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요 Nov 06. 2024

노벨문학상 독서법

그 작가의 모든 책을 읽는 이유

노벨문학상은 특정 작품이 아닌 작가에게 주는 상이다. 즉 작가가 구축한(하고 있는) 작품 세계에 수여된다. 노벨문학상이 특정 작품이 아닌 작가에 주는 상인 탓에 '소년이 온다'를 읽은 딸은 이제 '채식주의자'를 읽겠다고 했고 이후에는 '희랍어시간'을 권해볼 생각이다. 어떤 고등학교엥선ㄴ 청소년 유해 도서로 폐기되고 어떤 중학교에선 열람이 제한되어 논란이 되었던 '채식주의자'를 중3인 딸이 어떻게 읽을지 궁금하긴 하다.


 작가의 책을 하나씩 읽어 가는 일은 딸에게 낯선 일은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딸이 어떤 책을 좋아하면  작가의 다른 책을 사서 주곤 했고 자연스럽게 작가의 모든 책을 읽는 문화가 만들어졌다. 좋아하면  사람의 단점마저도 좋게 보이듯이 이미 좋아하게  작가의 책은 일단 몰입이  되고 자연스럽게 작가가 구축한 작품 세계를 습득하게 된다. 나는 한 작가의 전작 읽기를 노벨문학상 독서법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딸이 제일 먼저 인식한 작가는 '구름빵'의 백희나 작가다. 네다섯 살때쯤 회사 동료가 선물한 '구름빵'을 너무  좋아해서 백희나 작가의 책은 나오자마자 샀다. 작가 특유의 스타일인 입체 일러스트를 보는 재미가 있지만 이야기가 모두 재미있었던 것은 아니다. '구름빵' 시리즈는 재미있게 읽었으나 '장수탕 선녀님'은 무섭다며 한참 동안 책장을 열지 않았다. '어제저녁'과 '이상한 손님'은 좋아했지만 '삐약이 엄마'나 '꿈에서 맛본 똥파리'에 대한 반응은 시원찮았다. 특유의 일러스트의 보는 재미와 달리 이야기가 덜 매력적이었을 수도 있고, 아이가 성장하면서 그림책을 보는 감흥이 달라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좋으면 좋은 대로 별로면 별로인대로 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그다음에 좋아했던 작가는 영국 작가 로얄드 달이다. 로얄드 달이라는 작가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아북거 아북거'였다. 아북거는 '거북아'를 거꾸로 한 말로, 영어 원제는 Tortoise(거북이)를 거꾸로 한 Esio Trot이다.애완 거북이를 매개로 한 노인 부부의 사랑이야기인데 한참 언어유희에 빠져 있을 때여서 그런지 이 책을 그렇게 좋아했다. 하도 재미있어 해서 작가가 누구인지 봤더니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찰리의 초콜릿 공장', '마틸다'의 작가였다. 그때부터 이 작가의 책을 사들였다. 이 작가의 책은 죄다 중고서점에서 샀다. 짧은 단편부터 장편까지 거의 모두 읽게 되었는데, 삽화도 최소화된 글밥이 많은 책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계기가 되었다. 딸이 가장 좋아했던 로얄드 달 작품은 '제임스와 슈퍼복숭아', '마녀를 잡아라'이다.


딸이 가끔 천재라고 칭찬하던 작가는 '스무고개 탐정'시리즈를 쓴 허교범 작가다. 전권 12권에 별책 같은 것도 나왔었는데 당연히 모두 샀다. 허교범 작가가 스무고개 탐정 시리즈로 큰 인기를 얻고 한참 후에 차기작인 '불붙은 링을 뛰어넘는 소년'이 나왔는데 나오자마자 사서 읽고 대실망을 했던 일이 생각난다. 내가 좋아하는 정세랑 작가의 '보건교사 안은영'을 옆에서 따라 읽고 정세랑 작가를 눈여겨 본 딸이 청소년 역사소설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가 나오자마자 사서 읽고 아직은 설익은 것 같다, 아직 추리소설을 쓰는 내공이 부족한 것 같다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좋아하는 작가의 모든 책이  좋을 리는 없다. 하지만  작가의 책을 계속 찾아 읽는 것은 작품을 너머  작가의 세계를 경험함으로써 독서의 즐거움은 배가될  있다. 그래서 추천하고 싶다. 아이가 재미있게 읽은 책의 작가를  여겨 보고 부모가 책이 아닌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곁들이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작가의 다른 책을 권하고, 가능한  작가의 책을 모두 사서 읽는 독서를 추천한다.


이전 13화 TV가 그렇게 나쁩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