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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진정한 우리의 전통인가?

by 소정
* 참고 : 본 브러치의 글들은 <표류사회 : 한국의 가족문화와 여성 인식의 변화사>(가제) 라는 이름으로 2021년 9월 말 경에 출간되기로 하였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매년 온 국민이 명절 증후군을 앓는다.

남녀노소 모두 명절 증후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시댁과 며느리, 처가와 사위, 기혼과 미혼, 직장인과 취준생, 성인과 학생…. 각자 입장은 다르지만 누구도 마음이 편치 않다. 며느리도 고되지만 시부모도 불편하고, 아내도 서럽지만 남편도 고달프다. 다른 입장의 구성원들도 각자의 입장에서 불편하고 서럽기 그지없다. 이렇게 모두가 괴로운데도 매번 반복되는 불편한 명절의 뿌리를 우리는 속 시원히 드러내고 끊어내지 못한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바로 ‘전통’이란 믿음 때문이다.


참으로 허망하기 그지없는 믿음이다. 이제까지 살펴보았듯 우리는 유구한 역사 속에 다양한 형태의 가족문화를 경험해 왔다. 그런데 대체 어떤 문화를 진정한 전통이라 고집할 수 있단 말인가?


과거를 알면 미래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과거를 분명히 알면 현재에 필요한 가장 합리적인 지혜를 끌어올 수 있다. 익숙하지만 묵은 관습을 털어 버리고, 과거 모든 시대와의 문을 열면 우리가 선택할 모든 것이 실제로는 ‘진정한 전통’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오랜 역사만큼 다양한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불편함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이다. 우리의 불편한 가족문화는 변화를 요구한다. 전통이란 것의 실체를 낱낱이 살펴보고 면면히 고찰해 볼 시기에 이른 것이다. 과도기를 넘어갈 새로운 변화와 창조는 자신을 분명히 알고 성찰의 고통을 이겨낸 후에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통을 따르고자 하는 본질은 결국 뿌리를 지키고 가야 할 길을 잃지 않기 위함이다. 경험 많은 노련한 장인은 문제의 본질을 알기에 어떤 문제든 해결해낸다. 유구한 역사가 주는 장점이 바로 그런 것이다. 오랜 역사가 갖는 진정한 전통은 ‘다양함’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자명하지 않을까? 현실의 문제를 직시하고, 지금의 현실에 맞는 문화를 찾고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 어떤 다채로움이라도 포용할 수 있는 역사적 역량이 있다. 때문에 과거와 미래가 녹아든 ‘현재에 충실한 문화’야말로 가장 전통의 본질을 지키는 것이며, 가장 미래적인 문화가 될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더 많이 공유하고 실천해낼 때 우리의 현실도 변화해 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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