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네 번째 마후문
몰입,,,
이것도 몰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 인생에서 몰입의 경험이 그리 많지는 않다.
더군다나 지적인 몰입의 경험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학창 시절 잠깐 공부했던 경험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래서 그 경험을 몰입의 경험이라고 부르고 싶다.
비록 그것이 유흥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사실은 미친 날이었다.
나는 "미친 듯이"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온 열정을 담아서
푹 빠져야만 가능한 그 미친 경험의 날.
비록 생산적이지는 못한 미침이었음에도
그 몰입의 경험은 잊히지가 않는다.
그날,
우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경험을,,
우리만의 아주 특별한 날로 만들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날을 우리만의 전설의 그날이라고 부른다.
나는 유흥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술? 잘 못 마셔!
춤? 몸치!
내가 즐기는 그나마의 흥을 내는 거리는 음악이다.
뭐, 그렇다고 내가 음악에 남다른 재능이나 감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늦은 저녁 우리는 신천에서 만났다.
왜 하필,
신천이었는지는 지금은 기억나지는 않는다.
둘 다 술을 그리 즐겨하지 않았기에,,
놀 거리 찾다가,
그곳으로 향하였다.
노래방!
그녀와 나는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정확하지는 않지만,,
약 1.5만 원 정도의 금액으로
1시간 노래를 부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그냥 노래방이었다.
술도 마시지 않은 우리,
아주 늦은 밤
멀쩡한 맨 정신으로 노래방으로 향한 우리,,
세상에,
아마 노래방에서,
이런 경험을 한 이들이 또 있을까?
단언컨대 없을 거라고 감히 확신한다.
그날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놀랬다.
어찌 맨 정신에 그리할 수 있는지에 말이다.
노래방에서 했던 이 경험,
우리만의 전설이 된 날이라고
스스로 이름 지은
그 몰입의 경험이 무엇이었을까?
이 글을 읽는 분이 계시다면
마음껏 상상해 보기를 바란다.
의외로 단순한 경험이지만,
누구나 쉬이 할 수 없는 그 경험은,,
바로
마이크와 한 몸이 되어 무아지경에 빠졌던,
10시간 노래 부르기!
우리는 어쩌다 그런 경험을 했을까?
'충분한 경험은 후회의 그림자를 지워준다."
서하
추억하기 좋은 겨울밤에 이 글을 써봅니다.
그날 함께했던 친구는
저와 고등학생 때부터 친구입니다.
어찌하여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먼저 상경한 친구가 있는 서울로 오게 되었고,
당시 그 친구는
타지에서 외롭게 지내는 저에게는
유일한 가족 같은 존재였습니다.
둘 다 같은 직종으로 일했지만,
평일에는 워낙 퇴근 시간이 늦어서
서로 잘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큰맘 먹고 만난 어느 저녁 늦은 밤.
우리는 노래방으로 향하였습니다.
1시간을 결재하고,
술을 좋아하지 않는 우리는
각자 음료수 한 캔씩 마시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죠.
한 시간이 다 되어가자 고민하였습니다.
아직 헤어지기는 아쉬운데,,
더 부를까?
시간 연장을 하고, 신나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렇게 2시간이 지나고,,
여전히 아쉬웠던 우리,
막, 흥이 오르기 시작한 우리.
다시 결재를 위해 카운터로 고고씽!!
앗,
그런데 웬일입니까?
무료로 시간을 더 넣어 주겠다고 하네요.
완전 땡큐 감사를 외치며
신나게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목이 마르니 음료수도 더 시키고요.
3시간이 지나갑니다.
이제는 슬슬 집으로 갈까??
하는 찰나에
시간이 늘어난 것을 보았습니다.
자동 연장?
그렇게 시간은 계속해서 연장이 되었습니다.
슬슬 부를 노래도 다 부른 것 같아서 집으로 갈까?
생각하던 찰나에 다시 시간 추가!
아니 웬일입니까?
우리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였습니다.
그 말하지 않아도 아는 눈빛.
더?
OK!
