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나이스 타이밍
아이를 낳고 집에서 전업육아를 할 때 가장 고마운 사람이 밥 사주는 사람이었다. 누가 밥 사준다고 하면 아이를 들춰메고 어디든 달려갔다. 그때는 밥도 밥이지만, 밖으로 나가기 위한 핑계가 생긴 것이 좋았다. 그렇게 젖먹이 애 키우는 것이 벼슬이라도 한 것처럼 잘 얻어먹고 다녔다.
엄마를 간병하면서 가장 고마운 사람도 역시 밥 사주는 사람이다. 엄마를 간병하는 데 있어서 지금 나의 가장 큰 역할을 엄마, 아빠가 먹을 삼시 세 끼를 직접 차려내는 일이다. 1년 동안 정말 엄마가 먹던 대로 안 하는 요리를 배워가면서 엄마의 레시피도 추측해 가면서 밥상을 최소 오첩반상을 차려냈다. 그런데 찬바람 불기 시작하고 꼭 1년째가 되자 슬슬 꾀가 나기 시작한다. 티가 난다. 삼시세끼 다른 반찬으로 차려내다가 이제는 아침에 국 하나를 끓여서 저녁까지 먹지를 않나, 반찬 담음새도 신경 써가며 예쁘게 접시에 담아 정성스럽게 차려내다가 이제는 국 하나에 반찬통 통째로 식탁에 올려놓기에 이르렀다. 오늘은 정말 그조차도 귀찮아서 몸을 비틀고 있는데, 아빠가 추어탕을 들고 왔다.
세상에. 진희어머님 내 마음속 소리를 들으셨나요? 나이스 타이밍입니다. 물론 밖으로 불러내서 밥을 사주는 사람도 고맙지만, 오늘처럼 밥 하기 싫을 때 이렇게 절묘한 타이밍으로 한 끼 해결해 주시는 분들은 정말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 겁니다. 그 마음 두고두고 잊지 않겠습니다.
혹시 주위에 누군가를 돌보거나 간병하는 사람 있나요? 이번 주말 그들에게 고마운 사람 되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