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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아니하실지라도~

롤러코스터 믿음

by for healing Jan 27. 2025

  수술 날짜가 잡혔다.

이런저런 처리해야 할 일을 다 마친 후로 날짜를 잡고 아직도 남은  필요한 검사가 있다고 해서 검사 날짜도 잡고 돌아왔다.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 대학병원에서 급한 환자들은 응급실로 가지 않는 한, 검사하다가, 아니, 검사 날짜 기다리다가 지레 죽겠구나'였다.

 담당의사 선생님이 워낙 꼼꼼하고 안전위주의 철칙(?)이 있어서인지 과거의 병력까지  다 검토하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위급사태에 대비해서 철저한 검사를 지시하셨다. 결과적으로 환자의 입장에서는 좋은 선생님이다.

덕분에 그동안 받지 않았던 세세한 검사까지 받게 되었고 감사하다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암환자 혜택으로 비싼 검사들이 부담 없는 검사비만으로 해결되었다.


  예후가 좋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암은 암이기에 마음 한켠이 무거운 건 사실이다.

사람이 어떠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그 비슷한 경우를 많이 찾게 되고 유독 그런 케이스의 이야기가 귀에 잘 들어오게 되는 것 같다.

 

  바로 한 달 전에 똑같은 수술을 받은 후배가 어찌어찌 소문을 들었는지 연락을 해왔다.

본인의 경험담과 수술 후의 근황을 자세하게 전해주며 괜찮을 거라고, 자기도 수술 잘 마치고 지금은 순조롭게 잘 회복하고 있노라고 안심시켜 준다.


 수술 날짜를 기다리는 시간은...

솔직히 말하자면

 '빨리 끝나서 오늘이 수술한 다음 날이라면 좋겠다'였다.

 '매도 빨리 맞는 게 좋다'

지금 딱 이런 마음이다.


  수술이 잘 될지...

  수술 후에 의사 선생님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언제나 의사들은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해서 이야기  

  해주는 걸 알기에 감안해서 듣는다 쳐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지, 아니면 그 반대일지...


생각을 깊이 할수록 불안감은 커지고  나의 그 알량믿음은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늘로 치솟았다가 땅속으로 꺼졌다 하는 롤러코스터의  반복이다.


  본인은 어떨까?

워낙 병원 가는 것도, 주사 맞는 것도 싫어하는 데다가 자타공인 엄살도 많은데 ㅎㅎ(여기서 진짜 궁금하다. 이 집 저 집 이야기를 들어봐도 왜  남편들은 그렇게 겁도 많고 엄살도 심할까? 신혼 때, 아빠가 당시에 꽤 비싼 영양제 수액을 놔주었는데 주사 바늘이 들어가기도 전부터 잔뜩 긴장하더니  수액이 반쯤 들어갔을 때 속이 메슥거리고 토할 것 같다고 하더니 진짜로 얼굴이 하얘져서 결국 중간에 주삿바늘을 뺀 적이 있다.)

그런 사람이니 지금 얼마나 무서울까?

딸아이들 보는 앞이라 내색은 못하고 담담한 척 하지만, 나는 남편과 산 세월이  근 40년이 다 되어가지 않는가!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여보~그거 어디 있지?" 하면

 벌써  뭘 찾는지 아는 사이.

눈을 두리번거리기만 해도 저 사람이 지금 뭐가 필요한지 아는 사이.

다툰 후에 괜히 헛기침을 하면서 내 눈앞을 어정거리면 그게  미안하다는 표현이라는 걸 아는 사이.

그게 바로 부부 아닌가!

딸들이자주 쓰는 단어 늙은부부라는 뜻의 '노쀼'...


 남편은 전에 말했듯이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남은 식구들은 어쩌지?' 걱정했던 만큼 생각이 많은 듯하다.


  신앙의 힘으로 가족 모두가 잘 견뎌내고 있고 잘 되리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래도 사람이다 보니 실컷 기도해 놓고도 기도가 끝난 후에  "아멘" 하고 돌아설 때에는 다시 걱정 보따리를 짊어지고 일어서는 우리이다.


  다음 주로 다가온 수술을 앞두고 괜스레 생각이 많아지는 요즈음이다.

하루하루 주어진 삶에 감사하기를...

'그리 아니하실지라도'의 믿음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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