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自立)의 조건

존재의 번영에 대하여

by 까칠한 펜촉

우리는 왜 자립(自立) 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본질적으로 매우 어리석은 질문이다.

자립이 갖는 여러 개념(경제적, 신체적, 교육적, 정치적, 정신적, 사회적) 이전에 '스스로 선다'는 기본 의미가 있기에 때문이다. 스스로 선다는 것은 최소한의 활동(먹고 마시고 자는)과 의사결정을 자기 주체적으로 한다는 것이고 이것은 생존의 기본기이다. 그러나, 자립은 <자립(自立)의 시간>에도 언급했듯 스스로 서있는 상태와 결과가 아니라 생존과 번영을 위한 과정과 지향점이라는 점에서 지속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지속가능성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 삶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우리 자아(自我) 보다 훨씬 더 빠르고 다이내믹하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2013년부터 2022년(10년 간)까지 인구 증가율과 사업자 증가율을 비교해 보면, 인구 증가율의 경우 2020년 0.14%로 '+' 증가를 한 후, 2021년부터는 매년 '-' 감소를 지속하고 있고 반면에 사업자 증가율은 법인사업자의 경우, 매년 평균 4.73%, 개인사업자는 2.59%로 증가하고 있어 이는 어떤 이유에서든 경제적 자립을 하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2013년과 2022년의 총인구수와 법인사업자, 개인사업자의 증감을 보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총인구수의 경우 2013년 50,568,893명에서 2022년 51,672,569명으로 약 2.18% 증가한 반면에 법인사업자의 수는 동기간 동안 576,000명에서 873,000명으로 약 51.6%가 증가했고 개인사업자의 수는 4,520,000명에서 5,690,000명으로 약 25.9% 증가하여 특히, 경제적 자립의 인구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경제적 자립의 인구수가 증가하는 인구통계적 이유는 1) 출산율 저하, 2) 고령화 사회로의 가속화, 3) 청년층의 해외 이주 증가를 꼽을 수 있고 산업, 사회적으로는 1) 디지털 경제와 비대면 산업 성장, 2) 고용 불안과 자영업 증가, 3) 창업 환경 개선 및 정부 지원 확대, 4) 고령화에 따른 퇴직 후 창업 증가를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결국, 자의, 타의 어느 이유에서든 우리는 언젠가, 어떤 시점에서는 완전한 경제적 자립을 해야만 생존과 번영의 지속가능성을 갖는다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역설적으로 자아가 중심이 되는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회, 경제, 산업 등 외적 환경변화에 유연하고도 선제적인 준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자립할 수 있을까? 그리고, 무엇으로 자립하고, 언제 자립해야 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자립(自立) 해야 하는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Sapiens)>에는 인간사를 바꾼 3가지 혁명이 등장한다.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이 그것이다. 이중 농업혁명은 기원전 약 12,000년경부터 8,500년경까지 진행되었는데 농업혁명의 핵심은 인류가 수렵채집의 생활에서 농경 사회로 전환한 것이며 농경 사회로의 전환은 인류가 자연의 산물에 거의 100% 의존하여 생존하는 것을 밀, 보리, 옥수수 등의 작물을 재배하거나 양, 소, 돼지 등의 동물을 가축화하여 정착했다는 인류 최초의 자립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유발 하라리는 이 농업 혁명을 인류 문명의 발전으로 보면서도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기라고 표현하며 비판적 시각을 제시하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농업 혁명이 더 많은 노동과 질병,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하였기에 인류는 수렵채집의 생활보다 더 힘겹게 살아가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농업 혁명은 이후 산업 혁명, 과학 혁명으로 이어져 인류를 더욱 사피엔스(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인간) 답게 살아가게 했으며 이렇듯 현재 과학 문명을 이룩하게 됐기에 인류에게는 필연적인 발전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이런 일련의 문명 발전 과정에서 보듯 인간 개개인도 부모 그리고, 회사라는 조직에 의존하고 기대어 안돈하다가 인생의 어떤 중요한 변곡점에서는 필연적으로 자존, 자립해야 하는 때를 맞게 되고 그때를 맞았을 때 발전할 것이냐 정체할 것이냐 퇴보할 것이냐를 선택하게 된다.


인류의 자립과 나의 자립은 어떻게 다른가?


인류가 자연으로부터 자립하면서 산업이 탄생했다.

농업, 어업, 임업, 광업 등의 1차 산업

제조업, 건설업, 화학 산업, 철강 및 조선업 등의 2차 산업

유통업, 금융업, IT 및 정보통신 산업, 교육 및 의료, 관광 및 서비스 업으로 일컫는 3차 산업

지금은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IoT, 바이오 등의 4차, 5차 산업으로 까지 확대, 발전되고 있다.

이것이 인류가 자연으로부터 자립하여 만든 결과이다.


이 산업의 탄생과 더불어 개인의 직업과 직무도 탄생했다.

