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전하는 자연주의 인테리어 이야기
‘따뜻한 집’ 은 우리 모두의 로망이지요. 우리는 인위적으로 집을 따뜻하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그리고 우리가 이미 조금은 알고 있듯이, ‘원래부터 따뜻한 집’, 그리고 ‘지을 때부터 따뜻한 집’ 은 존재 합니다.
얼마나 따뜻한 집을 짓느냐는 – 1. 난방을 덜 하게 되어 탄소 절감과 환경 보호로 이어집니다. 2. 난방비용이 줄어들므로 경제적입니다. 3. 태양빛이 주는 자연적 열감으로 더 따뜻하고 쾌적한 환경이 만들어져 거주자게에 이롭습니다. 이렇게... 선순환으로 이어지게 되는거지요. 선순환, 제가 정말 많이 좋아하는 단어예요.
‘자연적으로 따뜻한 집’ 은
첫째, 얼마나 많은 열을 우리가 자연적으로 실내로 끌어들일 수 있는가 –
둘째, 얼마나 그 열을 잃지 않는가 –
셋째, 인공적으로 열을 일으키려면, 최대한 지속가능한 열을 일으켜야 한다.
위의 세 가지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되는 논제가 있습니다.
그럼 ‘원래 따뜻한 집’, 그리고 ‘자연적으로 따뜻한 집’ 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 걸까요…?
첫번째 요소: 향 (Orientation)
향은 건축적으로 에너지적으로 매우 중요한 요소예요. 북반구의 거의 모든 나라들이, ‘남향’ 을 선호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 잘 알다시피 북반구에서 태양은 언제나 남쪽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지요. :) 그로 인해 벽이든, 지붕이든, 창문이든, 남쪽으로 향해 있는 면이 가장 많은 태양빛을 받고, 가장 많은 태양열을 실내로 들여 올 수 있습니다. 말만 들어도 따뜻하지요…? ^^
해외 여러 건축/엔지니어링/난방 관련 연구 기관의 보고에 따르면 집이 정 남향 (태양의 방향) 으로 서 있는 집은 최소 20% 의 난방비 절감 효과를 누린다고 해요. 이는 조건들이 같을 때의 경우이고, 다른 여러 요소도 에너지 절감적으로, 그리고 친환경적으로- 짓는다면 난방 효율성은 훨씬 더 높아지겠지요. 가장 많은 빛과 열을 받고 싶다면 집의 가장 긴- 쪽을 남쪽으로 향하게 두는 것이 당연히 가장 좋을 것입니다. 그게 바로, 남향 (South-Oriented) 집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해외 북반구의 여러 나라에서 주거 공간을 지을 경우 특별한 경우 (지형이나 지면 상황) 를 제외하고는 거의 예외 없이 지켜지고 있는 룰이기도 하죠.
‘남향’ 이라니- 말만 들어도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이 들어요. 그렇지 않나요…?
주거 공간 중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우리나라는 특히 이 ‘향’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어른들의 남향 숭배주의, 혹시 동향이나 서향집에 살아 보신 분들은 아실거예요. (전 그래도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 하면- 서향을 선택할 것 같아요. 오후에- 오래- 빛이 드는 게 좋을 것 같거든요.) 건설사에서 아무리 땅의 구획과 동배치의 효율성 때문에 남서/동남 혹은 동향 집들을 짓는다고 해도, 정남향집의 인기는 떨어지지 않지요. 집의 구조가 다양하고 집 안에서 동서남북 모든 면으로 창을 내고 원하는 공간을 만들 수 있는 단독주택에 비해, 아파트는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거의 한 방향, 일렬로 지어져 왔기 때문이겠지요.
두번째 요소: 단열 (Insulation)
단열은 외부의 찬 공기를 막아 준다는 의미가 첫째로 커요. 단열에는 외단열과 내단열이 있는데요. 외단열은 콘크리트 내력벽을 기준으로 하여 외부로 시공된 모든 단열을 말합니다. 단가가 높지만 특히 단독주택에서는 필수적입니다. 내단열은 보통 목공 공정에 함께 포함되어 있으며, 콘크리트 벽과 새로 설치 되는 석고보드 벽체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시공 합니다.
외부이 찬 기운을 막아주는 아주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공정입니다. 건축/실내건축 기준법에 따른 최소한의 단열 기준이 존재하지만, 전문가와 상의하여 더 필요한 곳, 더 주요한 곳들에 단열 공정을 추가 할 수 있지요. (여기저기... 막막 다 단열하고 싶지만, 늘 그 돈이 문제네요 ^^)
콘크리트와 단열재 사이 접합 부위에 온도 차가 발생하면 겨울철 결로 문제가 심각해 집니다. 우리들은 이 결로 문제때문에 얼마나 많은 문제들을 겪었는지요. 이는 창호 계획이 잘못 되었고 단열재 시공이 부실해서라는 말 말고는 다른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시공이 꼼꼼이 되지 않았다면 단열효과는 크게 떨어집니다.
