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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년교생 Aug 18. 2022

공립학교와 사립학교, 직장 비교

공사립의 차이를 '수험생'과 '직장인'의 관점에서 풀어보다.

찬바람이 싸늘하게 불면 임용시험 고시생들은 언제나 마음이 뒤숭숭해지기 시작한다. 특히 TO가 적고 경쟁이 치열한 과목이거나 몇 번의 고배를 마신 수험생이라면 더욱 심란해지기 마련이다. 학습된 무기력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이해하기 시작하면 '과연 내가 교단에 서는 날이 올 것인가'를 진지하게 의심하기 시작한다. 졸업반에 바로 임용에 합격한 능력자(?)가 아니라면 이런 고민은 대부분의 전, 현직 고시생들이 경험하는 것들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몇 년 전부터 임용시험에 공사립 동시 지원 제도가 생기며 수험생들에게 사립학교의 문이 많이 개방되기 시작했다. 아직도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해보면 사립학교 임용에 대한 극심한 정보 부족과 온갖 추측성 글이 난무한다. 또한 두 학교를 모두 경험해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 '카더라' 통신으로 왜곡된 정보가 한없이 부풀려진 경우도 많다. 당장 임용시험 관련 커뮤니티에 사립학교를 검색해보면 '학교 바이 학교'를 감안하더라도 명백히 잘못된 정보가 상당히 많이 퍼져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일까, 임용철이 다가오며 주변의 선후배들이 사립에 대하여 많이 물어보곤 한다. 아울러 사립과 공립의 차이를 물어보기도 한다. 나는 어쩌다 보니 공사립 동시 지원으로 사립학교에 합격하여 근무하였고, 현재는 다시 공립에 합격하여 근무하고 있다. 임용을 통해 설립이 다른 두 학교에서 근무했던 경험으로 자주 들어오던 질문들에 대한 나의 대답을 정리하고자 한다.


단, 진리의 '학교 바이 학교'를 잊지 말자. 아래의 내용 역시 내가 겪은 특정 학교에서의 작은 경험일 뿐이다. 혹시나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예비 선생님들이시라면 부디 여러 정보를 취합하여 전략을 세우길 바란다. 아래의 글은 도지역 상위권 지역의 사립학교 경험과 중하위권 지역의 공립학교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1. 임용 난이도

1차 시험과 2차 시험으로 나누어서 말해야 할 것 같다. 1차 시험의 경우 사립만 우선 지원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다수 동시 지원의 경우 공립 합격선 바로 밑에서 사립 합격자를 끊어낸다. 그러나 어지간히 문제가 있는 학교가 아니고서야 보통 공립 합격선의 소수점 아래에서 사립 합격자가 끊어진다. 주변 동기의 경우 상당히 외진 지역에서 공립 합격선 -3점에 사립 1차를 합격한 경우를 보았다. 물론, 사립만으로 지원한 경우라면 공립 합격선을 웃돌기도, 그보다 한참 밑돌기도 한다.


과목에 따라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겠으나, 국어과 1차 시험의 경우 생각보다 운에 많이 좌우된다. 물론 확고한 부동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수험생은 보통의 사람들일 것이다. 우리네 보통의 사람들이 치는 임용시험 환경에서는 늘 가채점과 다른 점수를 받아 들고 좌절하기 마련이다. 본인이 어디서 맞고 틀렸는지는 실제 채점 점수를 받아보고 나서 역으로 답안을 유추해보아야 겨우 더듬어낼 수 있을 뿐이다. 이러다 보니 주변의 '능력자'가 1차에서 미끄러지고, 조용하던 옆 친구가 해당 지역에서 수석으로 밀고 올라오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모범 답안 공개가 되지 않다 보니 출제와 채점에 대하여서도 추측만 난무할 뿐이다.


이런 까닭에 1차 시험의 난이도는 크게 어느 쪽이 우위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물론, 소수점으로 갈리는 시험이니 0.01점이라도 더 높다면 능력자가 맞다. 다만, 합격선은 당해의 공사립 TO와 자신의 응시 지역에 의해서만도 크게는 7~8점이 바뀐다는 것을 고려할 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1차 시험으로 어느 한쪽이 월등히 뛰어나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2차 시험의 경우 사립이 월등히 어려웠다. 지도안 시험이 있는 지역을 기준으로 볼 때, 내가 아는 주변의 사립 2차 시험에서는 공립과 달리 대부분 답안지로 백지를 던져준다. 칸이 예쁘게 그려져 있고, 도입과 정리가 이미 채워져 있으며 조건에 맞춰 전개 1, 2를 채워 넣는 공립과는 완연히 다르다. 실제로 내가 응시했던 사립 2차에서는 학습 목표와 제재 글만 주었으며 내용 학습과 활동을 고3 수험생을 대상으로 구상하라는 문제가 제시되었다. 2차를 준비하면 어느 쪽이든 교과서 분석과 지도안 작성을 연습하겠지만, 사립의 경우는 구체적인 수업 구상과 관련 내용의 최근 출제 경향까지는 어느 정도 알고 있기를 원하는 눈치였다. 사립 임용이 된 후, 정교사 채용 후일담을 들어보니 당장 고3 교실에 투입하여 수업이 가능한 교사를 뽑았다는 말이 있었다. 물론, 채용될 당시의 나는 그런 실력이 없었으나 어쨌든 그와 비슷하게(?) 보이긴 했던 모양이다.


