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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 Dec 11. 2024

모든 시작에는
신비한 힘이 깃들어있어

스물한 번째 마후문


생의 계단(Stufen) / 헤르만 헤세


모든 꽃이 시들듯, 모든 젊음이

늙음에 길을 비켜주듯

생의 모든 단계도,

모든 지혜와 모든 미덕도 자기의 때에

꽃을 피우나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으리.


생의 모든 부름에서 

마음은 이별과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하리니.

그래야 슬퍼하지 않고 

용감하게 또 다른 새로운 구속에

스스로를 내어줄 수 있으리라.



모든 시작에는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어

우리를 지켜주고 살아가게 하네.


우리, 명랑하게 인생의 방들을 하나씩

통과해 가야 하리라.


그 어느 방에도 고향처럼 마음을 두지

말아야 하리라.

세계정신은 우리를 얽어매거나 속박하지 않고

우리를 한 단계 한 단계 고양하고 넓히려 하나니.

삶의 어느 한 자리에 고향처럼 편안하게

안주하자마자 해이해질 우려가 있으니

길을 떠나 여행에 나설 준비가 되어있는 자만이

우리를 무력하게 만드는 익숙함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어쩌면 죽음의 시간마저도 

새로운 방들을 향해 새롭게 우리를 보내리라.

우리를 향한 생의 부름은 결코 끝나지 않으리...

그러니 마음이여, 작별을 고하고 건강하여라.

<매일 읽는 헤르만 헤세>에 담긴 헤세의 그림




'생의 계단'은 

그의 나이 예순넷 인 1941년에 쓴 시이다.

나의 예순넷은 어떠할까?

알 수가 없다.


당장 내일의 나의 감정도 모르고, 

내일의 새로운 출발의 날도 어떤 날이 될지 알 수가 없으니 말이다.


알 수 없는 새로운 날이지만,

두려움과 머뭇거림 대신

두 눈을 뜨고 태양을 맞이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생의 계단 위에 있다.

어떤 이는 그 계단에서 잠시 멈추어 있기도 하다.

그 멈춤의 시간은 각자 다를 것이다.

긴 쉼의 멈춤이 될 수도 있고,

짧게 숨만 고르는 찰나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 멈춤의 시간은 결코 실패의 시간이 아니다.

정체와 안주의 시간 혹은 

고통의 시간일 수는 있으나, 

변화와 성장을 위한 

내적 휴식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은 멈춤의 시간과 공간에서 이별하고

새로움을 향하여 걸음을 옮겨야 한다.


살아있는 것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또한 우주의 것은 순환하기 때문이다.

꽃이 피었다 지는 과정도,

나무의 잎이 피었다 떨구어지는 과정도 

순환의 연속이며,

새로운 계절이 왔다가 지는 것도,

태양을 맞이하고 달을 맞이하는 것도 

순환의 시간이다.


모든 세상 속의 찰나는 영원하지 않다.

즉, 순간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순환하며 변화하며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다.

그래서 순환의 과정이 필요하다.

멈춤의 시간이 있었다면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헤세는 알고 있다.

그 새로운 시작의 걸음이 결코 쉽지 않음을,,,


그렇기에 말한다.



스물두 번째 마후문


"모든 시작에는 신비한 힘이 깃들어있어

우리를 지켜주고 살아가게 하네."


<생의 계단> 중 / 헤르만 헤세



그러니 내일의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멈춤의 시간과 두려움의 방을 지나,

갇혀 있던 슬픔을 넘어,

익숙함에 머물지 말고.

다시 한 계단 올라,

삶의 새로운 여정을 이어가야 한다.


그 길이야말로 

삶을 온전히 완성하는 여정이 될 것이다.

계단은 계속 이어진다.

과거의 경험과 시간이 현재의 

나를 성장시킨 것을 기억하되,

새로운 목표와 성장을 향해서 나아가는 

변화의 길을 즐기며 걸어가자.




도서관에 같다가 

헤르만 헤세의 또 다른 책을 만났습니다.

요즈음 헤르만 헤세의 책은 다 눈길이 가네요.


헤르만 헤세가 우울증 치료를 위해 그렸던 그림과 함께 그의 다양한 작품과 편지글, 메모, 일기 속의 명문장을 엮은 책이에요. 그중 '생의 계단"이라는 시가 저의 마음에 깊게 들어왔어요.


그리고 저에게 물었어요.

나는 지금 그 계단의 어느 위치에 있고,

무엇을 하고 있으며,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가 되었는지?


모두 행복한 걸음의 날 되세요.

스물한 번째 마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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