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하 Dec 16. 2024

그곳에서의 10시간,
우리만의 전설의 그날

스물네 번째 마후문

몰입,,,

이것도 몰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 인생에서 몰입의 경험이 그리 많지는 않다. 


더군다나 지적인 몰입의 경험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학창 시절 잠깐 공부했던 경험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래서 그 경험을 몰입의 경험이라고 부르고 싶다.

비록 그것이 유흥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사실은 미친 날이었다.

나는 "미친 듯이"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온 열정을 담아서 

푹 빠져야만 가능한 그 미친 경험의 날.

비록 생산적이지는 못한 미침이었음에도

그 몰입의 경험은 잊히지가 않는다.


그날, 

우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경험을,,

우리만의 아주 특별한 날로 만들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날을 우리만의 전설의 그날이라고 부른다.


나는 유흥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술? 잘 못 마셔!

춤? 몸치!

내가 즐기는 그나마의 흥을 내는 거리는 음악이다.

뭐, 그렇다고 내가 음악에 남다른 재능이나 감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늦은 저녁 우리는 신천에서 만났다.

왜 하필, 

신천이었는지는 지금은 기억나지는 않는다.


둘 다 술을 그리 즐겨하지 않았기에,,

놀 거리 찾다가,

그곳으로 향하였다.


노래방!

그녀와 나는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정확하지는 않지만,,

약 1.5만 원 정도의 금액으로 

1시간 노래를 부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그냥 노래방이었다.


술도 마시지 않은 우리,

아주 늦은 밤

멀쩡한 맨 정신으로 노래방으로 향한 우리,,


세상에,

아마 노래방에서, 

이런 경험을 한 이들이 또 있을까?

단언컨대 없을 거라고 감히 확신한다.


그날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놀랬다.

어찌 맨 정신에 그리할 수 있는지에 말이다.


노래방에서 했던 이 경험, 

우리만의 전설이 된 날이라고 

스스로 이름 지은 

그 몰입의 경험이 무엇이었을까?


이 글을 읽는 분이 계시다면 

마음껏 상상해 보기를 바란다.


의외로 단순한 경험이지만, 

누구나 쉬이 할 수 없는 그 경험은,,


바로

마이크와 한 몸이 되어 무아지경에 빠졌던,

10시간 노래 부르기!

우리는 어쩌다 그런 경험을 했을까?



스물네 번째 마후문


'충분한 경험은 후회의 그림자를 지워준다."

서하



추억하기 좋은 겨울밤에 이 글을 써봅니다.


그날 함께했던 친구는 

저와 고등학생 때부터 친구입니다.

어찌하여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먼저 상경한 친구가 있는 서울로 오게 되었고,

당시 그 친구는 

타지에서 외롭게 지내는 저에게는 

유일한 가족 같은 존재였습니다.


둘 다 같은 직종으로 일했지만,

평일에는 워낙 퇴근 시간이 늦어서 

서로 잘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큰맘 먹고 만난 어느 저녁 늦은 밤.


우리는 노래방으로 향하였습니다.

1시간을 결재하고,

술을 좋아하지 않는 우리는 

각자 음료수 한 캔씩 마시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죠.


한 시간이 다 되어가자 고민하였습니다.

아직 헤어지기는 아쉬운데,,

더 부를까?


시간 연장을 하고, 신나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렇게 2시간이 지나고,,

여전히 아쉬웠던 우리,

막, 흥이 오르기 시작한 우리.


다시 결재를 위해 카운터로 고고씽!!


앗, 

그런데 웬일입니까?


무료로 시간을 더 넣어 주겠다고 하네요.

완전 땡큐 감사를 외치며

신나게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목이 마르니 음료수도 더 시키고요.


3시간이 지나갑니다.


이제는 슬슬 집으로 갈까??

하는 찰나에

시간이 늘어난 것을 보았습니다.


자동 연장?


그렇게 시간은 계속해서 연장이 되었습니다.


슬슬 부를 노래도 다 부른 것 같아서 집으로 갈까?

생각하던 찰나에 다시 시간 추가!


아니 웬일입니까?


우리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였습니다.


그 말하지 않아도 아는 눈빛.


