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에르케고르와 아브라함(1) : 이삭을 바치라는 소리

/자유연재

by 광장에서 성경읽기

키에르케고르는 그의 《공포와 전율》(Fear and Trembling)에서 아브라함 사건을 깊이 있게 다루었다.


아브라함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인물이다. 그는 구약의 신 하나님과 '약속'을 맺은 특별한 사람이었다. 신은 그에게 당시 시대에서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축복을 주셨고, 100살 때 독생자 이삭도 주셨다. 그런데 얼마 후에 아브라함은 그 귀한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는 신의 음성을 듣는다. 아브라함은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아브라함이 그와 같은 신의 소리를 들은 바로 다음 날,

그는 아침 일찍 일어났다.

그리고 이삭을 데리고 산으로 올라갔다.

모리아 산으로, 이삭을 번제 할 산으로.


키에르케고르는 왜 아브라함이 아침 일찍 일어났다고 구약성서가 기록하고 있는지 고민했다. 아브라함은 과연 신의 준엄한 명령에 즉각적으로 순종하기 위하여, 일찍이 일어나 모리아 산으로 향했던 걸까. 키에르케고르는 아니라고 봤다. 아브라함은 분명 밤잠을 설쳤을 것이다. 내가 들은 메시지가 정말 신의 목소리가 맞는가. 내 안에 들어온 메시지가 과연 진짜 신의 뜻이 맞는가. 아브라함 안의 고뇌를 키에르케고르는 천착했다.


신앙이라는 것은, 신의 명령에 무조건적으로 순종하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인간이 신의 뜻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기도 힘들뿐더러, 자기 명령을 인간의 생각과 감정 없이 무조건적으로 따르게 하는 신을 신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만약 아브라함 안에 들려온 음성이 정말 신의 메시지였다면, 그렇다면, 그렇다면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었나.


그리스도교 경전인 성경에는 이성으로만 이해하기 힘든 사건들이 다수 있는데, 그중 아브라함은 이성적 이해의 범위를 벗어난 가장 대표적 예이다. 어떤 신이 아버지에게 아들을 죽일 것을 요구한단 말인가. 더군다나 아브라함 아들 이삭은 아브라함이 요청해서 받은 선물도 아니다. 아브라함은 애초에 나이 90이 넘어 자식 생산을 포기했는데, 신 쪽에서 먼저 선물과도 같이 주신 아들이 이삭이다. 그렇게 주셔 놓고, 왜 다시 바치라고 하시는가?


키에르케고르는 이것을 '믿음의 도약'(leap of faith)이라는 개념으로 해석한다. 말이 생경하다. 도약은 더 높은 단계로 뛰어넘는 것이다. 그리고 믿음은 신에 대한 믿음이다. 달리 말하면 신에 대한 믿음의 도약이다. 더 풀어보면, 신에 대한 믿음을 더 높은 경지로 올리는 것, 기존의 믿음보다 더 높은 차원으로의 도약, 이렇게 말해볼 수 있겠다.


기존에도 아브라함은 신을 믿었다. 신을 믿었으니 고향 땅에서 나오라고 할 때도 나왔을 것이고, 신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룻과의 에피소드들이나, 소돔을 위한 기도 사건들이나, 아들 이름을 이삭으로 지은 것들이 이해된다. 그런데 아브라함은 아들과 관련해서, 더 높은 차원의 믿음의 단계를 요구받고 있다. 이 요구가 정말 신의 요구인지 아니면 아브라함 내면의 신앙인건지 오늘날 독자인 우리가 알 방도는 없으나, 일단 아브라함은 이전과 다른 상황에 처했다. 그리고 키에르케고르는 이것을 더 높은 차원으로의 도약으로 해석한다.



그는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주시었고

이제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달라고 하시네

이것은 진정 신의 뜻인가

아니면 내 안에서 내가 나 스스로를 시험하는 목소리인가

내가 들은 것은 천사의 목소리인가

아니면 내 안의 법이 나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것인가

누워서 생각해도 엎드려서 기도해도 도무지 알 수 없네

해가 뜨지 않으면 좋겠다.

그 밝은 빛 아래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으니.

그러나 해는 어김없이 떠올랐다.

일단 모리아 산으로 출발을 해보자.

가면서 신에게 물어보자.

아니 모리아 산으로 당도했을 때 신에게 외쳐보자.

내가 번제를 피울 때 오시겠지. 내 앞에 계시겠지.

내 안에서 주체할 수 없는 이 울리는 목소리가

과연 어디서 온 것인지 신은 아시겠지, 신은 대답해 주시겠지.

지금까지 나를 인도해 오신 분이시니까.

지금의 나는 그분의 인도하심으로 빚어진 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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