사립학교는 수업 시연에서도 변수가 많다. 20분 시연이라 공지하고서 현장에서는 10분 수업이나 15분 수업을 요구하기도 한다. 민원으로부터 몸을 사리는 공립 채점관과는 달리 수업 중간에 흐름을 끊고 질문을 하거나 특정 수업 내용을 '강의식'이나 '활동형'으로 즉석으로 재구성해보라 요구하기도 한다. 좋게 말하면 수험생의 다면적 문제 해결 능력을 요구하며 나쁘게 말하면 상당한 압박 면접이 진행된다. 여기에 정보 부족과 혹시 모르는 내정자에 대한 두려움은 덤이다. 시험 직후 온갖 커뮤니티에 시험 후기와 상호 평가가 난무하는 공립과 달리 사립은 자신의 시험 경험을 객관적으로 되돌아보기조차 어렵다. 수험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깜깜이 시험이 얼마나 속 터지는 일인지 잘 알 것이기에, 이런 점을 고려하여 임용의 난이도는 사립이 더 어려웠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자신이 만약 2차에 강하고, 특히나 언변과 임기응변에 능하다면 이런 모습은 사립 2차에서 상당히 막강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 입사 후 재단 내에서 출제진과 평가위원들이 했던 말은 인재를 등용할 때, '신언서판'을 모두 보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2. 사내 문화

여기서는 개인의 취향이 많이 반영된다. 재단이 정말 커서 공립과 동일한 수준으로 순회가 이루어지는 학교가 아니라면 대부분 개인주의적인 분위기는 공립이 우세하다. 사립의 경우 상대적으로 집단주의와 기수문화가 있으며 업무 추진 과정에서 일반 기업과 유사한 모습을 종종 보인다. 건너서 들은 다른 사립의 경우는 '평교사'와 '부장교사' 외에 '계장'이라든지 '팀장'과 같은 직책도 추가되어 일반 회사와 매우 흡사한 모습을 갖춘 경우도 있었다. 이러다 보니 학교 전체 단위의 행사나 사업을 추진할 때, 사립학교가 훨씬 기민하고 융통성 있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각 구성원이 공통의 목표 달성에 기여해야 한다는 조직문화가 있으며 서로 간의 개인적 친분과 기수 문화에 의해 개인의 희생을 기꺼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해당 사립학교가 '고인 물 파티'가 아닌 정상적으로 기능을 하는 곳이라는 전제 하에, 대부분의 구성원은 각자가 자신의 역할에 대하여 상당한 책임감과 중압감을 갖고 있었다. 보직이 매년 순환되는 공립과 달리 사립에서는 한 번 맡은 업무를 심하게는 정년까지 가져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자신의 교직 생활 전체를 '일과계'에 담았던 어느 선생님은 종이와 펜 만으로 수업 교체를 처리하고 시간표를 작성하기도 했다. 사립학교는 업무의 분업과 전문화가 심하다 보니 다른 교사의 업무는 거의 이해하지 못하지만 자신의 업무는 그 누구보다 능숙하게 해내는 경향이 강했다. 또한 일의 책임소재가 명확하여 공립이라면 가볍게 넘어갈 작은 실수도 크게 문책하는 경우가 잦았다. 흔히 말하는 '가족같은 분위기'가 사립의 문화를 대변하는 가장 적절한 말인데, 이는 달리 말하면 가장이 권위적이냐, 민주적이냐에 따라 집안의 분위기가 확연히 바뀐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립의 관리자는 단순한 관리자를 넘어 선배로서의 성격이 강하기에 그 힘의 크기가 훨씬 막대하다. 따라서 같은 재단 내의 학교임에도 누가 관리자로 부임하느냐에 따라 학교 전체의 분위기가 매우 크게 변한다.


업무와 보직의 순환이 상대적으로 빈번한 공립학교의 경우 위와 반대되는 경향을 보였다. 또, 서로가 어떤 '끈끈한 무언가'로 묶인 관계가 아니다 보니 서로에게도 무조건적 협력을 기대할 수 없다. 학교에 대한 소속감보단 학교는 학교고 교사는 잠시 거쳐간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초임교사를 제외하면 학교 단위를 넘어 개인적 친분에 따라 여러 교사들과 교류하기 시작한다. 상대적으로 학교에 대한 얽매임이 덜하다 보니 반드시 현재 학교에 충성할 필요가 없다. 이런 까닭에 학교 규모가 크다면 얼굴도 잘 모른 채 1년을 보내는 사이도 있을 수 있다.