그렇게 음료수 캔은 쌓여만 갔고,
우리는 노래방 책을 거의 읽다시피 하며
가나다순으로 좋아하는 노래를
다시 부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슬슬 피곤이 몰려오기 시작하더라고요.
몇 시쯤이나 되었을까?
어두컴컴한 시계 없는 노래방 안에서
부를 노래 다 부르고,
이제는 그만 갈까? 하며
밖으로 나왔습니다.
카운터의 그분이 우리를 쳐다보십니다.
'참 대단한 분들이네요.'
하는 그 눈빛,
그렇지만 웃으며 다음에 또 오라는 말씀을 하셨죠.
정확한 시간은 기억나지 않으나,
다들 출근하느라 분주한 시간이었던 것은 확실합니다.
아마도 오전 8시 전후였을 거예요.
거의 11시 다 되어서 들어가서
밖으로 나온 시간!
친구와 나는 늦게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직종이었기에
평일 아침도 두렵지 않았지요.
어떻게 10시간을 노래를 부르는 게 가능했냐고요?
시간을 무료로 더 넣어주신 분께 묻지는 않았지만,
그날은 평일이었고,
늦은 시간 손님이 많지가 않았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닌가 싶어요.
뭔 영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젊은 분이었던 걸로 봐서는
아마도 아르바이트하는 분이셨던 것 같아요.
목은 어땠을까요?
멀쩡했습니다.
목을 쓰며 일하는 직업이다 보니,
목 관리에 신경을 쓰고,
또 친구나 저나 워낙 성량이 좋고
튼튼한 성대를 가지고 있어서였는지
참말로 멀쩡했습니다.
그날도 5시간이 넘는 강의를 하고 만나서
10시간 가까이 노래를 불렀네요.
지금도 기억납니다.
송파, 신천역 뒤의 올림픽노래 연습장.
그리고 얼마 뒤
친구와 저는 다시 한번 그곳으로 향했답니다.
그날도? Yes!
두 번째의 그날도 10시간,
계속 무료로 추가되는 시간에
마이크를 부여잡고
하얗게 미친 듯이 그 밤을 불태웠습니다.
카운터의 그분에게는
왜 시간을 그렇게 더 주었는지 묻지는 않았습니다.
그건 그의 이유일뿐,
우리는 두 번째의 그날도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해가 뜬 아침, 밖으로 나왔죠.
제가 '우리만의 전설의 그날"이라고 부를만하죠?
두 번의 미친 그날 이후로
노래방은 굿바이가 되었답니다.
실컷 불렀더니 다음부터 별 감흥이 없더라고요.
그런 말 있죠?
미련 남지 않게 실컷 하게 내버려둬라는 말,
하다가 보면 질려서 그만한다는 말
딱 그런 경험이었습니다.
그래서 종종 아이가 불금을 외치며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할 때면
아이에게 이런 제안을 합니다.
"좋아!
오늘은 누가 누가 더 오래 깨어서
더 즐기는지 내기하자!
절대 잠들면 안 돼!"
아이는 잠들지 않았을까요?
초등 저학년 때에는
1시까지 버티다가 스르르 잠들었고,
초등 고학년이 되니
2시 30분 정도까지 버티다가 잠들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웬만하면 안 하려고 하기는 합니다.
정말 밤새울 것 같아서.ㅎㅎㅎ
그렇지만
한 번씩, 틀에서 벗어난 그 경험.
무언가 끝까지 할 수 있다는 허락받은
그날의 자유로운 마음.
아이가 어른이 되어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어릴 적 그때의 마음과 경험을 잊지 않고,
가끔은 힘들고 흔들릴 때,
일탈도 하며
자신을 찾는 시간도 가지며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겨울은
무언가에 빠지기에 더 좋은 계절 같아요.
차가운 바람이 자꾸 흔들잖아요.
그렇게 바람이 흔들 때
한번 찐하게 흔들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각자의 흥을 내게 만드는 일탈의 시간 말이에요.
그때 그래볼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올 해가 다 가기 전에,
꼭 그런 시간을 만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