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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lna Dec 31. 2023

어른의 덕목 4. Good bye 2023!

평범하게 한 해 보내기

다들 한 해의 마지막 날을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하다.

뭘 하며 보내는지, 뭘 먹는지, 누구와 함께 있는지, 그리고 어떤 마음인지.

나는 올해, 2023년을 다른 해와 좀 다르게 보내려고 한다.




어른의 덕목 4. Good bye 2023!




"올해는 연말이 연말 같지가 않아."

함께 걷던 Y의 말이었다.

그러게. 하고 대충 대답한 나도 곧 '연말 같지 않다'라는 결론에 도착했다.

무언가 마무리되는 듯한 느낌도

그렇다고 다가올 것에 설레는 마음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평범하고 평온했다. 이래도 되는 걸까?



나는 한 해의 마지막날을 주로 가족과 함께 보냈다.

어릴 때는 여러 방송사에서 하는 각종 시상식을 보다가 제야의 종소리를 함께 들었고

좀 더 커서는 같이 특선 영화를 보거나 케이크를 먹거나 하며 새해를 맞았다.


가족과 함께 보내지 않았던 새해는 딱 한 번이었는데

그때 나는 나답지 않게 홍콩에 있었다.

일면식 없는 수십만 명의 사람들과 함께 불꽃놀이 속에서 새해를 카운트다운했다.


새 시간이 출발할 때 가족과 인사를 나누는 일이든

모르는 사람과 신년을 축하하는 일이든 모두 좋긴 좋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음 해를 맞이하는 나는 늘,

기다란 반성 리스트와 목표 리스트를 만들었다.


뭐가 그렇게 욕심이 많고 불만족스러웠는지

나에게 마무리하는 한 해는 늘 아쉬워서

올해는 운동도 꾸준히 안 했고, 투자 공부도 안 했고, 젠장 여행도 못 갔다 왔네! 하는 식으로

내 지난 1년을 F학점으로 평가했다.


그러고 나서  또 다른 목표로 새해를 그득그득 채웠다.

올해는 자격증을 따고, 토익 시험도 치고, 살도 좀 더 빼고 하는 식으로.

당연히, 소원도 엄청 빌었다. 새해에는 부자 되게 해 주세요.

엄청 예뻐지게 해 주세요. 좋은 사람 만나게 해 주세요.

내가 봐도 정말 욕심쟁이다.



그러니까, 새해를 맞이하는 나는 항상 비장했다.

며칠 남지 않은 올해는 역시나 망해버렸으니

새해는 반드시 성공하고 말했어- 하는 마음.

커다란 반성과 후회로 올해를 마무리하고

또 그만큼 거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새해를 맞았다.



그런데 진짜 그랬나?

지나간 시간들이 다 망했나? 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그때는 그때 나름 열심히 살았다. 하루하루 그때의 최선을 다하며.

단지, 뭔가 눈에 보이는 변화와 성과가 없었을 뿐이다.

올해에서 내년으로 숫자 하나가 바뀐 것뿐인데,

그 짧은 한 해 사이에 크게 변화한 나를 가지고 싶었던 거다.  

한 학년이 올라가는 학생시절처럼 한 해만에 레벨 업한 나를 가지고 싶었던 거다.

 


긴 인생을 내가 단거리 달리기로 생각했나 보다.

1월 1일이면 출발선에 서고, 12월 31일에 승자를 겨루는 경기.

굳이 인생을 달리기로 비교해야 한다면 장거리 경기에 가깝고

내 인생의 결승점은 아득하며

나는 여전히 달리는 중일 텐데 말이다.



나를 다시 돌아보자.

새해를 맞을 때마다 수없이 많은 목표를 만들었고 또 잊어버렸다.

그런데 목표를 잊었다고 해서 내가 대충 살지는 않았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매일 해야 할 일을 하며 살았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큰 변화는 그 매일의 일들이 아주 오래 모여 나타난다.

올해를 '반성'만 있는 해로 치부하고 망했다고 비난한다면,

2023년 열심히 산 나에게 실례일 것이다.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 또한 사실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올해를 다른 해와 다르게 보내려고 한다.



아무것도 반성하지 않을 거다. 그냥 나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군, 할 테다.

아무 목표도 만들지 않고, 아무 소원도 빌지 않을 거다.

대신 내일도 오늘처럼 해야 할 일을 성실히 하며 새해를 맞으려고 한다.

다른 해와 다르게 평범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2023년을 보낼 것이다.

아직 달리기는 진행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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