세 번째: 창호 (Windows)
창호의 기본 기능은 자연채광과, 환기, 그리고 조망이죠. 창문이 크면 클 수록 햇빛 (열) 을 많이 유입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전통적으로 큰 창은 열손실이 크다는게 정설이었지만, 요즘같이 창호 기술이 발달한 21세기에는 그런 것들은 거의 문제가 되지 않아요. 우리나라 제품들도 기밀성과 단열성이 매우 좋지만 특히 독일 제품들 중에 기밀성 (air tightness)이나 단열성 (insulation) 면에서 그 어떤 벽체와 단열재도 따라가기가 힘들만큼 좋은 제품도 많지요. 그래서 현재는, 아- 창이 크면 클 수록 자연채광을 받을 수 있는 면적과 양이 늘어나는 장점 뿐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정설입니다. (통창 최고) SDA + 커다란 창문이 주는 많은 빛과 열, 우리는 충분히 들일 수 있습니다. 읽으시면서 ‘응응, 나도 큰 창문이 좋아!’ 그런 생각이 드시지요. 네- 저도요. :)통창이 좋고, 큰 창이 좋습니다.
무작정 큰~ 창문 말고, 또 다른 어떤 요소가 빛과 열을 더 많이 내부로 끌어들여 우리의 집을 따뜻하게 해줄 수 있는지, 그래서 우리가 더 많은 빛과 열을 ‘자연적으로 품은’ 집에서 살 수 있는지 알아볼까요…? (원고 추가)
네번째: 외장재 (Building Envelope Treatment)
외피 (envelope) 역시 ‘자연적으로 따뜻한 집’ 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외부로부터 찬 공기를 더 잘 막아주는 외장재를 선택하면, 더욱 따뜻한 집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건축의 영역이긴 하지만- 수많은 현대 지붕 마감 중 아스팔트 슁글이나 현대식 기와보다는- 징크가 기밀성과 단열성 면에서는 단연코 최고이죠. 외벽 같은 경우는 다른 자재보다도 스타코나 벽돌 (특히 점토 벽돌) 등이 단열성이 우수한 자재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기본적으로 단열성이 좋은 자재로 우리집을 마감한다면 – 우리집은 ‘원래 따뜻한 집’ 그리고 ‘자연적으로 따뜻한 집’ 이 되겠지요…?
다섯번째: 내장재 (Interior Finishes)
우리가 내부를 마감하는 종류는 매우 다양하지요. 석재부터 시작해서 목재, 유리, 금속, 플라스틱, 비닐 등등등… 많은 마감재들을 다양한 면들에 적용해 고르고 골라 시공해요. 저희같은 디자이너는 공간의 목적과 심미성에 따라 자재를 선정하고 배치하지요.
따뜻함이 오래가는 자재를 사용하면 그렇지 않은 자재를 많이 사용한 공간보다 공간이 더 빨리 따뜻해지고 난방 효율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내부 마감재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석재, 목재, 유리, 금속, 등 많은 종류의 마감재들을 다양한 면적에 시공해 마감합니다. 디자이너는 공간의 목적과 심미성에 따라 자재를 선정하고 배치합니다. 따뜻함이 오래 가는 자재를 사용하면 그렇지 않은 자재를 많이 사용한 공간보다 공간이 더 빨리 따뜻해지고 난방 효율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죠.
원목 마루로 바닥을 마감하면 대리석 바닥, 기타 플라스틱이나 비닐 자재 마감재를 사용한 것 보다 공간은 훨씬 더 오래 열기를 간직하게 됩니다. 열은 기본적으로 밑에서 위로 이동하기 때문에 바닥을 따뜻한 소재로 마감하는 일은 ‘자연적으로 따뜻한 집’을 위해서 충분히 생각하고 논의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벽지를 고를 때도 역시 얇은 벽지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두꺼운 벽지를 쓰는 것이 좋고, 단열 기능을 하는 레이어가 추가적으로 가공된 벽지 역시 효과가 좋습니다. 종이 벽지인 합지 벽지보다 실크 벽지가 단열성면에서 우수하나, 실크 벽지는 PVC(비닐 계열)이므로 그다지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세라믹 파우더를 첨가해 만든 단열 페인트나 베란다에 많이 시공되는 탄성 코팅 역시 일반 수성페인트 마감을 한 벽체보다 단열성은 우수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친환경 등급을 받은 페인트·코팅제라고 해도 단열을 돕기 위해 들어간 첨가제가 비닐이나 플라스틱 계열이면 저는 이 역시 추천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열전도율은 높고 빠르지만 빨리 식는, 원소재 자체가 차가운 금속보다는 나무, 패브릭 등의 다른 소재의 마감재가- 더 따뜻한 집을 만드는데 본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 따뜻한 공간, 더 시원한 공간을 위해서 우리는 많은 돈과 시간을 할애합니다. 많은 전자제품들을 사고, 비용을 들여 난방과 냉방을 해 공간의 온도와 습도를 최적화 시키려고 합니다. 하지만 ‘자연적으로 따뜻한 공간’과 ‘자연적으로 시원한 공간’을 만드는 일은 지금 당장은 어려울지 모르지만 훨씬 더 중요합니다. 따뜻하게 그리고 자연적으로 ‘더’ 따뜻하게, 우리는 해야만 하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연을 '더 위하는 집', 자연을 '더 닮은 집' 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일을 말이예요. :)
l 민예령ㅣ
캐나다에서 실내건축을 전공했고 캐나다 밴쿠버 (KKCG / ONNI GROUP) 에서 실무를 쌓았습니다.
현재 한국에 돌아와 살림과 육아를 병행하며 서울에서 인테리어설계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