농부, 어부, 광부, 대장장이

기계공, 조립공, 건축가, 엔지니어

은행원, 의사, 프로그래머

AI 엔지니어, 데이터 과학자, 크리에이터 등등


여기에 언급한 직업, 직무를 그들이 일하는 환경을 상상하며 다시 살펴보자. 어떤가?

육체적 노동 중심, 노동 집약적에서 지식 중심, 지식 집약적으로.

협업, 협력이 필요한 집단 중심에서 개개인의 역량이 더욱 중시되는 개인 중심.

단순 반복적이며 직능의 숙련도가 중요한 개인 역량에서 창의적이고 지능적인 전문 역량이 중심이 되는.


아마 이런 변화를 감지했을 것이다.

큰 것에서 작은 것으로, 많은 것에서 적은 것으로의 변화. 이것이 우리의 자립 환경이다.

그리고, 이런 자립 환경은 더욱더 복잡 다변화하면서 잘게 쪼개져서 핵(核) 화될 가능성이 있다.

송길영 작가가 주장하는 핵개인화 말이다.


이런 환경에서의 자립(단순히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이 있으려면)은 과거에 우리가 회사에 오래 다니면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는 직무의 숙련도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숙련도 이상의 전문성, 대가, 명인, 구루, 장인으로의 거듭남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이제 오롯이 개인으로서의 자립을 위한 방법으로 장(長)에서 가(家)로의 거듭남을 생각해 보자.


직장의 구성원으로서 과장, 차장, 부장의 직급, 직함이 아닌

사업가, 작가, 예술가, 교육가, 창작가, 건축가, 역사가, 철학가 심지어는 독서가 등으로 불리는 전문성을 가진 독립된 주체로 말이다.


나는 이 거듭남을 인생의 2막을 여는 열쇠이자 자립을 위한 핵심적인 방법으로 제시한다.




우리는 무엇으로, 언제 자립(自立)할 수 있는가?


우리가 왜 자립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자립의 한 방법인지 생각해 봤다.

이제 좀 더 구체적으로 '무엇으로, 언제, 어디에서(어떤 영역)' 자립해야 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러나, 이 영역은 완전히 개인의 것이다. 사람마다 갖고 있는 기술과 역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단 한 가지 공통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자립의 조건이 있다면 그것은 '기예(技藝)'이다.


기(技)는 숙련된 기능이나 기술적인 능력을 뜻하고,

예(藝)는 창의적인 표현이나 미적 감각을 의미한다.

즉, 기예는 단순한 기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감각을 포함한 능력을 뜻하는 것이다.


기예가 중요한 가장 단순한 이유는 경쟁 때문이다.

자립의 불가결한 이유를 앞서 인구통계적으로나 사회적인 변화로 설명하였듯이 이제 자립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는 법인사업자와 개인사업자의 예와 같이 매년 2% ~ 3% 씩 증가할 것이고 2013년과 2022년의 비교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앞으로 10년 이내에는 현재보다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에 육박할 만큼 자립의 경쟁 시장에 뛰어드는 인구가 증가할 것이다. 나는 여기에 특별히 '시장(Market)'이라는 단어를 쓴다.


자립 시장(Self-sufficiency Market)의 탄생


이쯤 되면 내가 얘기하는 논조를 이해했을 것이다.

개인의 자립은 기업의 자립과 굉장히 유사한 면이 있다.


그래서, 새로운 시장에는 First Mover로서, 기존 시장에서는 Blue Ocean과 Niche Market을 찾아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한다.


나는 개인의 자립도 이와 유사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First Mover는 시장 형성이라는 리스크를 풀어내야 하는 과제(투자비용)가 있고, 반대로 Fast Follow 전략을 수행하는 기업은 경쟁(투자비용)이라는 과제를 또한 풀어야 한다. 그런데, First Mover와 Fast Follow 전략조차 이미 늦은 후발주자라면 비용과 차별화 측면에서 더 많은 노력(기회비용 혹은 매몰비용)을 수반해야 하므로 경쟁에서 승리를 쟁취하기 더욱 어려울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나는 자립의 시간(When)은 가장 빠른 시점, 자립의 공간(Where)은 가장 파이가 큰 시장으로 어쩌면 당연하게 제시를 하나, 문제는 시점과 공간보다 무엇으로(What)라는 것인데 이는 앞서 여지를 둔 것처럼 개인의 역량과 자질뿐 아니라 어떤 자립 시장이 가장 성장성이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에 앞으로의 숙제로 두고 더 탐구해 보고자 한다.


자립은 불가결하다.

그리고, 낯설고 두렵다.

그러나, 우리는 그 낯설고 두려운 마음으로 사회에 발을 내딛었고 이미 우뚝 서 있다.

우리에게는 지난 시간으로 단련된 삶 근육이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배운 지혜 또한 기억하고 있다.


인생의 1막보다 더 빛나고 찬란할 2막을 위해

우리의 오롯한 자립을 위해

오늘도 그 낯섬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각자의 자립 시장을 개척하여 나가길 바래본다.



- 까칠한 펜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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