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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예령 Oct 08. 2023

15. [자재] 독성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캐나다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전하는 자연주의 인테리어 이야기

      






수 년 전, SBS에서 방영된 바디 버든이라는 다큐멘터리가 큰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환경호르몬으로 인해 생식기질환, 난임, 기타 여러 내분비 계통의 질병 (갑상선 및 당뇨), 암, 그 외 여러 가지를 일으키는 환경 속에 존재하는 유해한 성분들이 우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먹고 쓰는 제품에서 얼마나 많은 환경 호르몬이 배출되는지 알려지면서 우리는 유기농 면생리대를 사용하게 되었고, PE/PP 소재의 젖병이나 그릇 그리고 식품 첨가제가 많이 든 인스턴트 음식들을 피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우리가 매일 숨 쉬는 공간을 덧싸고 있는 마감재는 어떨까요? 포름알데히드에 대해서 많이 들어 보셨지요? 멸균제, 방부제 등으로 가정용 및 산업용의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화학물질입니다. 예전에 과학시간에 ‘포르말린’을 기억하세요? 생물표본병 (개구리나... 그 외)를 담아 놓는 병에 채우는 바로 그 약품, 그 방부제가 ‘포르말린’입니다. 포르말린은 포름알데히드 (CH2O)를 물 (H2O) 과 혼합시킨 수용액일 뿐입니다. 포르말린 = 포름알데히드 37% 수용액인 것입니다. 우리에게 조금 덜 익숙했던 '포름알데히드', 바로 그 포르말린입니다. 이렇게 무서운 화학성분은 집안 온 곳곳에 있습니다.  

    






가벽을 만들 때 사용하는 합판, 석고보드는 기본적으로 포름알데히드가 포함된 접착제를 사용합니다. 벽면을 마감하는 벽지와 바닥면을 마감하는 마루를 붙이는 본드에도 당연히 포름알데히드는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인테리어 할 때 싸게 전체적인 ‘색’ 혹은 ‘톤’만 바꾸겠다고 집안을 ‘전체적으로 시공한’ 필름지는 그야말로 포름알데히드 저장고입니다. 벤젠, 에틸렌, 스텔렌 등의 다양한 VOCs (* Volatile Organic Compounds: 휘발성유기화합물: 증기압이 높아 대기 중으로 쉽게 증발되는 액체 또는 기체상 유기화합물의 총칭이다. 대기 중에서 광화학반응을 일으켜 오존 등 광화학 산화성물질을 생성시켜 광화학스모그를 유발하는 물질을 일컫는다. 대기오염 뿐만 아니라 발암성 물질이며, 지구 온난화의 원인물질이므로 국가마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정책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벤젠, 아세틸렌, 휘발유 등을 비롯하여 산업체에서 사용되는 용매 등 다양하다. - 출처: 네이버 두산 백과) 공기를 부유하며 떠다닙니다. 집안에서 숨쉬는 공기는- 유해물질이 최소한으로 적어야 해요. 







새로 예쁘게 한 인테리어에서 지속적으로 (공사를 마감한지 2년 동안 최대 방출량이 방출되고, 그 이후로 점차 적어져 10년 정도 계속 발생합니다. 온습도가 높은 여름에는 그 방출량이 훨씬 더 높아지고, 겨울엔 조금 더 낮아지는데 우리는 그 겨울에 환기를 다른 계절만큼 자주 하지 않게 되지요.) 우리를 아프게 할 기체들이 뿜어져 나옵니다. 머리가 아프고, 집중도가 떨어지고, 기분이 나빠집니다. 오랜 시간에 노출되고 또 오랜 시간이 지나면, 우리의 몸은 심각한 질병에 위협받습니다. 각종 암을 비롯한 기타 심각한 만성 질환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직접 고른 저 예쁜 벽지와 새로 짠 부엌장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친환경 자재란?


우리는 이제 ‘친환경’ 이란 말에 너무 익숙해져 있고,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인테리어에서 쓰이는 ‘친환경 자재’ 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제조, 사용 폐기 등의 생애주기의 전 과정에서 인간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는 자재를 말합니다. 친환경 자재는 건축자재, 가구, 가전제품, 의류 등 다양한 문야에서 사용됩니다. 친환경 자재는 대체로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 만들어지며, 유해한 화학물질을 최소한으로 억제한 자재이기도 합니다.       





