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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 Oct 02. 2024

눈물콧물을 쏙 빼놓은 책

지금까지도 인생 책

가을만 되면  관련 행사들이 많이 열린다.  홍시가 다녔던 초등학교에서도 가을이 되면 ‘책의 (이거보다는 서정적인 이름이었는데 생각  )’이라는 행사를 었다.  관련 행사에서 흔히 하는 것들,  낭송을 하고, 동화 작가를 초청하여 작가와의 대화도 하고, 이런 저런 주제의 책을 전시하기도 하고, 부모들이 옛이야기를 인형극으로 꾸며 아이들 앞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아무리 ‘책의 이라지만  얘기만 하면 재미없으니까 사이사이에 아이들 장기자랑 같은 것을 끼워 넣기 위해 신청을 는다는 가정통신문이 왔다. 악기를 다루는 아이들은 연주를 하고, 삼삼오오 모둠을 만들어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모든 아이들이  가지 이상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장려하고 있었는데  홍시는 아무 데도 참여하지 못하고 있었다.


난 스스로와 놀아.


홍시에게 학교에서 누구와 노냐고 물어보면  가장 많이 돌아왔던 대답이다. 혼자 노는 것이 괜찮냐고 물어보면 자긴 혼자 노는 것이 좋다고 했다. 어찌 보면 멋있어 보이기도 했지만 속으로는 걱정이 앞섰다.공부 걱정이 시작되기 전에 가장  학부모의 걱정은 친구 걱정이다. 그러나 내가 나서서  고 싶지는 않아서 일단은 지켜만 보고 있었다. 역시나 ‘책의 행사에서 개인 활동은 물론 여럿이 하는 프로그램에도 끼지 못하고 있었다. 제안을  받은 건지 제안을 받았는데  하겠다고  건지는 모르겠다. 신청 마감이 임박하여 딸이 뭘하지, 하면서 끙끙 앓고 있길래 내가 딸에게 제안했다. ‘책의 이니까 네가 가장 좋아하는 책을 친구들에게 소개하면 어때? 좋다고 했다. 어떤 책을 소개할지는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어떤 책으로 할지 정했어?


그리고 일이 바빠 잊고 있다가 행사 하루 전이 되어서야 생각이 났다. , 샬롯의 거미줄. 샬롯의 거미줄? 들어는 봤지만 내용이 뭔지는 몰랐다. 등학교 1학년이 읽기에는 글밥이 많은 책이지만  읽었다고 했다. 다음날 퇴근하고 바로 학교로 갔다. 행사는 벌써 중반을 넘어가고 있었고, 같은  부모들과 인사를 하는 사이 홍시의 순서가 됐다. 무대에 올라온 홍시는 잔뜩 긴장한  보였지만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책을 소개했다.


저는 여러분에게 ‘샬롯의 거미줄’이라는 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샬롯은 거미입니다. 샬롯은 윌버라는 돼지와 함께 헛간에 삽니다. 윌버는 태어나자마자 약하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할 뻔했지만, 주인의  ‘ 도움으로 살아납니다. 다른 농장으로 팔려간 윌버는    죽을  하지만 샬롯의 도움으로 살아납니다. 샬롯은 외로운 윌버에게 말을 건넵니다.


내가 네 친구가 되어줄게.


홍시의 발표는 무난하게  끝났다. 그 다음에는 사회자가 나와서 홍시와 대화를 나누는 모양이었다. 사회자가 물었다.   책을 소개하게 되었나요? 저는 윌버와 샬롯의 우정에 감동을 받았어요. 그리고 저도음…저도…


홍시가 갑자기 말을 더듬거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어깨가 들썩거렸고,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다들 무슨 일인가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강당  뒤에서 뒷짐을 지고 지켜보던 나는 너무 놀라 관객들 사이를 헤쳐서 홍시에게 달려갔다. 홍시가 너무 긴장하여 오줌을 쌌을 거라고 생각했다. 1학년에게는 종종 있는 일이라 여분의 옷을 가방에 넣어다니고 있었다. 강당 뒤에서 앞으로 사람들을 헤치고 달려가는 사이, 홍시눈물 젖은 목소리로 하고 싶은 말을 이어갔다.


저, 저에게도 우정을 나눌 친구가 있으면 좋겠어요. 엉엉엉.


홍시는 오줌을   아니었다. 외로운 윌버에게 감정이 이입되었고 감정이 북받쳐서 그만 눈물이 왈칵 쏟아진 것이다. 홍시는  책을 통해서 자신의 마음을 말하고 있었다. 그날의 눈물로 홍시는 전교생이  아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샬롯의 거미줄열풍이 불었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저렇게 눈물을 쏟은 건가, 어른아이할 것없이 궁금했던 것이다. 나도 궁금해서 읽었다. 나는 홍시만큼 감동받지는 못했다. 그날 공개적인 메시지가 효과가 있었는지 그날 이후로 홍시에게 친구가 많이 생겼다. 홍시 때문에 ‘샬롯의 거미줄’을 읽은 친구들이 우리 집에 모여서 영화 ‘샬롯의 거미줄’을 같이 보기도 했다. 그날 문학소녀로 낙인찍힌 딸은 졸업할 때까지 ‘책의 행사에서 고정 코너를 담당했고, 그 행사는 딸의 학교 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이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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