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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에 대해서

by 행복마중 윤정란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맞나?

나는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을까?

최근 들어 늘 하는 고민이다.

이런 고민 없이 시간이 흐르는 대로 하루를 살던 내가 어쩌다 이렇게 고민을 하게 되었을까?


`동물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나도 모르게 무의식 깊숙이 들어와 있던 것일까? 나이가 들수록 나에 대해 뭔가를 남겨야 할 것만 같은 강박이 드나 보다. 이게 아니라면, 뭔가를 남기기보다 세상에 조금 더 나은 사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점점 더 커지는 것 같다. 아마도 늘 챙김을 받는 나이를 떠나 이제는 누군가를 보살피고, 이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줘야 하는 나이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이것도 아니라면, 내가 살아가기 위한 이유를 찾기 위한 발버둥일까?

이유야 어쨌든 요즘 이런 고민을 많이 하고 살고 있다.



함께 공동작업을 시작한 분이 계시다.

솔직히 나 혼자서라면 생각도 안 했을 일이고 아마 엄두도 내지 못했을 일인데, 먼저 제안을 주시니 감사하게도 덥석 물었다. 결과는 어떨지 모르지만 일단은 해보자고 서로 다짐을 했다.

오늘 이것 때문에 그 분과 줌에서 만나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혼자 있을 때는 막막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기도 힘들었는데, 줌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에너지가 올라온다고 하신다. 그 말을 들으니 나도 그렇다. 혼자서 생각할 때는 될까 싶기도 하고, 어떻게 전개해나가야 하나 고민을 하지만 둘이 만나 이야기를 하면 뭔가 결과가 나올 것 같다.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낼 수 없고, 끝까지 완수할지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에너지가 되어주는 이 경험은 시작해보지 않았으면 못 느꼈을 느낌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준다는 것, 누군가 나로 인해 에너지를 받는다는 것,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되어준다는 것. 이 모든 것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에게 이런 사람들이 있다. 바로 가족이다.

남편이 있고, 아들이 있기에 힘들어도 조금 더 힘을 내본다. 이들에게 미소를 보이며 `나 괜찮아`라고 의미를 전달하기도 한다. 남편이나 아들이 힘들어할 때면 조용히 뒤에서 바라보며 토닥여준다. 내가 힘들 때는 남편과 아들이 그렇게 해준다. 덕분에 바닥을 쳤던 에너지가 다시 올라오는 경험을 자주 했다.



우리는 타인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게 된다.

그렇다고 타인에게 맞추어 살아갈 필요는 없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가 가진 것을 잘 키우며 살면 된다. 다만, 우리는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에 타인의 빈틈을 내가 채워줄 수도 있고, 나의 빈틈을 타인이 채워주면서 그렇게 충만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 채워주지 못하더라고 빈틈을 통해 나의 것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옆에서 단단히 막아주는 것. 이것이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아닐까?

이 과정에서 우리는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으며 살만하다고 가치를 느끼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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