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번영에 대하여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각자 표현하는 단어는 조금 다르지만 결국 각자의 자립(自立)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자립에 대한 견해와 방법은 달라도 공통적인 분모는 직장인으로서 우리의 커리어는 언젠가는 막을 내린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연재를 통해 직장인으로서의 커리어를 우리 인생의 1막이라 표현했고, 오롯이 자신의 기예(技藝)를 통해 장(長)에서 가(家)로의 거듭나는 것을 인생의 2막이라 하였다.
우리가 인생의 1막을 준비했던 시간을 되돌아보자.
초등학교부터 대학(4년 기준)까지 약 16년 동안 우리는 장래의 무엇이 되기 위한 시간을 가졌다. 장래의 희망을 일찍이 품은 사람들도 있었을 테고, 뚜렷한 미래상을 그리지는 않았지만 흘러가는 데로 살다가 누구나와 같이 직장에 입사해서 본인의 책임과 의무를 다한다는 구실로 살아온 사람들도 있을 테다. 그리고, 대다수의 우리는 후자에 속한 사람들이다. 전자에 속한 이들이라면 아마도 이미 가(家)를 이뤘거나, 소위 사(師) 자로 불리는 직업을 가진, 굳이 인생 2막을 고민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일 테니.
어찌 보면, 보다 치열하게 인생의 전반전을 살지 못한 평범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인생의 후반전은 더욱 큰 부담과 도전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물론, 전반전의 여정이 순탄하고 평안했다고 할 순 없다. 각자의 자리에서 어쨌든 최선이라는 것을 우리는 했으니 말이다. 또 금이든 은이든 수저를 물고 태어난 자들은 장(長)도, 가(家)도, 사(師)도 아니면서 인생 후반전에도 여전히 수저를 물고 빨려 살 테니 우리는 좀 억울한 면도 있다.
하늘의 별과 비교를 하는 대기업의 임원조차도 2년의 임기만을 끝으로 유성(流星)이 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난다 긴다 하지만 결국에는 땅으로 떨어지는 유성. 그런 분들과 대화를 하면 항상 나오는 얘기가 "그때 내가 이랬어야 했어."라는 후회다. 미리 인생 2막을 준비하지 않아서, 충분한 재산을 모아 놓지 않아서, 충분한 기예를 갖춰놓지 않아서,... 나라고 뭐 다르겠는가.
이런 자조(自嘲)를 하자는 건 아니다. 다만, 아직은 시간이 있을 때 1막과 2막 사이에 여러 편의 단막극을 연출하며 과거 1막을 위한 16년의 준비 기간을 압축하여 2막을 위한 밀도 있는 정진을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얘길 하고 싶을 뿐이다.
내가 만났던 지인에 대한 생각을 했봤다. 그는 지금 그 자체로 자립인일까? 혹은 자립을 준비하는 사람일까?, 나는 그에 비해 자립할 준비가 더 되었을까? 나의 자립을 위한 준비는 '경제적, 사회적, 정신적, 정치적, 교육적, 신체적' 어떤 것으로 이미 충분하고 어떤 것이 많이 부족할까?
사실, 이런저런 단어로 비벼봐야 우리에게 자립이란 단어가 주는 강렬한 요지는 '경제적 자립'일 것이다. 죽을 때까지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충족'의 수준까지는 삶의 지탱해 줄 수 있는 경제력 말이다. 내 지인은 이런 면에서 확실한 자신의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었다. 요컨대, 고정 수입이라는 단어로. 그 고정 수입의 안정화를 위한 준비를 하는 모양인데, 그 준비가 되었을 때를 내가 얘기하는 '자립'의 시점이라고 볼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앞서 내가 제시했던, 기예(技藝)를 통한 가(家)로의 전환이 '자립'의 유일한 방법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 다른 지인은 건물주(主)가 되어 이미 노후 설계가 된 사람도 있으니 이 사람에게는 그 건물 한 채가 그 사람의 자립의 모습이라고 하면 누구라도 부러워는 하더라도 그는 자립하지 못한 사람이라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런 면에서 그 역시 이미 준비된 자립인이라고 보는 게 맞겠다는 결론을 내었다. 나와 다른 것은 다만, 나는 직장인이라는 커리어를 끝냈을 때, 우리가 삼는 업에서 우리는 어떤 직업인, 직능인으로서 자립할 것이냐가 핵심이었고 경제적 윤택은 그 직업인, 직능인으로서의 효능성에 따를 것이기에 굳이 중심으로 두지 않았을 뿐, 우리는 결과적으로 어떤 업을 삼던 경제력과 인생을 따로 떨어뜨려 생각할 순 없을 테니.
인생의 후반전, 인생의 2막, 노후설계
중요한 것은 목적과 결과는 점수와 관객 수 등 스코어로 나겠지만, 경기의 전반전과 후반전의 전술이 다르고, 연극의 1막과 2막의 내용이 다르듯 그리고... 언제나 후반전과 2막은 보다 드라마틱하기에 우리의 시나리오가 단단하고 탄탄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 까칠한 펜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