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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bbin Chang Aug 06. 2021

세그먼트, 타겟, 포지셔닝

Ep.10: 세그먼트, 타겟, 포지셔닝(STP: 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


“일단 마케팅 프레임워크는 잠깐 그대로 두고, 너한테 새로운 툴을 하나 줄 거야.”


장아라는 그렇게 얘기하며 태블릿의 새 페이지에 무언가를 슥슥 쓰기 시작했다.



장아라가 그려 놓은 도안을 보고 김필립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단어는 어렵지 않은데 의미를 잘 모르겠는걸? 타겟 정도만 무슨 말인지 알듯 말듯 하네?”

“그래. 이것은 시장에 있는 고객들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도와주는 프레임워크야. 4C에 있는 네 가지 요소 중에 ‘고객’ 부분을 좀 더 확대해서 본다고 할까, 그 부분의 심화 버전 같은 것이지.”


장아라는 다시 한 번 앞에 있는 칵테일을 한 모금 마시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먼저, 세그먼트. 이건 네가 시장에 있는 고객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야.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네가’ 어떻게 나눌 건가라는 것이지.”

“내가 시장의 고객을 나눈다고…? 어… 시장의 고객은 정해져 있지 않나…?”

“아니, 그렇지 않아. 소비자들은 그냥 소비자들이야. 예를 들어보자. 너 커피 사 마실 때 ‘나는 20대 대학생 남자 커피 소비자’라고 생각하면서 커피 산 적 있어?”

“아니. 그런 적 없지, 당연히.”

“맞아. 소비자는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아. 하지만 스타벅스는 너라는 고객을 ‘20대 대학생 남자’ 같은 분류법으로 구분하고 있을 수도 있어. 다시 말해, 스타벅스가 자기 마음대로 시장의 고객들을 구분 짓고 있는 것이지. 마찬가지로 너도 네 마음대로 시장의 고객을 그런 식으로 나눌 수가 있는 거라고.”


그렇지. 고객들이 이마에 나는 이런 고객 저런 고객 써 붙이고 다니진 않겠지만, 회사들은 다들 자기 마음대로 내가 어떤 고객인지 구분하고 있겠지. 그럴 법한 이야기에 김필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너무 당연한 물음이 떠올랐다.


“음… 뭔가 이해가 될 것 같아. 그러니까 정해져 있는 게 아니고 내가 정한다는 그런 얘기인 거지? 그런데 왜?”

“바로 그거야! ‘왜’가 중요한 거지.”


장아라는 손뼉을 치면서 김필립을 똑바로 보고 말했다.


“그게 핵심이야. 이것을 어떻게 구분 짓느냐에 따라 앞으로 얘기하게 될 너의 4P전략이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고. 그러니까 시장을 어떻게 세그멘테이션(세분화) 하느냐는 너의 중요한 전략적 판단인 거야.”

“누나… 다시 뭔가 철학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풋, 너는 이론적인 얘기만 나오면 다 철학이라 그러더라? 자, 예를 들어 스타벅스가 자기 소비자들을 20대 남자, 20대 여자, 30대 남자, 30대 여자 등등 같이 연령대와 성별로 세그먼트 해놨다고 해보자고. 그러면 너는 각각의 세그먼트를 노린 상품을 내놓을 수 있을 거야. 예를 들면, 20대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스크림 섞은 딸기 음료수라든지 말이야. 혹은 돈이 없는 20대 남자들을 위해서 저렴한 커피를 내놓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세그먼트에 따라 상품이나 가격, 커뮤니케이션, 할인이나 유통채널 등등을 다르게 가져갈 수 있다고.”

“어… 그러니까 각 고객들한테 다른 상품을 판다 이건가...? 이거랑 아까 얘기한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이랑 뭔가 비슷한데?”

“아니, 그거랑은 다른 이야기야. 스타벅스가 각각의 상품 하나하나를 통해 스타벅스 전체의 가치제안을 달성하는 거지, 상품이랑 가치가 동급이 아닌 거야. 가치는 상품 및 그 밖의 모든 것을 통해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자꾸 안 보이는 거 빼놓고 생각하지 마.”

