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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발견

by 행복마중 윤정란

우리는 살면서 내가 사용하는 단어에 대해서 얼마나 생각을 할까?

아마도 떠오르는 대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단어를 사용하지 않을까?


단어에 관심이 가기 시작할 때는 글을 쓸 때이다.

조금 더 나은 글, 지루하지 않은 글을 쓰고 싶은데, 내가 쓴 글을 읽으면서 같은 단어가 자주 반복된다 느낄 때이다. 어떤 단어로 대체를 해볼까 고민을 해보지만, 내 머릿속에 있는 단어에는 한계가 있음을 느낀다.


단어에 관심이 가는 또 하나의 환경은 육아에서이다.

아이에게 같은 의미를 전달하더라고 `아`라는 단어로 말할 때와 `어`라는 단어로 말할 때 아이가 흡수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더 부드러운 단어를 사용해서 이야기를 해주거나,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데, 이것도 내가 아는 단어에 한계가 있어 단어의 다양성의 벽에 부딪친다.


새로운 단어를 알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독서이다.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단어를 알게 되고, 같은 의미의 또 다른 단어를 무의식 속에서 끌어올릴 수도 있게 된다.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은 `충분히 좋은 엄마`이다.

영국의 정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코트가 쓴 책이다.

`충분히 좋은 엄마`라는 말도 위니코트가 사용한 단어이다.

우리는 완벽한 엄마가 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완벽한 엄마가 되어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살면서 완벽한 것에 대한 강박을 느끼며 살고 있다.

그러나 위니코트는 완벽한 엄마는 오히려 아이의 성장에 방해할 수 있다고 한다.

완벽한 엄마가 아닌 `충분히 좋은 엄마`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엄마는 `충분히 좋은 엄마`라고 한다.


`충분히 좋은 엄마`

이 말을 보는 순간, 마음이 녹아내린다.

완벽하려고 애썼던 나에게 토닥이며 이 정도면 잘하고 있다고, 이 정도면 충분히 노력했다고 나를 위로해 주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도 충분히 좋은 엄마로 살고 있다는 마음이 들면서 육아에 대한, 아이에 대한 죄책감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내가 어떤 단어를 만나느냐에 따라 나의 사고에도 변화가 생긴다.

생각이 변하면, 행동이 변하고, 행동이 변하면 삶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누구나 삶을 더 좋게 만들고 싶어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려워한다.

생각을 바꾼다는 것도 어떻게 바꿔야 할지 늘 제자리에 맴도는 느낌만 갖는다.

하지만, 쉽게 생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건 바로 내가 아는 단어를 늘리는 것이다. 마음에 머무는 글귀들을 더 자주 보는 것이다. 책을 통해서.


`충분히 좋은 엄마`라는 말은 심리 이론을 공부할 때 들어서 알고 있는 단어였다.

그러나 이 말이 내 마음에 닿은 것은 오늘이다. 도널드 위니코의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내 마음에 들어온 단어는 이제 나의 삶에 늘 함께 할 것이다.

오늘의 단어의 발견으로 나의 생각의 방향이 1도 바뀐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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