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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골 샌님 Jun 02. 2022

암환자의 주제 파악  

파손 주의 딱지가 붙은 몸과 유리 멘탈

 암환자는 모두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임을 의미하는 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정서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위험에 처해 있는 상태가 된다고 한다. 다시말해,  파손 주의 딱지가 붙은 몸과 유리 멘탈의 상태에 직면하는데 내 경우 치료기간이 길어질수록 자꾸 건강하던 시절의 나로 돌아가려는 시도 때문에 스스로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경향이 있다.


암환자의 약 50%는 5년 생존율을 가지며 이들은 만성질환으로써 암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Vargens & Bertero, 2007). 암과 그 치료는 기본적인 신체기능과 외모의 변화를 초래할 뿐 아니라 정서적 스트레스와 실존적 위기를 경험하게 하므로 일상생활에서 상당한 문제점들을 유발시킨다(Larsson, Hedelin, &Athlin, 2007). 이처럼 암환자들은 신체적, 심리 사회적, 영적 등 다양한 고통에 직면해 있으며 이에 대처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전략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

             양진향, “암환자의 생활세계 경험”, 대한간호학회지 38(1), 2008년 2월  

   

위에서 언급하듯 암을 만성질환처럼 갖고 산지 올해로 4년째니 나는 아직 5년 생존자에 들지는 못한다. 그러니 내게 가장 시급한 것은 생존전략을 짜는 일이다.   


암 치료를 받으며 나를 두렵게 만드는 것은 두말할 것이 없이 내 생존의 지속성에 있다. 보통 수술과 항암치료를 끝내고 암이 제거된 상태에서 2년간 암이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 판정을 받게 되는데 내 경우 임파선 전이가 워낙 심했기에 항암제 투여를 길게는 10년까지 지속할 수도 있으며 완치 판정은 아마도 없을 거란 설명을 유방외과 담당의사로부터  들었다. 그래도 2,3년 긴장하고 몸 관리하며 지내면 일상 복귀가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 이제야 살만하다고 느끼던 때 딱 3년 만에 뼈로 암이 전이되었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혈액종양내과 담당의사를 만나고 나서 너무 인생이 허망해서 병원 앞 벤치에서 30분을 멍하고 앉아 있었다. 이 상태로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아직 활동성이 있으니  효과 좋다는 표적 치료를 받으면 된다고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내 눈에 보이지 않은 암과 싸울 생각을 하니 진저리가 쳐졌다. 암도 염치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무한히 자가 증식밖에 모르는 암에 무녀지기는 싫은 마음이 고개를 들었다. 이제는 싸움이 아니라 어떻게 암을 견뎌낼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적 항암 치료를 받으며 다시 듬성듬성 머리가 빠지고 오래 걷거나 언덕이나 계단을 오르면 숨이 가쁘고 어지러우며, 두통으로 타이레놀을 끼고 산다. 어떤 때는 동네 마트에 다녀오고도 힘들어한다. 그럼에도 가장 큰 문제는 인생을 이렇게 아파하기만 하면 안 된다는,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자기도 배우러 다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여기저기 이력서도 내보고 공모전 준비도 했다. 그러나 능력도 부족하고 피곤하고 힘들어서 무엇이든 시간 맞추기가 너무 힘들다.  이런 사회적 무능력을 인정해야 것이 내게는 그 무엇보다 힘이 든다.


 친구와 수다를 떨면 좀 나아 질까 싶어 친구에게 하소연했다.

“너는 왜 자꾸 뭘 하려고 하니?   너 암 환자고 지금은 쉬어야 할 때야. 병원에 누워 있는 사람들에 비하면 얼마나 감사하냐.  주제 파악하고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마. 왜 일하지 않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니?  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또 그래야 하고!”

 친구 말처럼 나는 건강하던 때의 일상을 다시 영위하려는 생각을 버려야한다. 그전으로 복귀가 아니라 암 환자로서의 일상으로 재구상해야 한다.  내 신체의 변화를 수용하고 다른 방향으로 나를 보는 좋은 계기인지 모른다.  

그래서  암환자로서의 일상을 구성하고 삶의 질을 높을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첫 번째로 머리를 들여다 보고 한숨 쉬며 탈모 약에 연연하는 대신 내일은 머리를 자르고 앞머리를 좀 내려봐야겠다.  이 탈모 고민만 버려도 스트레스의 삼분의 일은 사라질거다. 건강하던 때의 외모로 보이려  그저 가리기에 급급했는데 과감하게 변화를 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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