“아 그래 맞다. 안 보이는 것. 그러니까 이 바로 치면 ‘분위기 좋은 곳에서 마시는 한 잔’이 가치제안인데 아저씨가 상품으로 나한테는 맥주를 팔고 누나한테는 칵테일을 파는 것 같은 건가?”

“그래. 정확해. 바로 그거라고.”

“오…! 바로 이해돼.”

“그렇지. 그런데 말이야, 다시 스타벅스 얘기로 돌아가서 ‘20대 여자’ 같은 세그먼트 방법이 과연 좋은 방법인 걸까?”

“어…? 무슨 얘기야…? 20대 여자를 20대 여자라고 해야지…?”

“자, 아까 고객을 어떻게 구분할지는 네가 정하는 거라고 했잖아. 그리고 그 구분 방법은 너의 전략적 판단에 따르는 것이고. 20대 여자와 20대 남자는 스타벅스가 봤을 때 전략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을까? 20대 여자와 30대 여자는 어때? 구분하는 의미가 있어? 나이와 성별이 아니라 커피를 소비하는 방식이나 커피를 고르는 기준 같은 건 어떨까.”

“어… 커피를 소비하는 방식이란 말이지…? 그러면 차라리, 20대 초중반 남녀 그룹이 대학생이니 비슷하고, 20대 후반 30대 초반 여자가 직장인이니 같이 묶는다든지…”

“맞아! 차라리 ‘대학생 커피 소비자’와 ‘직장인 커피 소비자’ 이렇게 구분하는 방법이 스타벅스가 봤을 때 전략적으로 더 의미가 있는 고객 구분 방법이 될 수 있겠지. 물론 나이, 거주지역, 성별, 직업, 소득 수준 등은 세그먼트를 나누는 중요한 기준이고, 많은 경우 그렇게 나눠 놓은 소비자들의 행동에 공통점이 있다 보니 자주 이용되는 세그먼트 기준이긴 해. 하지만 ‘하루에 3잔 이상 커피를 마시는 커피 매니아’ 같은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세그먼트를 나눌 수 있지.”

“그렇네. 스타벅스가 일일 커피 소비량에 따라 전략을 다르게 짜고 싶으면 시장의 고객들을 커피 마시는 양으로 나눠야 한다는 얘기인 거지?”

“정확해. 그래야 너의 전략이 말이 되기 시작할 테니까. 즉, 이 세그먼트라는 것은 네가 시장을 바라보는 지도나 렌즈 같은 거라고. 큰 회사에서는 이렇게 정리된 세그먼트를 가지고 모집단을 만들어서 마켓 리서치를 해. 시장 규모가 얼마 정도인지, 그리고 각 세그먼트들이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 파악할 수 있게 말이야. 각 세그먼트들의 기본적인 인구통계학적 정보, 그러니까 평균 연령 같은 것도 알 수 있고 말이지. 예를 들면 이런 것을 만드는 거야.”


장아라는 슥슥 그래프를 그리고 무언가를 척척 쓰기 시작했다.



“와, 누나 이런 거 다 외우고 다녀?”

“그럴 리가 있나. 그냥 지금 만들어 낸 거야. ‘예를 들면’이라는 거라고. 하지만 이런 비슷한 것들을 어지간한 회사 마케팅 팀들은 다 하나씩 가지고 있을 거야. 이런 걸 일부러 이렇게 그려서 보여준 이유는, 미시(MECE)라는 걸 설명하기 위해서지.”

“미시?”

“Mutually Exclusive, Correctively Exhaustive. 딱히 마케팅에서만 쓰는 것은 아니고, 맥킨지라는 컨설팅펌이 처음 제안한 개념이야. 각각의 구분된 세그먼트가 서로 겹치는 부분이 없어야 하고, 그 구분된 세그먼트를 다 모으면 전체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지. 일부러 원 그래프로 그린 이유가 그거야. 저 각각의 항목들, 그러니까 매니아나 애호가 같은 건 서로 겹치지 않지? 그런데 다 모으면 100%가 되는 거잖아. 아주 좋은, 그리고 쉬운 미시의 예이지. ”

“아하, 그러니까 내가 구분한 세그먼트가 서로 겹치는 내용이 있으면 안 되고, 세그먼트를 다 모아두면 시장 전체의 그림이 빠짐없이 보여야 한다는 거네?”

“바로 그 얘기야.”


