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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원 Jun 30. 2023

철 부지

계절도 모르고 피는 꽃

 자연재해


계절이나 절기도 모르고 생뚱맞게 피는 꽃을 사람들은‘철부지’라고 일컫는다. 달력에만 표시된 절기를 꽃이 알 턱은 없다. 때를 기다리면서 땅속에서 잠을 자다가 주변 환경으로부터 싹을 틔울 때가 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았을 것이다. 그것이 ‘지구 온난화’ 때문에 잘 못 전해진 줄도 모르고 불쑥 밖으로 나왔다가 ‘철부지’ 신세가 되고 말았다.  


  가혹한 형벌


 머지않아 폭설과 한파가 몰아친다는 기상특보가 내려져 있다. 가냘픈 풀꽃이 낙엽 홑이불을 아무리 뒤집어쓴들 엄동설한에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메시지를 믿은 것이  무슨 큰 잘 못이라고 궁형(宮刑)도 부족하여 얼어 죽는 형벌을 받다니 애처롭다. 잠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고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가혹하지 않는가.


  냄비 속의 개구리


 만물이 함께 살아야 할 이 땅덩어리는 인간의 욕심 때문에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점점 뜨거워지는 줄 알면서도 뛰쳐나가지 못하는 딱한 처지가 되어 가고 있다. 서로‘네 탓’만 하는 사이에 해가 갈수록 계절과 절기의 분별은 더 알쏭달쏭해진다. 그 피해자가 된 꽃을 보고 가해자인 인간이‘철부지’라고 비아냥거리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평화의 사절

  올해는‘철부지’가 부쩍 눈에 많이 띈다. 환경을 파괴하면 인간도 언젠가는 같은 처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미리 알려 주려고, 자연이‘철부지’를‘평화의 사절’로 보낸 것이 아닐까 싶다. 찾아온 ‘철부지’들은 혹독한 고통을 당하고 함흥차사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고마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빈번한


  자연이 인간에 대한 애정과 기대가 아직은 남아 있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 ‘평화의 사절’을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첨병을 보내 경고하는 것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근래 지구촌 곳곳에서 마치 사상 최악을 두고 기록경기라도 하듯이 자연재해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마지막 기회


 우리 인간들이 대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조차 어영부영하다가 놓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그때는 한낱‘철부지’ 아이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때늦은 후회만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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