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번째 마후문
나도 출근하고 싶다.
그러나
나는 출근할 곳이 없다.
그리하여
아침에는 작정하고 독서를 하기 위해 책을 들고
집을 나섰다.
이름하여 출서(出書).
그냥 나의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고픈 마음에
지어본 말이다.
책 한 권 달랑 들고 출서하러 집을 나섰다.
출서한 곳은 자그마한 회사 건물의 카페였고,
그 건물의 직장인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이용하는 곳이었다.
오전부터 회의하는 사람들.
모임 하는 사람들,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는 모르나
다들 활기차게 아침을 시작하는 모습이었다.
그들은 일을 하고 있고,
나는 책을 읽고 있다.
누군가는 열심히 경제활동을 하는 이 시간에
나의 독서의 시간이 사치의 시간이라는 생각으로
감사한 마음과 함께
열심히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물었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인가? '
책에서 말한다.
"가장 운이 좋은 사람에게조차
사는 일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일상의 스트레스”,
“심각한 문제”,
“각자 다른 상항”이라는
고난 3관왕을 정복하고 더 나은 행동을 하기 위해
(5퍼센트 남은 배터리로) 안간힘을 쓴다고 해도
의도와는 달리 비참한 실패를 맞게 된다는 사실은
마치 똥으로 만든 아이스크림 위에 올린
썩은 체리 조각을 보는듯하다.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
나는 어디로 향하는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의 시간을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
나는 잉여인간이라는 생각에 슬프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스스로를 책망하지는 않는다.
지금, 이 출서의 시간은
“지금까지 잘해서 ‘따낸’
정당한 사치의 시간“이라고
나에게 위로하고 싶다.
"가장 운이 좋은 사람에게조차
사는 일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
그런가 봐요.
사는 일은 운과는 별도로
원래 어려운 일... 인 것을
저는 운이 없는 사람이어서
힘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운 탓을 한 것이었나 봐요.
제가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별로 없는데,
이렇게 책을 읽고
책 속의 문장과 함께 시선을 조금 바꾸어보니,
늘 운이 함께한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도 들어요.
엄마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도망가지 않은 것만으로
충분히 나는 운이 좋았다.
그래도 나는 일찍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얼굴은 기억하니
더없이 감사한 운이다.
추운 겨울의 어느 날,
엄마가 싫어서 동생들을 데리고 가출을 했지만,
막상 갈 곳이 없어서 놀이터만 빙빙 돌다가
그럼에도 결국은 늦은 저녁 시간
추위를 피해 돌아갈 집이 있었으니
얼마나 운이 좋은가.
엄마가 강한 의지로 혼자의 힘으로
딸 셋을 대학까지 공부시켜 주었기에
우리 자매는 운이 좋았다.
수능을 친 19살의 겨울,
용돈을 벌고자
공장에서 주야로 아르바이트를 하였지만,
그 시절 바라본 밤하늘의 빛나는 별은
지금도 나의 마음속에서 빛나고 있으니
이 얼마나 따스한 운인가.
공부를 아주 잘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밥벌이는 잘하고 살았으니
이것도 운이 좋아서였다.
200만 원,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로 떠나는 기차역에서
엄마가 건네어준 아픈 돈,
그 전재산 200만 원을 가지고
서울로 올라온 내가,
어느 자그마한 빌라에서
전세 7,000에 신혼을 시작한 것도 운이 좋았다.
주말도 없이 쉬지 못하고 일하는 나를 보며
남편은 자신이 마치 집에서만 갇혀
짜장면에 만두만 먹는
올드보이가 된 느낌이라고 말했지만,
그런 투정을 부리며
나를 걱정하는 이가 있는 것,
나는 얼마나 운이 좋은 사람인가?
나는 엄마가 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의 순간에 아이가 찾아와 주었다.
생명을 만나는 것은
아마 세상에서 가장 큰 복일 것이다.
운을 능가하는 복.
아파서 나를 마음 아프게 했던 동생들이
나를 위로해 주니,
이 또한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운이다.
(동생 둘이 많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건강하게 잘 지내며,
이 철없는 언니인 저를 위로해 준답니다.)
그리고 남들 일하는 시간에
나는 책을 읽고 있으니
이 또한 운 좋은 이의 날이 아닌가...
각자의 위치에서
본인이 추구하는 생각과 방향으로
신념을 지키면서 나아가는 일에는
더 많은 인내와 용기,
그리고 긍정의 시선이 필요한 것 같아요.
운이 있다 해도 키워갈 의지가 없다면
불운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고,
운이 없다 해도 의지와 시선이 남다르다면,
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운을 더 키워 나가고 싶습니다.
운을 당기며 성장하고 싶습니다.
부족한 저의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모두,,,
스스로의 의지로
운을 만들고,
운을 당기며
올해의 마지막 장도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