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마후문
살아가면서 누구나
자신만이 가지는 특별한 공간과
특별한 물건, 장소가 있겠지요.
저에게는 바다가 그러합니다.
저의 아버지는 선주였습니다.
지금의 저의 나이보다 젊으신 나이에
세상을 떠나셨어요.
저에게 바다는 아버지입니다.
제가 어린 시절,
아버지는 새벽 바다로 나가셔서 며칠이 지나서야
집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저는 그저 반가운 마음에
아버지의 품에 안기고는 했었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시고
제가 조금 더 철이 들었을 때,
어머니께 들은 말이 있습니다.
아버지가 편찮으셨을 때,
두렵다고 말씀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제 마음과 기억에서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저의 어린 시절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아버지가 어머니께 하신 말씀을 떠올리며 나만의 상상으로 아버지의 시선을 그려보고는 했습니다.
현실에서는 나이 든 아버지의 모습은 상상이 가지 않고저의 기억 속의 아버지는 병원에 계셨던 모습이거든요.아니면 오래전 사진 속의 웃으시는 모습뿐...
그렇게 저는 상상합니다.
아버지의 시선으로...
"The sea is
like a vast book of life's secrets.
Everything is hidden within it."
"바다는 인생의 비밀을 품고 있는 방대한 책과 같다. 모든 것이 그 안에 숨겨져 있다."
Jacques Yves Cousteau
이른 새벽 저 먼바다를 보며 아버지가 서 계십니다.
아버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네요.
아내에 대한 미안함일까요?
어린 세 딸에게 이별을 말하기 힘들어서였을까요?
못 다 피고 져야만 하는
자신의 삶에 대한 미련과 두려움 때문일까요?
그리고는 생각합니다.
그 바다에서의 자신의 청춘을...
화난 바다와 같은 변화무쌍한 인생길에서
열심히 살아내 온 자신을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소리치시네요.
왜! 왜!
도대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바다를 보고 한없이 속으로 외치시네요.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발걸음이 차마 떨어지지 않습니다.
아내와 어린 딸들에게
속절없이 흐르는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하지만 돌아가야 합니다.
한 번이라도 더 안아주고 어루만져 주기 위해서
해 뜨는 바다를 뒤로하고
용기 내어 발걸음을 돌려봅니다.
그 바다에 서서 저는 그려봅니다.
나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아버지의 미소를 떠올려봅니다.
미안하네요.
이제는 차츰차츰 그리움을 뒤로하고
간간이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제 자신의 모습에
미안해지네요.
그런 미안함을 담아 소리쳐봅니다.
아빠.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가 않아서
속으로 담고 담아만 내었던 말.
아무리 소리쳐도
마음 깊은 곳에서만 울리는 한 단어,
아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후
나의 입에서
아버지라는 말을 다시는 내뱉을 수 없어서
서럽게 울었습니다.
그 울음조차도 어머니께 들키고 싶지 않아서
수없이 많은 밤을 혼자서 눈물 흘렸습니다.
바다만이 들었지요.
나의 눈물과 그리움을...
저에게 바다는 그런 곳이네요.
아버지의 인생과 나의 그리움이 머무는 곳.
The sea is like a vast book of life's secrets.
Everything is hidden within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