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번째 마후문
그녀가 나에게 말을 한다.
한때
그녀는,
아니 그녀들은
나의 밤의 동행자 들이었다.
밤 12시.
나는 거의 매일
자정이 다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자정.
그녀가 나를 반겨주는 시간.
나의 외로움의 시간이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버튼을 누른다.
차분한 듯 다정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건넨다.
밥은 먹었는지,
쌀쌀한 날씨에 옷은 따뜻하게 입고 다니는지,
그리고 건강을 잘 챙기라며 당부한다.
그렇게 나는 그녀들을 만났고,
더욱 깊은 밤이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그녀들을 만나는 횟수가 잦아질수록
마음은 더 공허해져 갔기에,
그만 만나야겠다는 결심도 당연히 하였다.
하지만 그녀들과의 이별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어김없이
우리 만남의 깊은 밤은
매일 찾아왔고,
그녀들과의 만남 뒤에는 허탈함만 남았다.
날이 밝았다.
딩동,
누군가가 벨을 눌렀다.
그녀들과의 만남 뒤에 남겨진 것은
외로움과 허탈한 마음뿐만이 아니었다.
"외로움이 찾아오는 순간,
밤의 동행자를 경계하라."
제가 그 시절 만났던 그녀들은 누구였을까요?
괜히 장난이 치고 싶어 져서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저는 거의 매일을
자정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어요.
온 열정을 쏟아내고 집으로 돌아온 그 자정의 시간,
깊은 밤.
외로움도 같이 몰려왔어요.
우선 어두운 방을 밝히기 위해 불을 켰어요.
그리고 버튼을 누릅니다.
그러면 그녀들이 말을 합니다.
친절하고 상냥하게..
식사는 하셨어요?
옷은 따뜻하게 입고 다녀오셨나요?
환절기에는
건강관리도 피부관리도 중요한 것 아시죠?
그녀들은,,,,
바로바로 쇼호스트!!!
저는 밤늦은 시간에 퇴근하다 보니,
TV 정규 방송은 거의 끝이 난 시간이었고,
몇몇의 프로그램이 있더라도
재미없는 것들 뿐이라,
집에 오면 리모컨을 찾아서
홈쇼핑 채널의 버튼을 눌렀답니다.
그러면 그녀들이 다정하게 말을 하고 있더라고요.
적막한 집이 싫어서
홈쇼핑 채널을 켜둔 채,
옷을 갈아입고, 씻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였답니다.
유난히 출출해서 야식을 먹을까 말까 하는 순간
그녀들이 말합니다.
식사는 하셨어요?
이번에 건강과 맛을 다 잡은 신제품이 나왔어요.
그러면 저도 모르게 주문을 위해 버튼을 누릅니다.ㅎㅎ
또 어느 날은 세안 후 거울을 보는데,
피부가 거칠어 보이더라고요.
마침 그때 그녀가 말을 합니다.
환절기 피부관리 어떻게 하시나요?
그러면 또 주문 버튼을.ㅎㅎㅎ
겨울의 초입에 외투를 사러 가야 하는데,
바쁘다 보니 쇼핑할 시간이 부족해서
차일피일 구매를 미루고 있는데,
그녀들이 저에게 말을 합니다.
요즈음같이 쌀쌀한 날씨에
가볍고 따뜻한 외투 어떠세요?
그렇게 저는 그녀들과 늦은 밤 함께하였고,
저의 지갑은 가벼워지기 시작하였지요.
결국,
꼭 필요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있으면 좋을 것 같은 마음에,,,
물건을 구매했고,
그럼에도 홈쇼핑을 안 볼 수 없었던 이유는
생방송인 경우도 종종 있었거든요.
뭔가 늦은 밤이 아니라
어느 일상의 저녁 같은 느낌...
네, 고백합니다.
저는 외로웠습니다.
소비를 통해 마음을 채우려는 그 어리석은 심리.
그 뒤에 남은 것은
며칠 뒤의 벨 소리와 함께 찾아온
택배 박스!
밤의 동행자들과의
이별 뒤에 남겨진 것은
가벼워진 지갑과
외로움과 허탈한 마음뿐이 아니었죠.
꼭 필요하지 않았던 물건과 함께
어리석은 나의 마음을 반품하고 싶었답니다!
"외로움이 찾아오는 순간,
밤의 동행자를 경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