아울러 공립과 사립을 구분 짓는 가장 큰 것 중 하나가 '이사진'의 존재이다. 재단마다 다르겠으나, 이사장이 혹시라도 학교에 자주 출몰(?)하고 학교에 관심을 쏟는다면 관리자 및 부장급 교사들이 이사장 의전에 애를 쓰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멀리서 검은 차가 들어오는 것을 창문 너머로 보고 관리자가 달려 나가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어딘가 웃기면서도 못내 씁쓸한 느낌이 들 것이다.


교직생활을 이어가다 보면 졸업생들이 찾아오기도 하는데, 이 때는 사립과 공립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정이 많은 학생들은 사립학교의 특성을 더 선호하는 듯했다. 괜찮은 대학을 가거나 좋은 곳에 취업하여 금의환향(?)을 했는데 당시의 선생님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져 있다면 학생의 입장에서 서운하지 않겠는가. 해마다 스승의 날 앞뒤로 졸업생들이 찾아와 꽃다발과 편지를 놓고 가는 교직을 꿈꾼다면 사립이 더 적절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은퇴를 앞둔 한 선생님은 마흔은 넘어 보이는 중년의 제자들이 해마다 찾아와서 자리를 함께한다고 했다. '얽매임과 자유로움'의 차이가 어떤 면에서는 '정착과 떠돎'으로 읽힐 수도 있는 것이다.



3. 급여 및 연금체계

교육공무원의 급여체계는 단일호봉제로 동일하다. 단, 상대적으로 잦은 보충과 방과 후, 기타 여러 잡무에 따른 보수로 사립학교가 급여는 살짝 더 우세하다. 물론, 거저 주는 돈이 아니니 그만큼 워라밸은 희생당할 수밖에 없다.

(좌) 사학연금 공제내역 / (우) 공무원연금(일반 기여금) 공제내역


사립학교 교직원과 공립학교 교직원은 직역연금이 다르다. 사립학교 교직원은 사학연금에 가입하며 공립학교 교직원은 공무원연금에 가입한다. 각 연기금의 입장이 다르겠으나 일반적으로 사학연금이 더 좋다는 평이 많다. 매달 기여금에서도 차이가 나는데 사학연금이 공무원연금보다 기여금이 더 많다. 더 많이 떼고 더 많이 받는 것이다.



4. 향후 진로

내가 결정적으로 사학에서 공립으로 옮긴 이유다. 거의 대부분 사립학교는 교직원이 자신의 학교에 충성하기를 원한다. 외부활동을 권장하는 관리자의 경우에도 그 활동의 영역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조직 문화 안에서도 교원이 외부 출강이나 출판에 참여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쪽에 관심을 보이려고 하면 '그 힘 아껴서 학생 하나 더 돌보지...'라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이와는 별개로 EBS나 주요 출판사의 참고서 저자들은 사립학교 교사가 다수이다. 서울 쪽의 분위기는 잘 모르겠으나 아예 이런 출제진이 학교에 많이 있음을 자랑으로 여기는 소수의 몇몇 학교에서는 외부활동을 적극 권장하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경우 자기네 학교의 교원이 외부활동에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면 달가워하지 않는다. 게다가 해당 교사가 장학사로 나가고자 하거나 휴직 후 대학원 진학을 고려한다고 하면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들을 수도 있다.


학교마다 다르겠으나 사립의 관리자 승진은 교무부나 연구부, 3학년부와 같은 중요직에서 장기간 근속하며 상당한 성과를 내는 사람이 가져간다. 물론 이때에도 기수문화는 적용되어 선배를 앞질러 승진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철저하게 점수제로 돌아가는 공립의 승진 문화와는 꽤 다른 편이다. 이러다 보니 나이스의 업무 메뉴 중에서도 공립과는 달리 쓰지 않는 것들이 꽤나 많다. 공립으로 옮기며 가장 처음 놀랬던 것은 나이스에 이렇게나 많은 기능이 있다는 점이었다.


다만 사립의 경우 한 곳에 머물다 보니 자신이 무언가를 이룩한다면 그 결과를 정년까지 누릴 수 있다. 가령, 공간혁신 사업을 도맡아서 도서관을 새롭게 꾸몄다면 언제까지고 '그 도서관은 OO선생님이 꾸민 곳'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이상은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립학교와 공립학교의 대충을 비교한 내용이다. 글의 처음에서도 언급했듯이 진리의 '학교 바이 학교'를 잊지 말자. 이는 나의 경험일 뿐, 전체 사립학교와 전체 공립학교로 일반화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다른 사립 선생님이나 공립 선생님들께서 보시기에 갸우뚱할 수 있는 내용도 충분히 있으리라 짐작한다.


또한 짧은 지면에 교직생활의 전체를 비교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교수학습에 관한 내용은 거의 다루지 못하였으며 철저히 '직장인'으로서의 교사가 회사에서 겪는 일에 초점을 맞추어 내용을 간추렸다. 서로 다른 설립주체의 학교가 궁금하다면 가볍게나마 호기심의 해소를, 만약 임고를 앞두고 있는 수험생이라면 부디 예비 선생님들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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