친환경 자재하면 우리는 E0 나 SEO를 떠올립니다. 우리에게 상징성을 띄는 기호입니다. EO 와 SEO 의 ‘E’ 는 “Emission” 의 약자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방출하다/내뿜다’ 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영어 단어입니다. 자재가 방출하는 포름알데히드의 농도에 따라 등급을 매긴 것입니다. E2 의 등급은 과거에는 많이 사용되었지만 현재는 많이 사용되지 않는, 그리고 선진국에서는 이미 유통 자채가 되지 않는 등급의 자재입니다. E1 은 과거부터 현재까지도 가장 많이 한국에서 유통된 등급입니다. 미국과 유렵에서는 가정용으로 사용이 금지되었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가정용으로 허용되어 있으며 동시에 가장 보편적이고 대중적으로 활용되는 등급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그 윗 등급인 E0 등급을 사용하면 ‘친화경’ 의 등급을 받은 것처럼 기업에서는 홍보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우리는 E0 = 친환경 이라는 공식이 자리잡고 있지요. E0 등급은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이 0.5mg/L 이하로 포름알데히드의 노출농도가 일상 생활속의 자연 상태와 비슷합니다. 그래서 우리 사람들에게 그렇게 큰 해를 끼치지 않는 정도의 노출 농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친환경’ 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것이구요. 국내에서는 E0부터 ‘친환경’ 으로 인증하여 ‘친환경’ 으로 홍보 및 제품 판매를 할 수 있습니다. SE0 가 최근에 많이 보입니다. SE0 는 슈퍼 (super) E0 의 등급입니다. 포름알데히드의 방출량이 거의 0 에 가깝습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E0를 기본으로 하고 더 친자연적, 친인간적인 등급은 SE0 가 되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친환경? 천연=X 하지만 우리기에게 익숙한 ‘친환경’ 은 하지만 ‘자연적인’ 것이나 ‘천연’ 과는 확실히 다른 개념입니다. 천연 자재는 자연에서 채취되거나 채취된 것으로 인간이나 화확적 개입 없이 자연적으로 얻은 것을 자연적으로 그대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원목) 목재, 석재, 그리고 다양한 광물들이 천연 자재에 해당합니다. 반면 친환경 자재란 인간이 ‘환경 친화적’ 인 방식으로 생사하고 가공한 자재를 의미합니다. 생산 과정에서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거나 에너지 소비를 줄였거나, 인간에 유해한 화학 성분을 최소화 한 것이지요. 친환경 자재는 말그대로 만드는 과정에서 ‘친-환경 (Eco-Friendly)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인간에게 더 이로운 것은 자연 그대로를 쓰는 자연주의적 천연 (natural) 자재들이라 할 수 있겠지요. 무엇을 선택하던 우리의 몫이고 우리의 상황에 맞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라 믿습니다...^^     








대표적인 천연 자재, 자연과 가장 가까운 자재, 자연을 우리의 집으로 들일 수 있는 자재는 다음과 같습니다.     




원목: 합성하지 않은 원목은 가장 대표적인 천연 자재입니다. 건축물의 구조재부터 내장재, 마감재, 가구, 그리고 소품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됩니다. 소나무(미송), 참나무(오크), 물푸레나무 (애쉬) 등은 가장 대표적으로 많이 쓰이는 인테리어 자재입니다. 특히 대나무 같은 경우는 자라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관리가 용이해 대표적인 친환경/천연 자재로도 유명합니다. 자르고 써도 환경을 해치는 정도가 미미해 환경에도 좋고, 천연 자재로써 인간에게도 무해한 매우 좋은 마감재입니다. 가벼우면서도 강한 섬유 구조를 가지고 있어 마감재, 가구, 그리고 소품에까지 인테리어에 활용하면 매우 좋은 자재이기도 합니다.      


목재에서 얻을 수 있는 다른 대표적인 천연 자재는 ‘코르크’입니다. 올리브나무의 껍질로 이루어진 코르크는, 수년에 걸쳐 자라는 올리브 트리를 전혀 손상시키지 않고 채취할 수 있는 자재입니다. 이 코르크는 ‘지속 가능한 자재’ 의 대표성 마저 띕니다. 와인병 마개와 같은 밀봉의 소재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 바닥재로 개발되어 전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가볍고 절연성 (*) 이 뛰어나며 방음적 기능도 있어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지요.      



석재: 석재는 대리석(마블), 화강암(그래나이트), 석회함(라임스톤) 등 다양한 종류의 암석입니다. 역시 건축 구조물부터 인테리어 마감재까지 광범위하게 쓰입니다. 어떤 화학적 첨가물 없이 천연 그대로의 자재이며, 내부로 들여왔을 때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자재이기도 합니다.  


    

식물성 섬유: 목화, 아마, 리넨, 험프, 그리고 해초 (seagrass) 등은 정말 선한 자재들입니다. 이러한 섬유성 식물을 근원으로 하는 자재는 너무나 다양하며 너무나 환경적으로도 인간에게도 좋은, ‘선하고 아름다운’ 자재들입니다.      



우리를 ‘독’ 으로부터 구해줄 천연 자재, 천연 자재를 사용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천연 자재는 주로 자연에서 채취하거나 생산하기에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적겠지요. 환경 오염, 생태계 파괴, 온실 가스의 배출 등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예요. 또한 천연 자재는 ‘재생’ 으로써도 높은 가치를 가진 자재입니다. ‘자연 그대로’ 이기 때문에 ‘자연 그대로’ 로 돌아갈 수 있겠지요? 많은 천연 자재들이 재생 가능하며, 지속 가능한 관리를 통해 거의 영구적으로 이용할 수 있지요. 재활용에도, 다시 쓰기에도, 영원히(?) 사용하기에도 좋은 자재입니다. 가장 중요하게- 천연 자재는 ‘화학적 처리’를 하지 않은 자재라는 점입니다. 우리에게 더 좋고, 더 이로울 거예요. 그리고 ‘화학적 처리’를 하지 않았다는 말은, 우리리를 화학적 유해성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많은 질병들 (알레르기 반응, 아토피, 기타 염증 및 질병들) 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지역적 가치 (지역에서 채취되거나 생산되는 천연 자재를 사용 하는 것) 와 문화적 가치 (지역의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는 자재들) 역시, 제가 천연 자재의 가치를 높게 사는 이유입니다. 










     

자연에서 얻은 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일, 그대로- 우리집을 마감하는 일, ‘자연주의 인테리어’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커다란 덩어리가 되는 일입니다. 우리, 함께 해요. :)




















l 민예령ㅣ
캐나다에서 실내건축을 전공('10)하고, 밴쿠버 (ONNI GROUP) 에서 실무 ('11~'17)를
쌓았습니다. 현재 서울에서 살림과 육아를 병행하며 인테리어 설계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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