난 1997년 훈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작가가 적어 내려간 글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동화와 같은 글에서 여러 인물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 글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요? 일본에 수탈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던 호랑이 마을 사람들과 순이, 일본에 저항하다가 숨진 훌쩍이, 새끼를 지키기 위해 사람들을 떨게 한 육발이, 육발이의 새끼를 몰래 살려 준 용이, 백호를 잡기 위해 아버지를 따라나선 용이에게 백호를 용서하면 엄마별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순이, 일본에 대한 애국심과 미개한 조선을 계몽하겠다는 생각으로 왔다가 한 명의 여성이라도 구하는 것으로 속죄하고 싶다며 목숨을 던진 가즈오, 자신의 이익을 좇기 위해 과거의 인연도 동포도 팔아버린 장포수, 훌쩍이를 죽인 일본군에게 복수하고 순이를 구하기 위해 뛰어든 용이.. 결국 순이는 위안부로 끌려가서 70년이 흐른 뒤에야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훈 할머니의 실화를 매체로 접하며, 그 당시 일제의 만행에 희생당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로 분개했었습니다. 아직 사과도 제대로 받지 못했는데, 그녀들은 하나 둘 우리 곁을 떠나고 있습니다. 아마 일본은 끝내 사과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용이가 순이를 잠시 구했을 때 이런 대화를 합니다.

  

 “난 네가 백호를 용서해 주면, 엄마별을 볼 수 있게 될 것 같아.”

 용이가 가엾고 안타까워, 순이가 말합니다.

 “모르겠어, 용서를……어떻게 하는 건지.”

 -중략-

 “상대가 빌지도 않은 용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중략-

 “용서는 백호가 용서를 빌기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 엄마별 때문에 하는 거야. 엄마별이 너무 보고 싶으니까, 엄마가 너무 소중하니까.”

   출처: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본문


  저는 용이의 말에 공감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가장 큰 아픔을 겪었을 순이의 말은 어른스럽다고 해야 할까요?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엄마 같다고 해야 할까요? 용이가 순이를 구했으면 좋겠다, 용이와 순이가 다시 만나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보았지만, 현실이 반영되어 행복한 결말은 아니었습니다. 동화와 같은 친근함에 행복한 결말을 기대했는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훈이 할머니는 70년만에 고향에 돌아왔지만, 한국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가족이 있는 캄보디아에서 2001년에 돌아가셨습니다.


 비단 고향을 그리워하며, 돌아가신 분은 훈이 할머니만은 아닙니다. 저의 할머니께서도 할아버지와 황해도에서 살다가 남북이 분단이 되며, 내려와 고향을 그리워하며 가족의 곁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수많은 이 시대의  순이와 용이, 훌쩍이 덕분에 오늘을 살아갑니다. 동화처럼 가볍게 다가와 깊은 여운을 주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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