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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 Dec 09. 2024

나는 물결 위에서
감정의 파도를 타며 춤출 것이다.

열아홉 번째 마후문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었다.


늘 한적하고, 조용한 그 길.

내가 10년을 다녔던 그 길.


내가 다 안다고 생각했던 곳.



★ 주의!!!

이 글은 무서운 글도 아니고,

아픈 경험의 글도 아닙니다.

제가 해외에 달다 귀국한 지 석 달이 지났네요.

요즈음 다시 한국에서 운전하며,

초보였던 시절도,

또 신나게 운전하던 그때도 떠올라서

써보는 글이니 긴장 안 하셔도 됩니다.^^




세상에, 

처음 느껴보는 느낌이었다.


뭐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순간의 경험.

지금 생각해도 

그 순간의 나의 마음이 그려지지 않는다.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그 한동안은 찰나였으나,

찰나가 아니었다.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생각을 하자. 생각하자.

마음으로 외치며,,,


밖으로 나왔다.

나를 살피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멈춰 선 나의 차,

그리고 그 사람의 차.


늘 다니던 내가 가장 잘 아는 그 장소에서 

사고가 났다.


집 앞의 작은 차도였다.

직진하던 나의 차를 

옆 골목에서 나오던 차가 들이받았다.


내 차는 한 바퀴를 돌았다.

3년 전의 어느 날이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수리료만 1500만 원 내외로 나올 정도로

들이 받혔던 오른쪽 부분의 훼손이 심각했다.


운전에 늘 자신 있었던 나,

운전 경력  20년이 넘는 나,

발레파킹해주시는 분들조차도 놀라던 나의 파킹 실력!


자랑이지만, 

나는 주차를 하주 잘했다.

무조건 원샷! 원킬!


그렇게 운전은 늘 즐거운 경험이었는데,

그 이후로 운전이 무서운 것임을 알게 되었고,

한동안은 무서워서 운전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몇 달 뒤 나는 한국을 떠났고,

낯선 나라에서 운전하는 것이 두려워서 

운전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반년 뒤 

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차를 샀지만,

내가 살던 그곳은 운전대가 반대 방향이었기에,

적응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차를 구입하고 운전을 한지 석 달이 조금 넘었는데,

지금도 조심조심해서 운전을 하고 있다.


주차? 어렵다.

도로 운전?

이제야 적응이 되었지만,

늘 긴장을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사고라는 것은 불현듯 찾아오기에,,,

나 혼자만의 일방이 아니기에,,,


이렇게 운전이 어려운 것임을 느끼며,

근래에 서울도 간간이 조심해서 다녀오다 보니,

나의 초보 운전 시절이 생각났다.




지방에서 상경하여 차가 필요했던 나는 

혼자서, 중고차 매매상에 갔다.

차에 대한 지식은 1도 없는데 말이다.

그냥 보고 쓰윽,,, 구매했다.


차를 사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지만,

운전은 만만하지 않았다.

겨우 운전해서 집에 도착했던 기억이 난다.

그나마 멀지 않은 거리였다.


다음날 친구가 놀러 오라고 한다.

어,,, 자신 없는데,,,

내가 살던 곳에서 친구 집까지

1시간은 족히 넘는 거리였다.


친구는 잘할 수 있을 거라며, 

천천히 조심해서 오라고 했고,

그래! 이번 기회에 서울에 한번 다녀오면

운전이 조금 수월하겠지!


그렇게 출발하였다.

올림픽대로를 지났다.


다행히도 대로가 막혀서 

그나마,

그나마 있는 용기를 다 내어서 갈 수 있었다.


마침내 친구네 도착!

내가 살면서 그렇게 긴장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 아닐까 싶다.

차에서 내리는데 온몸이 뻣뻣해짐을 느꼈다.


그리고 친구네서 하루를 머물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

두려웠다.

도저히 운전해서 갈 자신이 없었다.


어... 집으로 가야 하는데,,,

정말 무서운데,

사고라도 나면 어쩌지...


그때 생각했다.


아하! 그러면 되겠네!

나는 나만의 신박한 방법으로 

안전하게 귀가하였다.

그 시간은 점심 무렵이었고,

그분은 나를 보자 어리둥절하셨다.


그 눈빛의 의미는 이런 이유였다.


"낮인데...."


그분이 나에게 물었다.

"술 드셨어요?"


나는 아니라고 대답했고, 그분은 다시 물었다.


"그런데, 왜요?"


그렇다.

아마 그분도 이런 경험이 처음이었던 것이다.ㅎㅎ


나는 웃었다.

그리고 그분께 질문했다.

"왜 그럴~까~~ 아~~~ 요?^^"

참고로 나는 재미있는 상황을 좋아한다.ㅎ


그분이 환하게 웃으며 질문하는 나를 보며

멋쩍게 웃으시며 대답하셨다.

"글쎄요."

"대낮에 음주도 하지 않으셨는데,

대리운전을 부른 분은 처음이라서요.."


그렇다.

나는 도저히 집으로 운전해서 갈 자신이 없어서,

환한 대낮에 대리운전기사님을 부른 것이다.


차를 타고 가며, 짧은 대화를 하였다.


초본 운전이라 너무 겁이 나서,

요청을 했다고 말씀드렸더니,

기사님이 웃으셨다.


오랜 대리운전 경력에 이런 분 처음이라며.


나는 말했다.

"저도 처음이에요."





하지만 정말 기분 좋은 유쾌한 경험이었어요.

차를 몰고 친구 네로 용기 내어 가지 않았다면,

결코 할 수 없었던 재미있었던 경험.


운전하고 가는 어느 화창한 날에는 

그날의 경험이 종종 떠오른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경험을 합니다.

익숙했던 공간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경험

그날이 그날인 것 같은 일상 속에서도 

새로움을 만나는 경험

또는 충격적인 사고의 경험

불현듯 찾아온 계절의 변화가 주는 마음의 경험


그 경험으로 울고, 웃다가도,

서서히 그 시간을 잊고 살아갑니다.


무뎌지는 것일까요?

저는 타고나기를 불안도가 높은 사람인 것 같아요.


그래서 슬픈 경험은 잘 무뎌지지가 않네요.

별일 없음에도 별일 없음이 불안한 이 마음.


그럴 때는 오늘처럼 이렇게

유쾌했던 경험을 떠올려 본답니다.


그 시절의 

용기 내었던 수많은 경험들.

또한 저도 잊었던 내 안의 마음들.


또 다른 어느 날,

어떤 뜻밖의 일이 일어날지는 모릅니다.



열아홉 번째 마후문


"나는 변화의 물결 위에서 감정의 파도를 타며 

춤출 것이다."



사고 / 事故

평시(平時)에 있지 아니하는 뜻밖의 사건(事件).


이변 / 異變

예상치 못한 사태


예상치 못한 뜻밖의 경험

어제와는 다른 변화의 순간,

뜻밖의 마음,

그리고

잊고 있던 감정이,

불현듯

무뎌진 어느 날 나를 찾아와서 흔들겠죠.

그러면 저는 다시 웃고, 웃겠지요.


하지만, 알고 있습니다.

무뎌질 것이라는 것을.

서서히 잊히리라는 것을.


그래서

기쁨, 분노, 사랑, 두려움, 애증, 원망, 그리움,

아픔, 죄책감, 설렘, 기대, 망각, 혼돈...


그 감성선의 출렁임을 거부하지 않으며,

저의 이야기를 계속 써 내려가 보려고 합니다.


열아홉 번째 마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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