더?

OK!

그렇게 음료수 캔은 쌓여만 갔고,

우리는 노래방 책을 거의 읽다시피 하며

가나다순으로 좋아하는 노래를 

다시 부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슬슬 피곤이 몰려오기 시작하더라고요.


몇 시쯤이나 되었을까?


어두컴컴한 시계 없는 노래방 안에서

부를 노래 다 부르고,

이제는 그만 갈까? 하며

밖으로 나왔습니다.


카운터의 그분이 우리를 쳐다보십니다.


'참 대단한 분들이네요.'

하는 그 눈빛,

그렇지만 웃으며 다음에 또 오라는 말씀을 하셨죠.


정확한 시간은 기억나지 않으나,

다들 출근하느라 분주한 시간이었던 것은 확실합니다.


아마도 오전 8시 전후였을 거예요.


거의 11시 다 되어서 들어가서

밖으로 나온 시간!


친구와 나는 늦게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직종이었기에 

평일 아침도 두렵지 않았지요.

 

어떻게 10시간을 노래를 부르는 게 가능했냐고요?


시간을 무료로 더 넣어주신 분께 묻지는 않았지만,

그날은 평일이었고,

늦은 시간 손님이 많지가 않았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닌가 싶어요.

뭔 영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젊은 분이었던 걸로 봐서는 

아마도 아르바이트하는 분이셨던 것 같아요.


목은 어땠을까요?


멀쩡했습니다.

목을 쓰며 일하는 직업이다 보니, 

목 관리에 신경을 쓰고,

또 친구나 저나 워낙 성량이 좋고

튼튼한 성대를 가지고 있어서였는지

참말로 멀쩡했습니다.


그날도 5시간이 넘는 강의를 하고 만나서 

10시간 가까이 노래를 불렀네요.


지금도 기억납니다.

송파, 신천역 뒤의 올림픽노래 연습장.


그리고 얼마 뒤

친구와 저는 다시 한번 그곳으로 향했답니다.


그날도? Yes!


두 번째의 그날도 10시간,

계속 무료로 추가되는 시간에

 마이크를 부여잡고 

하얗게 미친 듯이 그 밤을 불태웠습니다.


카운터의 그분에게는 

왜 시간을 그렇게 더 주었는지 묻지는 않았습니다.

그건 그의 이유일뿐, 

우리는 두 번째의 그날도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해가 뜬 아침, 밖으로 나왔죠.


제가 '우리만의 전설의 그날"이라고 부를만하죠?


두 번의 미친 그날 이후로 

노래방은 굿바이가 되었답니다.

실컷 불렀더니 다음부터 별 감흥이 없더라고요.


그런 말 있죠?

미련 남지 않게 실컷 하게 내버려둬라는 말, 

하다가 보면 질려서 그만한다는 말


딱 그런 경험이었습니다.


그래서 종종 아이가 불금을 외치며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할 때면

아이에게 이런 제안을 합니다.


"좋아!


오늘은 누가 누가 더 오래 깨어서 

더 즐기는지 내기하자!

절대 잠들면 안 돼!"


아이는 잠들지 않았을까요?


초등 저학년 때에는 

1시까지 버티다가 스르르 잠들었고,

초등 고학년이 되니 

2시 30분 정도까지 버티다가 잠들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웬만하면 안 하려고 하기는 합니다.

정말 밤새울 것 같아서.ㅎㅎㅎ


그렇지만 

한 번씩, 틀에서 벗어난 그 경험.

무언가 끝까지 할 수 있다는 허락받은 

그날의 자유로운 마음.


아이가 어른이 되어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어릴 적 그때의 마음과 경험을 잊지 않고,

가끔은 힘들고 흔들릴 때,

일탈도 하며 

자신을 찾는 시간도 가지며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겨울은

무언가에 빠지기에 더 좋은 계절 같아요.


차가운 바람이 자꾸 흔들잖아요.


그렇게 바람이 흔들 때 

한번 찐하게 흔들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각자의 흥을 내게 만드는 일탈의 시간 말이에요.


그때 그래볼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올 해가 다 가기 전에, 

꼭 그런 시간을 만들어보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