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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정 Sep 28. 2021

일제의 매매춘 전통과 식민 유곽문화의 전래(1)

현재 한국의 성문화와 일본의 성문화

본 글은 2021년 10월 20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창작지원금과 텀블벅 펀딩의 후원금으로 (도)아이필드에서 <표류사회: 한국의 여성 인식사>라는 책으로 발간되었습니다. 책에는 더욱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합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현재 한국의 성문화와 성 산업     

성(性)은 인연을 연결하고 사랑을 완성하는 일종의 가족 창건 의식(ritual)이다. 성을 통해 남녀는 부부가 되고, 부모가 되고, 두 집안은 한 가족으로 엮인다. 때문에 성은 본질적으로 소비하거나 착취하는 쾌락의 도구가 될 수 없다. 또한 성은 생명 탄생의 가능성을 갖기에 책임지지 못할 상황에서 욕망으로만 접근해서도 안 된다. 쾌락만 쫓는 일탈적이고 즉흥적인 성은 개인적으로도 또 사회적으로도 많은 문제와 범죄를 야기한다. 하지만 디지털과 인터넷 발달은 한편으로 음란물 산업을 기하급수적으로 발달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음란물은 왜곡된 성 의식을 갖게 하고 욕망을 자극하여 폭력적인 성향과 성범죄율을 높인다. 실제로 성범죄자는 하루 1차례 이상 음란물을 본 비율이 일반인의 3배에 달하며, 전체 성범죄자 중 약 33%는 범행 직전 음란물을 봤다고 한다. 음란물을 많이 본 사람일수록 강압적인 성적 공상을 많이 하여 성폭력 가해 행동이 많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음란물들이 해가 갈수록 아동·청소년들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시기 음란물을 시청한 41.2%는 초등학교 4~6학년 때 처음 접했고, 청소년의 54.7%는 성관계 경험이 있었으며, 그들의 첫 경험 나이는 평균 만 13.6세인 것으로 조사됐다.(2018~19년 기준)     

참고: EVE 주관, 〈2019 청소년 성(性)문조사〉, 전국 10~19세까지의 청소년 1,34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조사 대상자의 45.4%는 남성, 48.2%는 여성, 6.4%는 인터섹스(간성)거나 성별을 고민 중이라 응답했다. 

잘못된 성 관념과 성문화는 사회 전체를 썩게 한다. 실제로 2016년 100만 명이 이용한 소라넷부터 미투(Me too), 버닝썬, n번방 사건, 전 세계적인 아동 성 착취 사이트인 웰컴 투 비디오 사건까지, 성범죄는 점점 더 폭력적이고 변태적으로 우리 사회를 잠식해 가고 있다. 도대체 우리의 성 산업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로잡아야 하는 것일까? 또한 이러한 문제의 뿌리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것을 알려면 일본의 성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성 산업이 일제의 성 관념과 성문화에 기원하여 그들의 문제점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것은 학계에서도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 고대의 혼인 문화 : 쓰마도이콘     

일본은 헤이안 시대(8~12세기)에 이에[家] 문화가 성립되기 시작하면서 가부장적인 혼인 제도가 시작되었다.


일본 초기 혼인 제도는 남성이 여성의 집으로 다니는 방식이었다. 헤이안 시대에는 여성의 아버지가 혼인을 주도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일부다처제로 남편은 부인들의 집을 오갔다. 일본에 가부장적 남성 중심 이에 문화와 일부일처 혼인 제도가 확실히 자리 잡은 것은 에도 시대(1603~1867)부터로 볼 수 있다. 


 이때 성행하던 혼인 문화는 ‘쓰마도이콘’[妻問婚, 妻訪婚]이란 것이었다. 남자가 마음에 드는 여자의 집에 찾아가 요바후(구혼)를 하고, 여자가 마음에 들어 하면 동침을 하는 것으로 혼인이 성립되었다. 당시 일본은 여러 명의 처를 인정했기 때문에 남편들은 아내들의 집을 돌며 성적 자유를 누렸다. 그러다 남편이 여성의 집에 더 이상 찾아오지 않으면 자연스레 이별로 여겨졌고, 그다음 찾아온 다른 남성과 동침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당시 찾아오지 않는 남성을 그리워하는 어느 여성의 노래) : 자지도 못하고 내가 그리워하는 당신, 지금 어디서 누구와 주무시기에 기다려도 오지 않는 걸까요? _(『만엽집』, 권13, 3277)     
(당시 어느 여성에게 거절당한 남성의 노래) : 귀뚜라미도 슬픈 듯 울고 있구나. 이 서리가 내리는 추운 밤, 거적 위에 옷소매나 깔고 나 홀로 자야 하는 걸까? _(〈百人一首〉)     


13세기 가마쿠라 막부 전까지는 아래 계급이나 피정복자의 미녀들을 빼앗아 오는 약탈혼이 많이 행해졌다. 가마쿠라 막부 이후로는, 아내는 남편과 그의 이에[家]의 소유로 인식이 자리 잡아갔다. 이때부터 간통은 소유권 침해이자 상대 가문에 대한 모욕으로 이해됐다. 때문에 이즈음부터 사무라이들 사이에서는 ‘불륜’의 개념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반 백성들은 여전히 성적으로 자유로운 일탈 문화에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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