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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시리즈 회고

나도 누군가의 악마였으니

by 까칠한 펜촉

'나도 누군가의 악마였으니' 이토록 시리즈를 연재한 지 벌써 9회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첫 연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전 직장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가 깊었던 탓에 어떻게든 스스로를 다독이고 싶었습니다. 입 밖으로는 차마 꺼낼 수 없었던 말들을 최대한 걸러내고 또 걸러내며 두서없이 써 내려간 글들이, 어느덧 제 마음속 상처 위에 딱지를 만들었고, 그 딱지가 천천히 아물고 있음을 문득 느낍니다.


글이 가진 힘이란 게 이런 건가 새삼 감사함을 느낍니다.


과거의 인간관계를 돌아보며, 개인적으로 반성과 성찰의 시간도 가졌습니다.

글의 제목처럼, 인간관계란 결코 일방적인 것이 아니기에.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 되풀이하듯 전가하며 똑같은 상처를 줬던 제 경험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럴 때면 마음 깊이 자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진심을 담아 사과하고 싶습니다.


얼마 전에 이토록 시리즈에 등장했던 한 상사분께 전화를 받았습니다.

혹시, 제가 쓴 글을 보고 연락을 주셨나? 하는 생각에 송구한 마음이 들더군요. 그분과의 관계가 늘 나빴던 것은 아니기에, 혹은 그 관계 맺음의 과정에 분명 제가 실수하고 기대에 못 미친 부분이 있었기에, 한편으로는 선배 입장에서의 이토록 시리즈를 그분은 연재하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토록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대부분의 등장인물은 제가 직간접적으로 모셨던 직장 상사들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8회 차나 연재할 만큼 악마 같던 이들이 정말 많았던 걸까 싶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아직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더 남아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아쉬움도 듭니다. 하지만 이 연재의 본래 목적이었던 ‘마음의 치유’가 어느 정도 이뤄졌기에, 이제는 이쯤에서 멈춰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번 마지막 글에서는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하며, '리더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에 대해 제 나름의 생각을 나눠보려 합니다.


리더는 단지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품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줄 모르고, 권한만을 휘두르는 리더는 결국 조직을 지치게 만들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고립시키며 스스로도 고립된 존재가 됩니다.


돌이켜보면, 저를 상처 입혔던 상사들은 대부분 ‘권위’로 리더가 되려 했고, 반대로 제게 존경심을 준 상사들은 ‘배려’와 ‘책임’으로 리더십을 실천했던 분들이었습니다.


좋은 리더란 결국, 상대방에게 '사람으로서 존중받고 있다'는 감정을 심어주는 사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다음 연재에서는 지금까지 이토록 시리즈에 등장했던 모든 인물들이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와 앞으로 어떤 리더로 살아갈지 정리하는 것으로 본 연재를 마무리 짓겠습니다.



- 까칠한 펜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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