김필립은 장아라가 그린 원그래프, 즉, 커피시장의 소비자 세그먼트를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보았다. 소비자의 연령대, 직업이 나와있고, 시장 전체에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를 알려주는 사업의 ‘지도’. 김필립은 상당히 도움이 될 듯한 자료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걸 자기가 만들 수 있을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누나, 이거 되게 멋지고 뭔가 사업하는 사람 같아 보이긴 하는데 말이야…”

“네가 이런 걸 할 수 있느냐, 이 말이지? 그건 좀 있다 얘기하고, 일단 네가 얘기하는 ‘철학’ 부분을 끝내보자고. 자, 다시 맨 처음에 그렸던 그림으로 돌아가보자. 세그먼트 다음은 뭐지?”
 “이건 화살표가 한 방향이네. 다음은 타겟? 누구를 노릴 것인지에 대한 이야긴가?”

“맞아. 여기서부터 이제 본격적으로 ‘마케팅은 사실 수학이다’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는 거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라고, 하하. 자, 이 그래프가 진짜라면 이 시장에서 가장 큰 고객층은 어떤 세그먼트일까?”

“어, 당연히 32%인 ‘어쩌다 한 번’ 마시는 세그먼트 아닌가?”

“자, 이걸 봐봐.”


장아라는 태블릿을 만지작거리더니 엑셀을 켜고 계산을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간단한 표를 만들더니 김필립에게 보여줬다.



“아직도 ‘어쩌다 한 번’이 제일 큰 세그먼트처럼 보여?”

“아… 아니, 아니네! 20% ‘애호가’가 제일 큰 세그먼트네.”

“그래, 네가 세그먼트를 분석하고 타겟을 정하기 시작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 바로 그 세그먼트의 시장규모야. 사람이 많다고 무조건 큰 게 아니라고. 700만 명한테 얘기하는 것보다, 잘 찾을 수만 있다면 100만 명한테만 얘기하는 게 당연히 비용이 덜 들어. 물론 너의 상품이 그 세그먼트에 맞아야겠고, 처음에 네가 설정한 가치제안도 세그먼트에 맞아 들어가야겠지.”

“그러면 제일 큰 규모인 ‘애호가’를 생각하고 전략을 구상하면 되는 건가?”

“자, 여기에 한 가지 얘기를 더 넣어 볼까? 만약 ‘매니아’들이마시는 커피가 ‘애호가’나 다른 세그먼트 사람들이 마시는 커피보다 세배 더 비싼 거라면 어떻게 되지?”

“어… 어…! 매출로는 ‘매니아’가 1등이 되겠네!”

“맞아. 내가 이렇게 단계적으로 하나하나 얘기하는 것은 바로 네가 이 세그먼트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연습을 시키고 싶어서야. 아까도 말했지만, 이것은 네가 시장을 보는 지도라고. 그러면 이제 너는 이 지도를 보고 네가 가진 돈과 시간과 노력을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 혹은 분산하면 어떻게 분산할 것인지를 정해야 되는 거야. 그것이 타겟팅이라는 거고, 네가 정한 타겟에 따라 상품 라인업, 가격, 광고 문구, 그리고 어디에서 어떻게 팔 것인지가 정해지는 것이지.”

“그러면 반드시 큰 시장을 먼저 노려야 하는 건 아닌가?”

“그걸 네가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정해야 된다는 얘기야. 너의 전략이니까. 너는 시장에서 소비량이 제일 큰 ‘애호가’를 노린 상품을 출시할 수도 있고, 매출 단가가 비싸게 나오는 ‘매니아’를 노릴 수도 있어. 네가 상품 전체 라인업을 꾸린다면 ‘매니아’와 ‘애호가’를 겨냥한 상품을 하나씩 만들고, 제일 인구 규모가 큰 ‘어쩌다 한 번’의 소비를 더 늘리기 위한 시장개척용 상품을 포함시킬 수도 있지. 그러니까 너는 이 지도를 통해서 시장을 완전히 너의 앞마당처럼 파악해야 돼. 그래야 네 맘대로 전략을 짤 수가 있으니까 말이야.”

“어… 어. 오늘 뭐가 너무 많은데…”

“하하. 그래. 안 그래도 포지셔닝은 다음번에 얘기하려 했어. 케이크 위에 딸기는 맨 마지막에 먹어야지.”

