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이슈가 미치는 영향
못해도 주에 두 번은 꼭 운동 가려고 해요 - 하는 말에
한 후배님, 눈을 반짝이며 감탄을 보냈다. 우와, 관리하시는 거예요? 멋지다.
그에게 마주 웃어주며 속으로 중얼거리긴 했다.
살려고 갑니다. 살려고!
다들 말하는 왕년에 내가~ 하는 이야기에는
한 가지 비밀이 숨어있다.
당시에 얼마나 열심히 일했든, 놀았든,
뭐 얼마나 엄청난 일을 하고 엄청난 경험을 했든
그 '왕년에'는 그 모든 일들을 할만한 체력이 있었다는 거다.
나만 해도 그랬다.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책상 앞에 앉아있어도 괜찮았고
밤늦게까지 술자리에 앉아있다가도 다음날 멀쩡히 강의 들으러 갔다.
일주일 일하고 금요일 오후엔 떠나 주말 내내 여행 다니거나
여행 가서 하루에 3만보씩 걸어도 한숨 자면 멀쩡해졌다.
(적다 보니 아련하다. 아이고 내 젊음아...)
내가 체력이 좋고 튼튼한 줄 알았고
그 체력이 영원한 것처럼 써댔다.
지금은 어떠냐고?
만약에 지금도 저렇게 산다면, 난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병원으로 실려갈 테다.
체력의 급격한 저하를 느끼는 요즘이다.
학생들이 집에 가고 나면 1차로 가물가물 어지럽다.
신상 전자제품처럼 금방 충전되는 학생들이랑 지내다 보니
오래된 제품인 나는 금방 방전인 것이다.
퇴근 후에 뭘 더 하기가 어렵다.
업무를 마치면 드러눕고 보니 취미생활이고 운동이고 그 어떤 것도 쉽지 않다
워크 - 라이프 밸런스가 뭐죠? 일이 끝나면 하루가 끝나는 기분인데요.
그뿐이게.
주말 이틀 중 하루는 꼼짝없이 칩거한다.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어야, 그다음 주를 버텨낼 수 있기 때문이다.
주말에 연속으로 일정을 잡았다가는, 이어지는 며칠을 좀비 상태로 지내야 한다.
좀 나이 들기는 했어도, 아직 살아야 할 날이 얼마나 많은데
벌써부터 이렇게 심각하게 체력이 떨어진다니 덜컥 겁이 난다.
이리 하루하루 떨어지는 체력을 느끼며 서글퍼하는 것이 어른의 삶이란 말일까? 슬픈데.
체력이 떨어지며 가장 속상한 것은
할 수 있는 일과 느낄 수 있는 감정의 폭이 줄어든다는 거다.
여유가 없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도 너무 피곤해질 것 같아서 지레 포기하게 되고
색다른 감정을 충만히 느끼고 받아들이기도 힘겨우니 대충 모른 척 넘기게 된다.
이해를 시도할 체력이 없으니 쉽게 짜증이 나고 예민해진다.
그러니 하던 일 하고, 만나던 사람 만나고, 느끼던 대로 느낄 수밖에.
그게 진짜 '늙는 일'인가 싶다.
관심 있던 어떤 일을 시도하는 것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충실히 듣는 것도,
어쩌면 나 자신을 관리하고 내 마음 편안하게 도닥이는 것도
다 체력에서 나오는 거였다.
방학 중 유럽여행을 다녀오셨던 한 선생님께, 와 너무 좋으셨겠어요 - 하자
픽 웃으며 하셨던 말씀.
자기야, 젊을 때 여행 가라. 나이 드니 아무리 멋지고 대단한 풍경이어도
벤치밖에 안보이더라.
농담인 줄 알고 까르르 웃는 내게 보이셨던 그 표정을 이제야 알게 되다니.
이러니 다 나이 들어봐야 안다 하는 거였다.
지난 젊은 날처럼 무한히 재생되는 체력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
무거운 몸을 끌고 억지로라도 운동하러 나가본다.
조금 더 강인한 체력으로 조금 더 즐겁고 여유 있게 살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