“이거보다 뭐가 더 어려워?”

“아니, 무슨 소리야? 더 재밌지. 하하하. 자, 이제 숙제.”

“내 사업 가지고 세그먼트하고 타겟팅 해오라는 거지?”

“그렇지. 그런데 아까 말했듯이 네가 그런 걸 똑같이 만들 수는 없어. 내가 아까 그린 세그먼트 같은 정보량을 가진 자료를 만들려면 대기업에서도 몇 달동안 엄청난 예산을 들여야 한다고. 돈 없어서 스프린트로 리서치하는 너 같은 스타트업이 할만한 일은 아니야. 그러니까 정확한 숫자는 만들 필요 없어. 하지만 전체 시장규모 같은 내용은 인터넷을 찾아보면 쉽게 나올 거야. 그러니까 너는 너의 세그먼트를 어떻게 정할 건지, 그리고 그 세그먼트에서 인구수가 가장 많을 것 같은 세그먼트, 소비량이 가장 많을 것 같은 세그먼트, 소비 단가가 가장 클 것 같은 세그먼트를 골라서 와봐. 그러고 나서 타겟팅을 어떻게, 그리고 왜 할 것인지를 생각해 와.”

“어… 어. 그 정도는 어떻게 될 것 같기도 하네.”

“아 그리고, 포지셔닝할 때 필요할 테니까 경쟁사들도 좀 자세하게 조사해 놔. 상품 라인업이나 가격대, 브랜드 이미지, 그리고 네가 정한 세그먼트상의 주요 고객층 등등.”

“알았어. 그건 지난번에도 어느 정도 조사해 놨으니까 금방 할 수 있을 것 같네.”

“미시 잊지 말고. 그럼 준비되면 또 연락하라고!”


밤이 되기도 전에 시작한 장아라와의 미팅이 끝나자 이미 12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초여름 밤의 바람이 상큼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어 머리가 묵직했지만 또 한걸음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에 김필립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세그먼트 (Segment)

본문에서 장아라가 얘기하는 대로 세그먼트는 마케터가 시장을 바라보는 지도이자 렌즈입니다. 당연하게도 마케팅 전략을 그리는 가장 중요한 기초공사 중 하나이며, 우리 회사가 시장을 어떻게 나누어, 어떠한 특성을 가진 고객에게, 어떠한 가치를 전달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잣대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상품의 포트폴리오 전략, 가격 전략, 광고 및 커뮤니케이션 전략, 그리고 유통 채널에 이르기까지 모든 마케팅 믹스(4P)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회사마다 전략이 다르듯, 똑같은 시장, 똑같은 고객을 두고서도 각 회사가 생각하는 세그먼트는 모두 다릅니다. 예를 들어 저는 그저 맥주를 사 마시는 한 명의 소비자이지만, 맥주회사 A에서는 ‘세그먼트 2: 거의 매일 맥주를 마시는 맥주 애호가’로 분류되고, 맥주회사 B에서는 '라거파: 라거 맥주에 호의적이며 일반적으로 소비량이 많음'이라고 분류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막대한 데이터와 시장 조사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특히 창업자 여러분들은 이 세그먼트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거나 아예 모르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세그먼트를 생각하지 않고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마치 지도 없이 모험에 나서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대기업이라고 이런 큰 규모의 리서치를 매일같이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대기업의 마케팅 팀들도 자주 가설을 사용하여 세그먼트를 나눕니다. 장아라가 그렸듯 자세한 숫자나 인구통계학적인 정보야 얻을 수 없겠지만, 시장을 어떻게 볼 것인지 생각하고 김필립에게 주어졌던 기준처럼 ‘절대수가 많은 세그먼트, 판매 단가가 높은 세그먼트, 판매 개수가 높은 세그먼트’ 등으로 나누어 두는 것도 좋습니다. 비록 검증할 수는 없지만, 향후 사업을 진행해 나가면서 좋은 전략적 가설을 세울 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세그먼트는 결국 다시 고객을 생각하는 일입니다. 여러분이 고객의 입장에서 시장의 상품들을 바라보고 구매패턴을 생각한다면 의외로 쉽게 세그먼트를 나눌 수 있으실 겁니다. 김필립은 어떤 식으로 요가복 시장을 바라볼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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